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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1부 나비에게 묻고 싶은 것 무성시대 헤드라이트 이웃사촌 빨간 모자 까마귀 ‘호떡’이 있는 풍경 나비에게 묻고 싶은 것 개구리 울음을 듣는 밤 행복한 이야기 2부 ★을 훔치다 맨발의 자유 춤의 이유 ‘덴동어미’처럼 봄이 전하는 말 프레드릭 ★을 훔치다 언덕배기 그 나무 각서 야생진미 3부 옛집 그 마당 뻐꾸기 살구 어느 중생의 기도 노을 그 섬의 예술가들 내 친구 ‘이자’ 말 무덤 옛집 그 마당 석 달 열흘 붉은 꽃 4부 그 길목 능소화 우는 벌레 여름의 조각들 채울 수 없는 결핍, 할머니 ‘ㅇ’이 있는 풍경 그 길목 능소화 다시 꿈을 어쩌다 해 저문 강가에서 아버지의 말 5부 꽃 밟는 일을 걱정하다 집으로 봄볕처럼 술꾼 기억의 주인 못다 부른 노래 산 위에서 꽃 밟는 일을 걱정하다 청바지를 입는 이유 한 은퇴자의 글쓰기와 기록의 쓸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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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장사를 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말 하루를 제외하고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킨다. 아파트를 나와 상가 쪽으로 가면 덩치 큰 빌딩들이 우람하게 서 있고, 그 아래 인도에는 노점들이 즐비하다. 그는 빌딩 벽을 배경으로 벽화처럼 존재한다. 그는 살아있는 벽화다.
---「빨간 모자」중에서 맑고 서늘하고 촉촉한 밤, 한밤중의 세레나데는 그칠 줄을 모른다. 잠잠한가 싶으면 다시 터져 나오고, 한껏 고조됐다 싶으면 어느새 뚝 그친다. 그러기를 밤이 새도록 계속할 모양이다. 삶은 이토록 애타는 사랑이며, 온몸으로 지켜내야 하는 목숨 같은 거라고 간절히 외쳐보는 것인가. 저 울음을 듣고 또 듣는다. ---「개구리 울음 듣는 밤」중에서 맨발은 그러한 모든 것을 벗어 던진 상태다. 아무것도 더하지도 걸치지도 않은 맨발이 됨으로써 진짜 나를 만나는 것이다. 맨발과 맨땅 사이의 그 직접성을 만끽하며 저 옛날 원시의 숲에서 뛰놀던 때처럼 대지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이다. 자연과의 직접적인 교접을 통해 아직 그 품 안에 있음을 기꺼이 확인하는 것이다. ---「맨발의 자유」중에서 봄은 최선을 다하여 말을 건네주고 있습니다. 다시 낯섦과 설렘과 충격을 주어서 마음마저 새롭게 할 것을 명하고 있습니다. 봄은 그러려고 다시 왔나 봅니다. 그 말을 전하기 위해 삼백예순다섯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나 봅니다. 어디 멀리 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이날을 기다려 왔을 것입니다. ---「봄이 전하는 말」중에서 숲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고 자동차는 막 고개를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온 천지가 다 붉었다. 혹시 불이 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만큼 놀라운 광경이었다. 하늘과 해와 구름, 산과 들판과 마을 들이 함께 빚어낸 황홀한 콜라보였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순간이라는 걸 직감한 나는 후닥닥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나는 말더듬이였다. 내 입에선 겨우 우와아아, 아아아아 소리만 연이어질 뿐이었다. ---「노을」중에서 탓하고 나무라고 헐뜯고 비난하는 말들의 부정성과 폭력성 앞에 누구도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함부로 말총을 쏘아댄 적이 얼마인지, 그로 하여 철철 피 흘린 적은 또 얼마인지 돌아볼 일이다. ‘말 무덤’은 지나가는 발길을 붙들어 그 경계로 삼으라 한다. ---「말 무덤」중에서 할머니에게는 깨지고 부딪치면서도 끝까지 살아낸 사람의 체험적 깊이가 녹아 있다. 주름지고 볼품없는 모습일지라도 그 속에는 생명을 낳아 품고 길러온 거인의 혼이 깃들어 있다.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을 품에 안은 포용의 힘. 어쩌면 신화 속의 ‘마고할미’나 ‘설문대 할망’, ‘삼신할머니’의 강인한 생명력이 우리의 할머니로 이어 온 것이 아닐까. ---「채울 수 없는 결핍, 할머니」중에서 해 저문 강가, 그 여운은 짧으면서도 길었다. 삽시간의 황홀, 축제처럼 달뜨는 시간이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자신을 불태우고 있는 태양이 있기 때문이란다. 남몰래 행한 선행처럼 주변까지 따스하게 물들이는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 제 역할 다하고도 다시금 내어놓는 지극한 행선과 돌이켜 자신을 성찰하는 것도 석양의 미덕이리라. ---「해 저문 강가에서」중에서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는 것은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문제와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으며,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사뭇 진지한 과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억의 주인」중에서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입니다. 대충 입지 뭐, 하고 입는 옷이 청바지이기도 하고, 멋 좀 내볼까? 아니 좀 젊어져 볼까? 작정하고 입는 옷이 청바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하게 입는 것이 청바지인데, 어떤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다가도 어떤 순간엔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이 청바지입니다. ---「청바지를 입는 이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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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학에 대한 회의와 번민
우리 시대의 크고 작은 폭력을 향한 저항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사유, 별을 훔치는 문장 책을 펴내는 것은 옛날 어머니가 자투리 헝겊을 모아 조각보를 만드시던 것처럼, 내 삶의 낙수들도 그 비슷한 형태는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조각보는 쓸데없는 천 조각일망정 기꺼이 쓸 만한 물건으로 되살려낸 살뜰한 정신의 풍경이었다. 이왕이면 좀 더 보기 좋게 꾸미고자 했던 미적 본능의 산물이기도 했다. 예술품을 창작한다는 원대한 뜻을 품고 만든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선과 면과 색채의 조합이 능히 ‘작품’이라 할 만한 생활 속의 예술이었다. 써놓은 글들을 모아놓고 보니 저 헝겊들처럼 아롱이다롱이다. 글의 소재나 주제 역시 제각각이다. 다채롭다고 해야 할지 어수선하다고 해야 할지…. 그래도 애써 차린 밥상이니 누구라도 맛있게 먹어 주었으면 좋겠다. 싱거우면 소금도 좀 치고, 간간하면 밥 한술 더 뜨면서 빈틈을 채워 가도 좋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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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남은 자신의 지성을 자처하지 않고 거대 담론에 휩쓸리지 않으며 창조적 예술혼을 떠벌리지 않는다. 창 구멍을 통해 저잣거리를 구경하던 조선 후기의 선비 이옥처럼 인정세태를 훔쳐보며 호기심과 연민지정을 달랠 뿐이다. - 정승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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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남의 글 속, 그녀의 분신들은 선 자리가 분명하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사랑스럽다. 벌레울음, 나비, 까마귀, 고양이, 엽낭게 등 그녀에게서 다시 태어난 존재들이 독자의 내면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간다. - 김현숙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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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남의 글에는 여유와 능청, 유머가 담겨 있다. 그녀는 유머 속에 탐미를, 가벼움 속에 진중함을 숨기고 있다. 가끔 그녀의 당돌함과 배짱, 필력에 빠져들어 깜짝 놀라 웃을 때, 우리 모두는 행복하다. - 안민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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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그 섬의 예술가들》이 빚어놓은 둥근 모래 알갱이들, 그것을 통하여 삶과 예술이 혼연일체임을 깨닫는 시각은 경탄과 공감을 넘어서 감미롭기까지 하다. 깊은 연대감은 그가 곁에 없어도 내 편이라는 것을 믿게 한다. - 정아경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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