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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며
가래나무 - 우러러 높이 축하할 일 감태나무 - 숲의 향긋한 안내자 개암나무 - 작고 못생겼다니, 누가 그래요? 국수나무 - 짭짜름한 유년의 맛 꽝꽝나무 - 작은 새가 숨어있기 좋은 나무 나무아파트 - 후투티는 6층에 살았다 납매 - 진짜야 그건 노각나무 - 우아하게 헤어질 결심 녹나무 - 숲의 향기 지도 담쟁이덩굴 - 자연의 예술가 대팻집나무 - 홀려서 정신없이 따라갔지 덜꿩나무 - 맛없는 열매가 맛있어질 때까지 두충나무 - 슬기로운 나무 생존기 때죽나무 - 때를 알고 때를 기다린다 무화과 - 서로 먹겠다고 다투기까지 하니 물푸레나무 - 사랑받는 삶 미루나무 - 구름과 새 배롱나무 - 꽃이 세 번 피고 지면 쌀밥을 먹는다고 백당나무 - 백 가지 매력을 보여줄 시간 버드나무 - 운명의 기술자들 사람주나무 - 여러 번 놀라게 한다 산딸기 - 산딸기 따러 가는 아침 산딸나무 - 같은 듯 다른 매력 새가 심은 나무, 새를 부르는 나무 생강나무 - 나무의 두 번째 삶 서어나무 - 숲의 무대와 관객들 용버들 - 예술하자 이태리포플러 - 성냥공장 소녀의 상냥한 복수 제피나무 - 엄마의 유산 쪽동백나무 - 마음을 다해 좋아하면 팥배나무 -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말하게 된다 피나무 - 고요가 배어있는 방식 함박꽃나무 - 숲의 슈퍼스타 홍괴불나무 - 오케이 히어리 - 눈을 뜨자 겨울이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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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숲은 녹색이 짙어 그늘도 깊다. 햇빛은 가지 새로 가늘게 비친다. 감태나무 잎에 볼록볼록한 쥐젖 모양의 벌레집이 생기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더니 둥근 공 모양 같아졌다. 벌레집은 신기하게도 감태나무 열매를 닮았다. 열매 자루 긴 것까지 닮아서 감쪽같은데 누구의 솜씨인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벌레집이 잔뜩 생겼어도 나무는 별 손상 없이 잘 산다. 열매는 초록색이다가 검게 익는데 윤이 난다. 맛이 좋을 것 같지만 혀가 얼얼할 정도로 쓰다.
--- p.21 「감태나무」중에서 5월과 6월은 새끼 키우는 새들에겐 무척 바쁘고 힘든 달이다. 부모는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하고 잘 키워서 내보내야 한다. 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를 떠나는 것을 이소離騷라고 한다. 새끼에겐 생애 첫 도전이고 세상으로 나가는 첫 관문이라 두렵고 무섭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새끼를 보며 부모는 애가 탄다. 먹이를 물고 새끼를 부르며 나오라고 독촉한다. --- p.39 「꽝꽝나무」중에서 백로나 해오라기 다리처럼 미끈하다고 하여 ‘해오라기의 다리’를 의미하는 한자 ‘노각鷺脚’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동물의 아름다운 특징을 나무가 가졌으니 어디 비할 바 없이 돋보인다. 백로과 새들은 물고기 사냥을 잘한다. 해오라기는 목을 웅크리고 있다가 물고기가 보이면 잽싸게 낚아챈다. 백로 중에서도 중대백로는 몸이 희고 다리가 길다. 예전엔 여름 철새였지만 지금은 사계절 사는 새로 번식기가 되면 장식깃이 아름답고 우아하다. --- p.59 「노각나무」중에서 대팻집나무는 습기에 강하고 뒤틀림이 없어 대팻집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름도 대팻집이다. 대패는 나무를 벗기고 얇게 만드는 데 사용되고, 대팻집은 대팻날을 끼울 때 사용하는 틀이다. 어린 날 동네 제재소나 목공소에 가면 작업대에는 늘 대패가 놓여 있었다. 대패로 나무를 밀면 톱밥이 흩날렸다. 나무 냄새가 좋아 바닥에 떨어진 토막을 주워 오곤 했다. 그래선지 대팻집나무는 이름만으로도 친근감이 든다. --- p.79 「대팻집나무」중에서 물푸레나무를 좋아하는 작가가 퍽 많다. 책의 제목으로 쓴 이도 있고 시와 소설에도 자주 등장한다. 1933년에 발표한 이태준 단편소설 「마부와 교수」를 보면 물푸레나무가 나온다. 물푸레나무의 성질을 몰랐을 땐 책에 나오는 채찍의 강도를 가늠하지 못했다. 쿵, 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말에게 마부는 물푸레 채찍으로 연신 채찍질한다. 말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주변 사람도 걱정하고 교수도 안타까운 마음에 몇 번 참견하는데 마 부가 하는 말이, 넘어진 말은 계속 때려서라도 일으켜 세우지 못하면 결국 죽고 만다는 것이었다. --- p.109 「물푸레나무」중에서 생강나무 새순만큼 깜찍한 것이 있을까. 잎눈을 감싸고 있는 아래쪽 비늘(인모)은 비단결같이 부드럽다. 인모鱗毛는 ‘식물의 줄기나 잎 따위의 겉면을 덮어서 보호하는 잔털’이다. 나무는 초식동물에게 뜯어 먹히지 않으려고 털과 가시로 어린잎을 감싼다. 꽃은 산형꽃차례로 꽃자루는 짧고 역시 털이 있다. 벌들은 담방담방한 꽃 속을 드나들며 꽃가루를 묻히고 간다. 열매는 둥글게 달리고 까맣게 익는다 --- p.166 「생강나무」중에서 유독 마음이 가는 나무가 생기면 계속 그 나무를 생각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첫 마음과 닮았다. 나무의 어여쁜 시작에 감탄하며 매일 만나기를 기대한다. 이게 어떻게 우연이겠는가. 그해 봄, 그 시각, 그 장소에 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나무, 내 눈이 닿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나무가 쪽동백나무다. 낮은 산지에서 잘 자라는 낙엽활엽교목으로 나는 근처 공원에서 보았다. 나뭇가지가 땅에 닿을 듯이 내려왔고 줄기는 검었다. 동백나무 열매보다 작은 열매를 맺는다고 해서, 쪽을 질 수 있는 기름을 얻는다고 쪽동백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추위와 공해에 강하여 조경수, 정원수로도 많이 심는다. --- p.197 「쪽동백나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