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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그래픽노블,
최초의 시도이자 유일한 만화의 시작 기품과 박력을 모두 갖춘 한국화의 새로운 변화. 컴퓨터로 휘황찬란하게 그린 웹툰이 대세지만, 하얀 종이에 묵직하고 담담하게 그려진 먹색 선은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채색 대신 적재적소에 번져나간 색채는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힘이 있다. 한 곳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백호의 위엄은 오랜 기간 한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갖는 내공의 무게가 아닐까 짐작케 한다. 《백호》는 긴 시간 수묵담채화를 그린 화백의 그림을 만화라는 그릇 안에 담아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생경한 경험을 선사한다. 수묵화를 끌어안은 만화, 한계를 넘어서다 〈백호〉는 연하장이나 고루한 신년 달력에서 자주 보던 주제였다. 그렇게 케케묵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나 《백호》는 이런 이미지를 호쾌하게 반전시킨다. 또한 시대와 함께 변하던 만화가 옛것의 화폭을 껴안으면서 만화의 한계가 없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여기에 대사는 없지만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작화는 매 컷이 예술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작가가 진력을 다해 그려낸 비경에 매혹되리라 여겨진다. 다니구치 지로가 먼저 알아본 작품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숲의 패왕, 백호》라는 이름으로 먼저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는 《고독한 미식가》《선생님의 가방》의 작가로 잘 알려진 다니구치 지로의 격찬을 받았다. 한국 뿐 아니라 만화 강국 일본에서도 보지 못한 형식의 작품이며, 그림으로만 풀어낸 동식물의 생과 사가 곱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백호》는 짧은 이야기지만 동물 세계의 약육강식과 자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우러져 풍요롭게 조화를 이룬다. 그리하여 한 권으로 엮인 그림은 삶의 전부를 남김없이 담아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점, 선, 면 하나하나에 어린 작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자. 그동안 시간을 흘리기 위해 만화를 보던 행위는 눈을 깨우고 마음을 덥히는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