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니콜라 로고소바의 다른 상품
박효진의 다른 상품
|
내 이상함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아무래도 내가 뭔가를 하고 있으면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부모님은 그걸 보고 내가 나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참 거창한 말이다. 전에는 내가 생각에 잠겨 있다고 했었지만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생각에 잠겨 있는 게 아니라, 관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가 나만의 세계에 빠져 있으면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른다. 아까 말한 아이스크림 이야기처럼. 가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걷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
--- p.12 그런데 문득 그 할아버지가 초자연적인 일을 했다는 건 마법사가 있다는 거고 그럼 귀신처럼 다른 초자연적인 것도 사실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둘 다 그저 배우일 뿐이라는 건 알지만 꼭 볼드모트나 다스 베이더가 아니더라도 배우가 아닌 정말 무시무시한 존재가 진짜로 있다면? 순간 물속에 오래 있으면 생기는 퉁퉁 불은 손가락 주름처럼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이 떠올랐다. 눈알 없이 해골처럼 텅 빈 눈구멍만 있는 얼굴. 큰 키에 바싹 말랐는데 손가락이 무섭도록 긴 인간. 사람도 귀신도 아닌 시커먼 소용돌이가 사람을 빨아들여 피와 영혼을 빨아먹는 모습. --- p.25 알리체나 데니스였다면 마테이도 오빠도 평범하게 말을 걸었겠지. 다 내가 뚱뚱해서 그런 거다. 아니, 사실 뚱뚱한 것도 진짜 이유는 아니다. 라트카도 뚱뚱하지만 친구가 많고 B반의 루카스랑 사귀기도 하잖아. 아마 사실은 내가 이상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하지만 진짜 이상한 사람들은 책 읽는 게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들이란 말이야. 세상에서 독서만큼 좋은 게 도대체 어디 있냐고. 어른이 되면 바보 같은 테니스 수업도, 기타 수업도 안 다닐 거야. 회사에서 책을 읽는 어른이 될 거야. 난 오로지 책을 읽을 때 행복하니까. --- p.55 “여기서 숨이 멎을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자.”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았다. 손으로 새를 조금 더 감싸자 새가 몸을 뒤틀더니 잠시 후에 잠잠해졌다. 이제 진짜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새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또다시 몸을 움찔거리고 날개를 뻗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아파서 괴로운 데다 목에 난 구멍 때문에 숨도 쉬지 못하는 듯 보였다. 우리가 죽여야 해. 새가 오랫동안 괴롭지 않으려면. 머릿속에 그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모든 동물의 죽음은 빨라야 한다. 그때 프란타가 말했다. “우리가 죽여야 해.” --- p.169 “이 세상에서 너만 힘들고 너만 괴로운 줄 아냐? 어두운 곳만 가면 헛것이 보일 바엔 난 차라리 너처럼 다리 아픈 편이 낫겠어!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것보다 차라리 못 걷는 게 낫고, 목발을 짚고 다녀도 되니까 평범하게 살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너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래, 넌 쓸모없는 인간이야. 그런데 네가 쓸모없는 놈인 건 네 다리 때문이 아니라 네가 나쁜 놈이라서 그런 거야. 그리고 그건 네가 선택한 거라고!” “진짜 정신 나간 새끼야, 넌.” 프란타가 내게 말했다. “정신 나간 미친 새끼라고.” “그럼 너는 나쁜 새끼야. 다른 사람은 건강하고 너는 아니라고 해서 닥치는 대로 미워하잖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 p.188 “너희 정말 이상한 놈들이구나. 응?” 그리고 경찰관이 나가버렸다. 그러자 우리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이상한 놈들이 맞으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주머니에서 유리 조각을 꺼냈다. 그러자 카트카가 다시 이마를 짚었지만 더 이상 나를 엄한 눈빛으로 쳐다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카트카에게 같이 할 거냐고 묻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할까?” 밀라가 물었다. 나는 밀라에게 유리 조각을 건넸다. “조심해. 날카로우니까.” --- p.245 |
|
클래식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유쾌하지만 유치하지 않은 ‘멋진 성장 소설’.
『이상한 아이들 클럽』 속 어딘가 조금씩 이상한 네 명의 아이들은 가족 해체, 다양성, 소수자, 유튜브와 숏폼 등의 매체 노출과 같은 동시대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을 현실감 있게 반영한 캐릭터들이다. 인물들이 얽혀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무척 섬세하게 그려진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흥미로운 사건들이 바퀴가 되어 인물들의 성장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완만한 속도로 달려나간다. 일러스트레이터 니콜라 로고소바의 세련된 일러스트와 더불어 체코 디자인 어워드, 체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상 등을 수상한 감각적인 북 디자인으로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충족시킨다. 무엇보다 체코에서 가장 성공적인 여성 작가 페트라 소우쿠포바의 간결한 문체와 진정성 있는 주제 의식은 마지막 장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다. 체코에서 온 이 매력적인 소설을 읽으며 우리 모두가 하나쯤 가지고 있는 ‘이상한 구석’에 대해 떠올려 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