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너무나 기가 막힌1막 - 내 피에 흐르는 독한 반항의 술2막 - 충돌 행진곡3막 - 1장 허영심의 로켓 발사3막 - 2장 블루진 키드4막 - 지옥의 수프가 보글보글5막 - 만약 소원이 말이라면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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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 Haw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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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빌이 고래잡이에게 했던 일을 나는 배우에게 해 보이겠다.”에단 호크가 자신을 원고지 위에 올려 거머쥔 문학적 성취〈비포 선라이즈〉 3부작으로 잘 알려진 배우 에단 호크는 네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두 번 오르며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고, 두 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완전한 구원』은 『이토록 뜨거운 순간』과 『웬즈데이』 이후 그가 20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이다. 긴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그의 삶은 더욱 깊어졌고, 필력은 정점에 이르렀다. “마땅히 받아야 할 문학적 찬사를 받는 데 그의 유명세는 필요치 않다”는 독자평은 드디어 그가 작가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다. ‘펑크록의 대모’이자 시인인 패티 스미스가 강력히 추천한 이 소설은 출간 즉시 아마존 소설 분야 1위에 올랐고, 《워싱턴 포스트》 《선데이 타임스》 《커커스 리뷰》 등 13개 주요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가장 짜증 나는 건 소설이 정말 좋다는 사실”이라며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의 문학적 재능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에단 호크가 35년간 배우로 살아오면서 ‘연기’에 대해 배운 모든 것을 녹여낸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출간된 두 권의 소설 속에서 독자들은 집요하게 ‘스타 에단 호크’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절망한 그는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세 번째 소설이 출간되었을까? 두 번째 소설을 내고 출간 행사를 하던 중에 만난 한 출판 관계자의 조언이 계기였다. “당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쓰세요. 자신을 원고지 위에 올려놓기 전에는 그런 인식을 극복할 수 없을 거예요.”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그로부터 20년이 걸렸다. 소설의 배경인 연극 무대는 에단 호크가 배우로서 태어난 곳이자 연기와 처음 사랑에 빠진 장소다. 영화 경력을 쌓아나가는 동안에도 틈틈이 연극에 시간을 할애해 온 그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바로 ‘연기’였다. 허먼 멜빌이 『모비딕』에서 고래잡이에게 한 것을 에단 호크는 이 소설에서 배우에게 해 보인 것이다.“내가 평생 절대 망쳐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이번 공연이었다.”‘진심’을 전하기 위해 ‘연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나는 열여덟 살에 처음 영화를 찍었고, 성인이 된 뒤로 서른두 살인 지금까지 대체로 유명인이었다. 따라서 낯선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는 일을 겪은 지도 아주 오래되었다. 보통 나는 그런 사람들을 능숙하게 무시해 버린다. 현실을 부정하는 내 능력은 아주 뛰어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등 뒤에서 자기 이름을 수군거리며 자신의 인생과 헤어진 애인들에 대해 시시콜콜 떠들어댄다고 누가 말한다면, 우리는 아마 그 사람을 편집증적인 망상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 환자로 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내게는 현실이다.” _책 속에서주인공 윌리엄 하딩은 10대 시절에 데뷔해 지금은 톱스타의 남편이자 두 자녀가 있는 서른두 살 영화배우다. 셰익스피어의 사극 〈헨리 4세〉에서 홋스퍼 역을 맡아 브로드웨이연극 데뷔를 앞두고 있다. 내일은 이 완벽한 커리어의 첫걸음인 대본 리딩을 하는 날이다. 그런데 시작하기도 전에 그에게 따가운 눈총이 날아오고 있다. 그가 저지른 무책임한 실수로 인해 파탄 난 결혼 생활이 언론과 SNS에 퍼져 나간 것이다. 어머니, 연출가, 동료 배우, 심지어 택시 기사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게 훈계를 늘어놓는다. 집에서 쫓겨나듯 호텔에서 지내게 된 윌리엄은 괴로움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위스키나 코카인에 손을 대지만 그런 것들은 다음 날 숙취만을 남길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그런 그를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연극이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만은 여전히 그의 자존감을 이루는 핵심이었다. 화려한 영화 촬영장이 아닌 소박한 연극 무대에서 유명세에 가려진 자신의 진짜 모습, 무(無)의 상태가 되기 위해 절박하게 몸부림친다. 연극 속에서 그는 “불륜, 애정 없는 부모, 거짓말, 아버지로서 실패작이라는 말로만 정의되는 존재가 아닌, 나를 정의하는 다른 말이 있을 것 같”은 구원의 가능성을 본다. 연극은 그에게 망가진 자신을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바깥세상은 배우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 같은 위치로 올려놓고 배우의 삶에서 가장 하찮고 피상적인 측면만을 떠받드는 경향이 있지만, 연기의 진짜 즐거움은 배우 자신이 사라지는 데에 있다. 다른 존재의 외견, 즉 그들의 출신, 말씨, 옷차림, 개인적인 배경 등을 몸에 걸치고 나면 배우는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쉽게 이리저리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해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껍데기를 쓸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나다. 이 사실이 작게나마 심오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들 중 어느 것도 내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_책 속에서대중의 찬사를 받는 데 익숙한 이 젊은 영화배우에게 연극계의 거장들과 함께하는 공연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첫 공연을 마친 다음 날, 윌리엄 하딩은 《뉴욕타임스》로부터 “완벽한 작품의 유일한 문제점”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이제 그는 평론가의 시각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싶지 않다. 그럴수록 연기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더욱 분투한다. ‘세상이야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어쩌면 무대 위에서 최고의 연기를 해내는 것이 현실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훈련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연극에 몰두한다.윌리엄이 맡은 극 중 인물 ‘홋스퍼’는 위기에 처한 그에게 적합한 배역이었다. 다른 사람을 언어적으로 학대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반항적인 전사 연기에 현실의 분노를 실어 무리할 만큼 과한 연기를 한다. 결국 몸이 견디지 못하고 그가 비명을 지르는 대목에서 성대가 찢어져 버린다. 즉시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마지못해 국소 마취만 한 채 수술하고 바로 무대에 오른 윌리엄 하딩은 그 고통을 이용해 마침내 무대 위에서 모두를 열광시킨다.“절절 끓는 이 고통이 나를 살게 하기를!”스스로를 파괴해야만 새어 나오는 생의 아이러니주인공은 불륜을 저지른 이혼남, 게다가 유명 배우다. 사회적으로 보자면 그의 인생은 망했다. “뭔가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때, 사실은 네 안에서 뭔가가 스스로를 ‘바로잡는’ 중일 수도 있”다는 그의 아버지의 위로처럼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은 그의 삶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소설은 결함 있는 화자의 추락한 인생이 고행과 같은 수련을 통해 서서히 복구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뭔가를 잃을 때마다 자네는 이렇게 소리쳐야 돼. ‘천만다행이다.’ 몸이 좀 더 가벼워졌으니, 그만큼 더 자네다워진 거야. 자동차든 생각이든 신념이든 여자든 자네가 잃어버릴 수 있는 건 자네 것이 아니거든.” _책 속에서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자꾸만 더 가지고 싶은 마음,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이런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인생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불행하고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든 욕망의 이면에는 상처가 있다. 상처는 헤집어 보지 않고는 그 정체와 깊이를 알 수 없기에 꺼내 보여야 한다.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치유하는 순간이 긴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것이 고통을 동반할지라도. “세월이 흐른다고 저절로 치유되는 건 없어. 세월이 흘러 잊을 수는 있어도,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만으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서 부서진 곳을 치유해야 해.” _책 속에서처음에 난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그 상처는 살아가면서 다른 방식으로 계속 재현된다. 윌리엄은 공연 내내 별거 중인 아내가 와주기를 바라지만 사실 진짜 기다린 사람은 어린 그에게 상처를 준 아버지였다. 이혼 문제로 골머리가 썩는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자기 자신 때문에 괴롭다는 걸 모른다. 스스로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유명세, 남성성, 제삼자의 눈에 비친 껍데기를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벗은 뒤에야 깨닫는다. 스스로를 치유하기 전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없고, 처음부터 결혼과는 상관없는 문제였다는 것을 말이다.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사는 배우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구원』의 등장인물들이 윌리엄 하딩에게 전수하는 연기론은 곧 인생론이다. 에단 호크는 모든 사람의 입을 빌려 독자에게 쉼 없는 조언을 쏟아낸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정직한 태도를 가르쳐준다.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긴다. 결국 생의 진정한 축복은 끊임없이 갈구하고 연구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통해 에단 호크는 증명해 보인다. 이토록 솔직한 자기반성의 서사를 쓸 수 있는 작가가 에단 호크 말고 또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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