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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스멀스멀 물안개가 길을 덮고 집을 에워쌉니다. 길섶에는 풀잎마다 이슬 맺히고, 내 마음도 촉촉이 젖어옵니다. 안개는 숲을 따라 끊임없이 피어오릅니다. 햇살이 퍼지자 안개가 걷히고 푸른 하늘이 드높습니다. 온산에 울긋불긋 단풍이 곱습니다. 저 붉은 가을 색은 어디서 왔을까요? 스산한 바람 불어 마른 잎 떨어지면, 떠나간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여기는 선계(仙界), 그림 같은 청계마을입니다. ---「정문자 수필_ 그림 같은 청계마을」중에서 시집가기 전날 밤, 엄마와 나란히 누워 잠이 들었다. 설핏 잠결에 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엄마는 내 손을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엄마 품에 안겼다. 그때 그 내음 엄마의 향기가 코끝을 살짝 스쳤다. 평소 말수가 적은 엄마는 조곤조곤 타이르듯 말했다. “문자야, 너한테 못 해준 것이 많아 미안하구나. 너는 어미처럼 고생하지 말고 잘살아야 한다. 알았니?” 하시며 얼굴을 붉혔다. 엄마의 당부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을 쏟았다. ---「정문자 수필_ 엄마의 향기」중에서 화순 절벽은 워낙 명승지라 많은 시인 묵객이 즐겨 찾았다. 정조 1년 화순 현감이었던 부친을 따라 화순에 왔던 다산 정약용은 시 한 수를 남겼다. 그의 나이 불과 17세였다. 해맑은 가을 모래는 오솔길에 뻗었는데/동문의 푸른 산은 구름이 피어날 듯/ 새벽녘 시냇물엔 연지 빛에 잠기었고/깨끗한 돌 벼랑은 비단 무늬 흔들린다./ 붉은 돌은 노을 기운 어리었고/푸른 숲에는 새들이 날아가네/ ---「서효창 수필_ 적벽동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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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동갑내기 부부가 걸어온 여정 / 이 연(문학박사)
『한 쌍의 기러기』 원고를 받았다. 한마디로 흥미롭고 귀한 수필이었다. 부부가 문집을 공저하여 책을 발간하는 일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 서적이나 논문이면 몰라도 수필을 함께 쓰는 사례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살아온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는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을 떠올리면 곱게 물든 낙엽처럼, 붉은 노을처럼, 노후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해설자는 수필가 두 분과 오랫동안 교류해 온 해묵은 사이다. 어쩌면 교류했다기보다는 언제나 내가 신세를 지며 지내왔다. 내가 알기로는 노모를 모시고 자식들 키우느라 무척 고생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취미로 의미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두 분이 정말 부럽다. 해설을 맡게 된 본인은 쉼 없이 수행 정진하였으나,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고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30여 년 전 법복을 입고 한국불교청년회 경남지부에서 지도 법사를 맡아있을 때였다. 당시 부회장으로 활동하던 서효창 수필가를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시장 가게에 자주 들락거렸다. 자택에도 여러 번 방문하여 자당을 뵈었고, 그곳에서 먹고 자기도 하며 신세를 졌다. 그러다 보니 긴 기간 자연히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이로 인해 작품을 해설하는 영광을 안겨준 것이 아닌가 하여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 우선 두 분의 글을 읽어보면 노력하고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편견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수필뿐만 아니라 어느 장르의 글이라도 읽어보면 최선을 다했는지, 적당히 마무리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해설자가 문학 수업을 할 때 지도하신 교수님은 “글 속에 어떠한 편견도 용납할 수 없다. 편견이야말로 저자가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자칫하면 작품 전체를 망치게 되고 독자 또한 외면한다.”라고 역설하셨다. 흔히 수필은 자신이 살아온 기록이오, 한 사람의 역사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인을 비방하고,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드는 내용은 지양해야 한다. 설령 그런 일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완곡하게 표현하여 필화(筆禍)를 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이제 두 분의 수필가가 쓴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먼저 정문자 수필가 글을 읽어보면 절제된 표현으로 전편이 가지런하다. 언제부터인가 우체국 창구 앞에서 낯선 청년이 얼쩡거렸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자주 그쪽으로 쏠렸다. 우표 담당 정애가 쪼르르 밖으로 나가 무슨 말을 나누고 살짝 들어왔다. 잠시 후 내게 전화가 왔다. “안동 고등학교 k입니다. 퇴근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순간 나는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어떤 남자일까? 가슴 졸이며 퇴근 후 만났다. 우리는 수북이 자란 청보리밭을 지나 길게 뻗은 강둑에 나란히 앉았다. K와 몇 번 데이트를 즐기고 제과점을 나올 때 그가 슬며시 내 손을 잡았다. - 중략 정문자 수필가의 「꽃다운 시절」 수필 한 대목이다. 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정 공무원에 합격하여 안동우체국에 첫 발령을 받았다. 우체국 근무 중, 안동 고등학교 교사의 적극적인 대시로 생전 처음 이성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속천 앞바다에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나란히 섰다. 안동에서 설렘으로 잠 못 이루던 지난날이 아련히 떠올랐다. 그때 우리는 왜 사랑한다는 말을 아꼈을까? 비록 진정한 사랑을 몰랐을지언정 나의 스무 살은 내가 통틀어 가장 눈부시고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 중략 필자는 갑자기 진해우체국으로 발령이 나자 이별하게 되었다. 여름방학이 되자 K 선생이 필자를 찾아왔으나 다시 이어지기는 어려웠다. 흔히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꽃다운 시절, 이 작품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부처님 오신 날 포교당 절에서 두 할머니 이름이 적힌 연등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후 국수 파는 할머니는 명자, 양배추 샐러드를 파는 할머니는 청자라는 사실이 시장 바닥에 알려졌다. 두 사람은 자주 티격태격 싸웠지만 우리는 다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매월 16일 쉬는 날은 함께 병원에 가고, 찬거리도 사러 다녔다. - 중략 「명자와 청자」 이 글은 시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엮은 수필이다. 필자는 남편과 오랫동안 주단, 포목, 한복 가게를 운영했다. 점포 옆 노점에서 국수를 파는 할머니 이름은 명자이고, 건너편에서 양배추샐러드를 썰어 파는 할머니는 청자였다.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길가의 질경이처럼 억척스럽게 시장에 기대어 살아왔다. 두 할머니에게는 시장은 그야말로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청자는 묵은지와 청국장 등으로 상을 차려 들이밀며 억지로 숟가락을 손에 잡혀주었다. 명자는 넘어가지 않는 밥을 꾸역꾸역 넘기며 눈물범벅이 되었다. “우리 살아보자. 나는 서방하고, 딸을 한꺼번에 물에 떠내려가도 이렇게 멀쩡하게 지내고 있다” 동병상련, 두 할머니는 내 설움, 네 설움에 서로 부둥켜안고 한없이, 한없이 울었다. - 중략 어쩌면 부모는 자식에게 영원한 죄인인지 모른다. 낳고 키울 때는 그렇다 치자. 외아들을 잃은 할머니는 매월 초하루, 보름 내 아들 좋은 곳에 가도록 해달라고 지극정성으로 축원했다. - 중략 명자 할머니는 홀몸으로 기른 자식을 병으로 잃고 말았다. 실의에 빠져있을 때 청자가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밝히며 억지로 밥을 먹였다. 이 단원을 읽을 때는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문자 수필가는 이러한 사연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절절히 그려내고 있다. 부모가 된 죄로 낳아서 키울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죽어서까지 좋은 곳으로 보내려고 불공을 올리고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친다. 이 대목은 대다수 독자가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 수필 속에는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들어있고, 시장의 정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명자와 청자. 이 작품은 모 수필 사에 발표하여 그해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자야!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군인 트럭을 타고 경주수학 여행 간 기억나니?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 놀려댔지. 중학교 다닐 적에는 장난이 심해 선생님 꾸중 많이 들었다.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했다. 성적이 상위권이었으니 고등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잖니! 여고 시절에는 반에서 네가 제일 예뻤다. 나는 키만 뻘 쭉 했었고……. 우리는 장차 선생님이 되자고 굳게 약속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구나.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맑고 순수했던 너와 나의 추억은 고이 간직하자. - 중략 어느새 화려한 옷보다 수수하고 편안한 옷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다.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우리는 항상 가까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엉뚱한 일을 저질러도 “왜 그랬니?” 묻지 않고 “응 그랬구나” 말하며 믿어주는 너였다. 이제 돌고 돌아 가쁜 숨을 쉬며 여기까지 왔다. 다가올 미래를 너무 두려워하지도, 서글퍼하지도 말자. 그저 마음 가는 데로 흘러가 보자. - 중략 위의 「내 영원한 친구에게」 제목의 글은 편지로 쓴 수필이다. 옛친구에게 간절한 사연을 수필 형식을 빌려 써 내려갔다. 말하자면 편지 수필이다. 이러한 스타일의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 이미 작고했지만, 대하소설 『혼불』을 집필한 최명희 작가가 친구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가 공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두루마리 종이에 내림 글씨로 길이가 무려 7m나 되었으니 역시 대 작가의 필력이 대단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필자가 쓴 수필을 읽어보면 편지 속 주인공 문선자 씨는 필자와 오랜 벗이다. 어릴 때부터 가까이서 뛰놀며 자랐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은 학교에 함께 다녔다. 졸업 후에도 늘 오가며 마치 친자매처럼 사이좋게 지냈다. 같은 학교에 다니며, 무려 70여 년 우정을 쌓아온 사례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야말로 영원한 친구이다. 필자는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밤에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이 편지를 썼다. 절제된 표현, 잘 짜인 창문처럼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문장력을 구사한 작품이다. 정문자 수필가는 이 편지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다. 두 분의 진실한 우정이 오래오래 지속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열차는 코스모스 축제로 유명한 북천역을 지나 1시간여 만에 하동역에 닿았다. 기다리고 있던 인애(점이네)가 달려와 “언니!” 부르며 두 손을 꼭 잡는다. 손끝으로 반가운 마음이 진하게 전해온다. - 중략 우리는 하동군 마을을 누비는 행복 버스에 올랐다. 도우미가 싹싹하고 정이 넘쳤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섬진강을 따라 화개장터에 내렸다. 장터에서 재첩국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인애가 사는 청계마을로 향했다. - 중략 “언니, 이모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외톨이가 되었어요. 다행히 이웃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외로워요. 마산 있을 때는 언니가 곁에 있어서 외로운 줄 몰랐습니다. 요즈음은 하동 문화예술회관 문예반에 다녀요” 말하며 습작을 쓴 노트를 보여줬다. 서툴지만 또박또박 쓴 글을 읽어봤다. 장날 하동 장날 난전에서 도토리묵을 팔고 있다./ 국그릇에 식혀서 모양이 동그랗다/ 하늘나라 계신 엄마 생각이 나서 묵을 샀다./ 도토리묵을 담아주는 할머니 손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엄마도 그런 손으로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철없던 그때는 엄마니까 그러는 줄 알았다./ 시골은 사철 바쁘다. 그 와중에 이렇게 좋은 글을 쓰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인애의 글 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또 한 편을 읽어봤다. 엄마 생각 혼자 있을 때는 보고 싶은 엄마 생각/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밤에는 따스한 생각/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더운 날은 시원한 생각/ 언제나 엄마 자리는 추운 자리/ 언제나 엄마 자리는 더운 자리/ 인애는 섬진강 강여울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 중략 꽃구경 섬진강 맑은 물 흐르면 뭐하나?/ 기슭이 있어야지/ 기슭이 있으면 뭐하나?/꽃이 피어야지/ 꽃피면 뭐하나?/ 손잡고 꽃 구경할 임이라도 있어야지./ - 중략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밤늦도록 얘기꽃을 피우다가 곤하게 잤다. 이튿날 아침, 마당에 나오니 안개가 자욱하다. 그날의 정경을 잊을 수 없어 글로 옮겨 봤다. 물안개 스멀스멀 물안개가 길을 덮고 집을 에워쌉니다./ 길섶에는 풀잎마다 이슬 맺히고, 내 마음도 촉촉이 젖어 듭니다./ 안개는 숲을 따라 끊임없이 피어오릅니다./ 햇살이 퍼지자 안개가 걷히고 푸른 하늘이 드높습니다./ 온산에 울긋불긋 단풍이 곱습니다./ 저 붉은 가을 색은 어디서 왔을까요?/ 스산한 바람 불어 마른 잎 떨어지면/ 떠나간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여기는 선계, 그림 같은 청계마을입니다./ - 중략 「그림 같은 청계마을」이 작품은 수필 같지 않고 시를 읽는 느낌이다. 산뜻한 시 같은 수필이다. 이글은 특이하게 「점이네」 글과 이어지는 연작 수필이다. 필자와 이웃에서 언니, 동생 하며 지내던 점이네 (인애)는 살던 집이 재건축지역에 포함되어 부득이 이사하게 되었다. 보상금으로 받은 목돈으로 딸을 시집보내고, 하동 이모 집으로 떠났다. 인애는 떠난 후에도 친언니처럼 따르던 필자를 잊지 못하여 하동 청계마을에 초대한 것이다. 이 수필에서는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한 정문자 수필가의 따뜻한 성품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인애가 문예반에 배운 글이 재미있다. 아직 글솜씨가 서툴기는 하지만 꾸밈없이 생각나는 대로 쓴 글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의 글을 살펴보면 장날 도토리묵을 파는 할머니를 보며 일찍 떠나버린 엄마를 회상했다. 갸륵한 마음이 몽글몽글 묻어난다. 저자의 주석처럼 인애는 덧없이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일찍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꽃구경 글 또한 독특하다. “섬진강 맑은 물 흐르면 뭐하나?, 기슭이 있으면 뭐 하나?, 꽃 피면 뭐 하나?. 툭툭 던지듯 묻고 답하는 위트가 가히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정문자 선생이 안개 자욱한 청계마을을 표현한 「물안개」 시는 상당한 수준작이다. 시인으로 나서도 조금도 손색없는 서정적인 시다. 이 작품에서는 우연히 만났더라도 필자와 인애의 관계처럼 나이가 많으면 언니요, 나이가 적으면 동생으로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비록 남남이라도 서로 위하고 아끼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섬진강을 배경으로 재치가 넘치는 네 편의 시가 돋보이는 수필이었다. 모 수필 사의 평론가들이 올해의 수필로 선정한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도 꿈꾸는 그곳」 정명수 할아버지는 가난한 소작농 아들로 태어났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뿐, 도저히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가난은 타고난 숙명이 아니다. 나는 반드시 내 땅을 일구고, 떵떵거리며 살 것이다. 마음을 굳힌 그는 부관연락선을 타고 일본으로 떠났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몸을 아끼지 않았다. 튼튼한 체격에 성실했던 명수 청년은 건설현장에서 작업반장까지 오르며 돈을 모았다. 할아버지는 3년여 만에 묵직한 가방을 들고 귀국했다. 낯선 타국에서 노력한 보람으로 큰돈을 모아 돌아온 것이다. 그 돈으로 아낌없이 토지를 사들였다. - 중략 나는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다. 단발머리에 하얀 카라가 눈부신 교복을 처음 입었다. “이 세상에서 내 손녀가 제일 예쁘다, 예쁘다” 하시며 토닥여 주시던 정 많은 할아버지였다. - 중략 그는 농사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농부였다. 대궐처럼 크게 집을 짓고 집 앞에 논, 밭을 사모아 평생 농사만 지었다. 일생을 두고 가슴에 품었던 부농의 꿈을 번듯하게 이룬 것이다. - 중략 정문자 수필가는 살기 좋은 고장 진해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백일장에서 입상하는 등 문학소녀였다. 어릴 적부터 글 쓰는 능력이 내재 되어 있었을 것으로 사료 된다. 제목처럼 지금도 꿈꾸는 그곳은 할아버지 능력으로 일가를 이룬 터전이었다. “나는 할아버지 왕국에 행복한 공주였는지 모른다.”라는 대목이 있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번 돈으로 ㄷ자 큰 집을 짓고, 토지를 사모아 염원하던 부농의 꿈을 이루었으니 그럴만하다. 더구나 첫 손녀이기에 귀염을 독차지했을 것이다. 몰래 사랑방에서 사탕을 꺼내먹은 일, 쌀뜨물 사건, 콩을 깔아 이사 가자고 졸라대는 이야기 등은 모두 할아버지와 있었던 아련한 추억이다. 통상 할머니에 대한 회상이 많은데 할아버지와 사연은 특별한 경우다. 이 밖에도 필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 수두룩하다. 한복 전문가다운 「한 올의 정성」, 환경 오염 문제를 다룬 「내일을 위하여」, 「세 자매」, 「해후」, 「찹쌀떡 온정」 등을 소개하지 못해 심히 아쉽다. 필자의 문학적 소양은 여고 시절부터 싹텄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 한복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무궁화 봉사대에서 활동하는 한편, 수묵화, 민화 등 그림을 그리는 수준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성격이 차분하고 이지적인 사고를 품은 그는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향유할 수 있었다. 그의 특징은 어떠한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순리로 풀어가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서효창 수필가의 문학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그는 요즈음 왕성한 활동 하고 있다. 여러 수필 지에 작품을 발표하는가 하면, 야사와 야담을 집필하고 있다. 『강가의 아이들』 수필집을 출간한 후 꾸준히 발품을 팔아 자료를 수집하더니 교차로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1편 식 2년째 연재하고 있다. 몇 회 읽어봤는데 분량도 만만치 않았다. 매회 이렇게 많은 분량을 일주일에 한 편씩 쓰고 있는 작가의 열정이 대단하다. 대저 글이란 자신이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작가가 지향하는 상상의 영역을 가미하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원정 스님 뒤를 이어 명진 스님이 법좌에 오르셨다. 스님은 몇 년째 경남 불교청년회 경남지부 지도 법사를 맡아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비록 삭발은 했으나 반듯한 체격에 콧날이 우뚝한 남성미가 넘치는 모습이다. 스님은 청정한 눈매로 청중을 굽어보며 말문을 열었다. “오늘날 사부대중이 안고 있는 번민과 고통에 대하여 불교는 어떠한 해답을 제시할 것인가? 한국 불교는 현 사회가 당면한 복잡하고 다난한 문제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구태의연한 자만심에 빠져 자비심을 잃고 소명을 상실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지는 않은가? 명진 법사는 처음부터 사자후를 토하며, 청년 불자의 가슴에 서릿발처럼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 중략 각 지회장이 회동하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언제나 토론의 주제는 혁신이었다. [초하루 보름에 열리는 법회를 주말에 개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중과 더욱 가까이할 수 있는 생활불교를 지향하자고 제안했다] [구태의연한 남존여비 사상, 성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세대 젊은이다운 신선한 발상이었다. 현재 불교는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중략 방장 큰 스님을 모시고 있던 묵인 스님은 나이가 비슷한 권호(성진)를 데려와 절에 머물게 했다. 의욕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권호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주야로 불전에 엎드려 마음을 다잡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출가할 뜻을 굳혔다.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중략 위의 글은 「묵인과 명진」 일부를 옮긴 글이다. 서효창 수필가가 혈기왕성할 때 불교청년회에 몸담아 활약했던 일화를 쓴 수필이다. 명진과 묵인 두 스님은 우연한 기회에 만나 한마음으로 불제자의 길을 걷게 된 도반이 되었다. 그들은 성주사에서 수행 중, 경남불교 청년회 회원을 지도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해설을 쓰고 있는 나 또한 승적이 있을 때는 지도 법사를 한 적 있었다. 명진 스님이 한창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던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오래전 대학캠퍼스에서 열렬히 사랑했던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날이 후 성진 스님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이 밖에도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해 수계법회, 도자기 전시회 등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해박한 불교 지식을 바탕으로 진리의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성진 스님의 애달픈 사연이었다. 저자는 지금도 소운을 위시해 많은 대덕 스님과 교류하며 불심이 가득한 거사이다. 진주성 주인은 누가 뭐래도 김시민 장군이다. 장군은 전장에서 소리높여 외쳤다. “나는 충의를 맹세하고 진주성을 지켜 백성을 구할 것이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섬 오랑캐 수십만인들 무엇이 두려우랴, 나를 따르는 자는 살 것이요, 도망하는 치는 자는 멸할 것이다. 나의 엄지는 이미 떨어지고 식지와 장지로 활을 당기다가 남은 세 손가락마저 떨어질 때까지 싸우리라” 1592년 김시민 장군은 불과 3,800여 명의 군사로 왜군 2만여 명을 물리쳤으니 참으로 믿기 어려운 기적 같은 전쟁이었다. - 중략 짙푸른 남강물은 진주성을 감싸고/천만년 변함없이 도도히 흐르는구나/예부터 고고한 학이 날갯짓하고/용맹한 호랑이가 포효했도다/옳음이, 충심이, 절개가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이 땅에/구름인들 바람인들 허수히 지나가리./ 촉석루 옆에는 의기 논개 영정이 걸려있는 사당이 있다. 의 암에서 왜장을 안고 강물에 투신한 그의 결기는 조선 여인의 표상이 되었다. 프랑스에 잔다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논개가 있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 강하다./아-! 강낭콩보다 더 푸른 그 물결 위에/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변영로 「논개」 중에서 우리 부부는 이 박물관에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30여 년 전 이곳 판매장에 들렀을 때였다. 나무로 정교하게 깎아 옻칠한 기러기 한 쌍이 보였다. 아내는 기러기를 눈여겨보다가 진주 여행 기념으로 사들였다. 예부터 기러기는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 해로한다고 전해온다. 언제부터인가 기러기 한 쌍은 우리 내외의 상징물이 되었다. 지금도 아내는 매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 보물처럼 귀히 모시고 있다. - 중략 책의 타이틀과 같은 『한 쌍의 기러기』는 아내와 함께 진주성을 답사한 기행문이다. 진주성 전투는 임진년 전쟁에서 처음 승전고를 울렸지만, 처절한 전투였다. 김시민 장군이야말로 만고의 영웅이시다. 의암에서 왜장의 목을 끌어안고 물속에 뛰어든 논개야말로 가히 조선의 잔다크였다. 논개야말로 우리나라 여성의 다할 수 없는 표상이 되었다. 작가 부부가 진주 박물관 내 판매장에서 기러기 한 쌍을 구매했다. 여행 기념으로 사 온, 이 기러기는 후일 두 분이 아끼는 진품이 되어 고이 보관하고 있었다. 예부터 기러기는 한번 짝을 지으면 평생 해로한다고 하니 영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연유로 책표지에 기러기 사진으로 장식되기도 했다. 드디어 입주자 대표를 선출하는 투표가 시작되었다. 각 동 입구에는 입후보 기호와 인적사항이 붙어있고, 그 아래 투표함이 놓였다. 미리 배부한 투표용지는 편한 시간에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무보수로 봉사하며 명예도 없다. 그저 입주민에게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지만 작은 지자체처럼 책무는 막중하다. 경비용역, 환경미화 용역 등을 심의 의결하고, 관리소장을 임명한다. 매년 점검하는 물탱크 청소, 전기, 수도, 승강기 등을 작업할 업체선정 또한 대표자의 몫이다. - 중략 협의는 지지부진하고 부도덕한 그들에게 한계를 실감한 우리는 행동으로 나섰다. 대표와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30여 명이 시청에 몰려가 거칠게 항의했다. 잠시 후, 시장과 마주 앉은 나는 입주민이 요구하는 14개 항을 제출하고 그동안 논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자 시장은 “입주민의 요구사항을 잘 알겠습니다. 관계자와 상의하여 조치하겠습니다” 말했으나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준공을 허가한 책임을 묻고, 확답 없이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주장하며 3시간여 버티었다. 결국, 시장은 H 건설 사장과 직접 통화하여 신속히 하자를 보수하기로 약속을 받아냈다. - 중략 2년여 대표로 활동하면서 많은 분이 도와주고,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온갖 음해와 유언비어에 시달리기도 했다. 심지어 피서지에 있는 동안 공금을 횡령하고 피신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오죽하면 관리소장이 확인 전화까지 했겠는가? - 중략 이와 같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통상 아파트 대표는 주위의 추천으로 임명되고 있다. 때로는 서로 사양하여 공석으로 남아있기도 한다. 서효창 작가가 입주했던 H 아파트 대표는 초기에 건설사 사람으로 채워져 그들의 입맛대로 전횡을 일삼았다. 보다 못한 부녀회 등 주민들이 나서서 대표를 직선으로 선출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등 떠밀 듯 동대표에 당선되었다. 대표가 되자, 건설사에 끈질기게 하자보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건설사는 보수는 하지 않고 뇌물을 주는 등 음해와 횡포가 극심했다. 작가는 이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도저히 대화로는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입주민을 동원하여 시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작가는 시장과 담판하여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끈질긴 투쟁으로 성취한 결과였다. 「직선 입주자 대표」 이 수필은 작가의 바르고, 곧은 성격이 잘 드러나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가 강변 살 때는 해마다 얼음이 꽁꽁 얼었다. 은빛 반짝이는 칼 스케이트를 타고 신나게 달리던 형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작은형과 나는 영락없이 닮았다. - 중략 시난고난하던 형이 위중했다. 하루는 누워있는 형과 긴 시간을 가졌다. 큰형은 외지에 나가 있어서 나는 항상 작은형을 따라다녔다. 눈길에 손을 맞잡고 학교 가던 길, 똑같이 우등상을 받았던 이야기, 낚시 갔다가 고기가 잡히지 않아 메뚜기 잡던 일, 등 우리 이야기는 조곤조곤 끝없이 이어졌다. 형제간에 대화가 길어지자 형수가 음료를 챙겨주고 나갔다. 이제 작은형은 옆으로 누워 말하고 나는 벽에 기대어 들었다. - 중략 작은 형은 체격이 듬직하고 잘생긴 미남이었다. 유난히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던 호방한 사나이였다. 서예, 그림, 명리학, 등을 섭렵하여 누구보다 해박했다. 미인은 박복하고 재인은 단명하는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저 강물처럼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형이 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다. - 중략 「작은 형」 작품을 읽고 다시 한번 형제간 우애를 깊이 느끼게 했다. 일찍 타계한 형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작가의 유려한 필치로 한 가닥 한 가닥 풀어냈다. 오랫동안 지병에 시달리던 형이 합병증으로 위중 하자, 마지막으로 지난날을 추억하는 내용은 가슴이 뭉클하며, 잊히지 않는다. 네 살 아래였던 서효창 수필가는 어릴 때부터 형을 따라다니고, 의지했던 것 같다. 작가가 야간 고등학교 다닐 때 격려하는 편지, 눈 속에 손을 꼭 잡고 학교 가던 길, 낚시하다가 메뚜기 잡던 일, 등 소소한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은 형 이름은 서효득 선생이다. 작가와 끝 자만 다르다. 외모도 흡사 닮았다. 그러나 재능은 형이 훨씬 출중했다. 태권도 사범에다가, 그림, 서예, 명리학 등 명실공히 문무를 겸한 재사(才士)였다. 시종일관 리얼하게 써 내려간 이 수필은 어느 독자가 읽어도 진실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우수작이었다. 그 외에도 죽마고우와 진실한 우정을 그린 「브로맨스」, 기행수필 「적벽동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한 「매타버스」 등 실로 다양한 장르에 걸쳐 글을 쓰고 있다. 이러한 작품 속에 탁월한 작가의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문장을 물 흐르듯, 매끄럽게 정리하고 요소요소에 핵심을 찌르는 예리함을 엿볼 수 있다. 서효창 수필가는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 강변에서 자랐다. 더 넓은 백사장이 놀이터였다. 그의 가슴에는 언제나 시퍼런 강물이 흐르고, 언제나 고향의 아름다운 정경을 글 속에 담고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삶의 현장, 시장에서 몸소 겪었고, 심리상담사로, 서예 초대작가, 자원봉사, 경남 시사교양 포럼 대표 등으로 활동하며 축적된 경험과 지혜의 산물이 작품 속에, 내재하고 있다. 서효창 작가의 글을 읽으며 수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수필은 진솔한 삶의 성찰이다. 그리고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대체로 풍족한 환경에서는 감동적인 작품이 탄생하지 않는다. 누구나 공감하는 명작은 상실과 일탈에서 나온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주자의 『근사록』에는 “너그러우면서도 엄격하라” “온화하면서도 바른 것은 단호히 주장하라”라는 문구가 있다. 두 분의 글 속에는 근사록의 뜻이 은연히 내포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근저는 많은 경험과 의지에 기인했을 것이다. 비록 이름있는 평론이나 비평가처럼 전문적인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두 분을 잘 알기에 해설에 응했다. 사실 본인은 승가에서 자리를 옮겨 인문학을 선택했지만, 전공은 종교학 분야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의 깊은 양해 바랍니다. 요즈음은 100세 시대이다. 두 분은 아직 건강하다.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기는 훌륭한 작품을 기대한다. 다시 한번 산수기념 수필집 『한 쌍의 기러기』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 성심제에서 상현달을 바라보며. 이연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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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납자,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도는 스님이 지은 「제법무아」를 읽으며 불교와의 인연을 토대로 평범하기만 한 삶에서 옥돌을 찾아낸 「묵인과 명진」 「일심동체」 「적벽동천」 등 서효창의 수필들은 하나 같이 일상에 밀착된 소재들을 건 져 올려 읽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한편 부부합창이라 할 부인 정문자 님의 「명자와 청자」 「점이네」 「세 자매」 등 글들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애틋하고도 잔잔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었던 일들을 차분하게 펼쳐낸 수필로 여류 문필가로 조금도 손색없는 글들을 접하게 한다. 부부가 함께 머리와 가슴을 맞대 내는 수필집이라 더욱 소중하고 귀하다. - 김현우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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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자, 서효창 부부수필집 『한 쌍의 기러기』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여 든을 맞이하기까지 부부가 함께 문학을 하며 같은 길을 걸어온 것은 큰 축복이다. 정문자 수필가는 평생을 여성적인 것과 여성의 의상에 관심을 가져왔다. 수필 역시 면면히 이어져 오는 한국의 전통적인 여인상을 그린다. 또한 속이 깊고 품이 넉넉하며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대의를 생각한다. 서효창 수필가의 작품 역시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녹아 있어 마음 든든하다. 부부가 평생을 해로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큰 덕목이 되는 시대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 자라서 부부로 만나 일심동체가 된다는 것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남편 서효창과 아내 정문자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기러기다. 부창부수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러한 부부의 정리가 우리 사회의 모범이 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남은 인생도 서로 마주 보고 의지하며 행복하게 마무리하리라 믿는다. 모처럼 출간되는 귀한 부부수필집에 감동을 하며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 - 백남오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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