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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중국문화사
한시와 일화로 보는
나카무라 고이치 저 / 조성진,조영렬 공역
뿌리와이파리 200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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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장 중국의 사랑의 꽃말
꽃은 말하고 풀은 얘기한다
매화--혹독한 추위에도 향기로운 꽃을 피우다
살구--학업을 성취하소서
버드나무--무사히 여행하소서
복숭아--사악한 기운을 떨쳐내고 불로불사를 주다
모란--모란이 아니면 꽃이 아니다
작약--재회를 약속하고 이별을 아쉬워하며 선물하는 꽃
장미--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야합화--열리고 닫히는 이파리는 다정한 연인이런가
말리화--여성의 화장을 도와주는 짙은 향기
원추리--근심 걱정을 잊게 하는 꽃
연꽃--연애와 통하는 에로틱한 꽃
호리병박--아이를 잘 낳기 바랍니다
여지--세월이 흘러도 더욱 열매를 잘 맺는 나무
오동--오동나무 이파리 하나 떨어지니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아노라
홍두--붉은 광택을 잃지 않는 견고한 열매
석류--웃으며 터진 열매에 무수한 씨앗
감귤--귤은 길조, 정월에 선물하는 밀감
당귀--사람을 불러들이는 주술적인 풀
모과--모과를 던진 저 여인에게 옥으로 만든 장식을 선물할까
난--난 꿈은 아이를 가질 징조
수선--자태와 향기, 춘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꽃

2장 꽃말의 오솔길
동백--추위를 거뜬히 이겨내고 색이 바래지 않는 사랑의 꽃
송백--당신은 나를 잊지 않았군요
창포--훌륭한 자식을 낳게 해주기를
띠--남자를 유혹하는 미녀의 하얀 손
백합--신랑 신부의 새 출발을 축하합니다
파초--잎에 써놓은 시 한 수. 아우야 그립구나
산초--서로 아끼고 사랑하다가 아이를 얻다
추해당(베고니아)--애끊는 괴로움
빈랑--행복한 결혼생활
계화--학업성취와 영예
국화--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밤--일찍 일어나 부모를 섬기는 며느리의 마음가짐
만년청--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청청하고 무성하여라
병체화 --머리를 나란히 한 일심동체의 연인들
옮기고 나서

저자 소개

저자 나카무라 고이치(中村公一)
1943년생. 와세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동양미술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술, 꽃꽂이 관련 잡지의 편집장을 거쳐 현재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연구 주제는 중국의 식물문화사, 상징문화, 민간신앙 등이며, 그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재배가’로 평가받는 중국인과 꽃(식물)의 민속학적인 연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중국의 꽃말―중국인과 꽃의 심볼리즘』이 있다.
역자 조성진, 조영렬
<조성진>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부설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에서 동양고전을 공부했다. 그 후 편집자 생활을 거쳐 현재 동아시아 관련 서적 번역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역서로 『선불교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조영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부설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했다. 현재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역서로 『이슬람, 그들은 누구인가』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3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5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024237

책 속으로

어느 깊은 산속 마을에 왕복王福이라는 젊은이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약초를 캐며 살고 있었다. ……
그전부터 이 산에 올라 약초를 캐고 싶었던 담대한 젊은이는 어느 날 결심을 굳히고 어머니의 허락을 구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자식에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일단 장가를 들고 나서 가라고 타일렀다. 왕복은 어머니의 명을 따라 아내를 맞이했고, 그 뒤로는 아름다운 아내에게 푹 빠져 지내느라, 두 번 다시 산에 가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지내고 있는 젊은이를 본 마을 사람들이, “사랑스런 아내와 이별하는 게 괴로워 산에 갈 수가 없겠네 그려.”라고 뒤에서 쑥덕거리자, 오기가 치밀어 즉시 약초를 캐러 산에 갈 결심을 굳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울면서 말렸지만,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어머니와 아내에게, “만일 내가 3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좋은 남자를 찾아 재혼하시오.”라고 일러두고 혼자서 산으로 향했다.
아내는 시어머니와 함께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남편의 무사평안을 빌며 밤에도 편안하게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이 매우 야위었다. 그리고 약속한 3년이 지나도록 왕복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모친은 슬픈 일이긴 하지만, 아들은 산중에서 사고를 당해 죽어버린 게 분명하다고 체념하며, 아들과 약속한 대로 며느리에게 재혼을 권유했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는 좀처럼 승낙하려 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시어머니의 설득을 뿌리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친정으로 돌아가, 이윽고 다른 집으로 시집갔다.
그런데 이렇게 얄궂은 일이 있을까. 아내가 재혼하고 채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왕복은 진귀한 약초를 수레에 잔뜩 싣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마을사람들은 그의 용기를 칭찬했지만, 아내가 재혼한 사실을 알게 된 왕복은 좀더 빨리 돌아오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 하지만 아무리 후회해도 이제 와서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왕복은 산에서 캐 온 진귀한 약초를 전처에게 모두 주면서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
“이것을 팔아서 당신에게 새 옷이라도 한 벌 사주려 했는데 안 되겠구려. 모두 당신에게 줄 테니 팔아서 살림에 보태 쓰시오.”
그때부터 평소에도 몸이 약했던 그녀는 한층 초췌해졌고, 월경마저 멈춰버렸다. 그리고 불행한 운명을 견딜 수 없어서인지,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살아서 무엇 하겠는가. 차라리 저 약초를 몽땅 한꺼번에 먹어버리면 독에 중독되어 죽어버리겠지!’라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전 남편이 가져온 약초를 전부 달여서 먹어버렸다. 그러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놀랍게도 그녀는 죽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거꾸로 안색도 좋아지고 날이 지나자 멈췄던 월경도 다시 시작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왕복이 가져온 약초가 부인병에 큰 효능이 있음이 알려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을 떠난 남편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 할 수 없이 아내가 재혼한’ 이 두 사람의 처지가, 고시古詩에 있는 ‘돌아와야 할 때에 어째서 돌아오지 않았는가正是歸時底不歸.’라는 구절과 딱 맞아떨어진다 해서, 이 약초를 ‘당귀當歸(마땅히 돌아와야 한다)’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당귀」편, 211~214쪽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안록산이 양귀비에게 던져 그녀의 가슴에 상처를 입힌 모과’라는 구절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여담이지만, 옛날 중국 여성들이 애용했던 말흉자抹胸子(유방을 감쌌던 속옷)를 발명한 이가 현종 황제의 총애를 받은 양귀비였다는 전설과 관계가 있다.
민간의 전설에 따르면, 안사의 난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현종의 신임이 두터웠던 호족胡族 안록산은 양귀비와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으며, 언젠가 안록산이 장난으로 던진 모과 열매가 양귀비의 유방에 맞아 상처를 입혔다. 양귀비는 그 상처를 현종이 볼까 두려워한 나머지 ‘금가자金訶子’라고 하는, 가슴을 장식하는 가리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전설에서는 양귀비의 상처는 안록산이 그녀의 유방을 손톱으로 긁어서 생긴 것이라고도 하니, 아마도 이 이야기는 패관의 붓끝에서 나온 픽션일 것이다. 그러나 안록산이 양귀비에게 모과 열매를 던진 것이 만일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하면, 픽션이긴 하지만 이 또한 그 밑바닥에는 고대중국에서 내려오는 척과의 풍속(남자인 안록산이 던진 것이긴 하지만)이 면면히 흐르고 있는 증거이리라.
―「모과」편, 230~231쪽

화기가 길고 추위를 잘 견디는 특성 때문에 동백은 예전부터 ‘변하지 않는 애정’을 상징했다. 오늘날에도 운남산다의 고향인 운남성을 위시로 남방의 소수민족 사이에서는 동백이 ‘애정’과 ‘구혼’을 뜻한다. 예컨대 운남성 초웅楚雄의 이족彛族에서는 젊은이가 마음속에 점찍어둔 아가씨에게 동백 한 다발을 건네주며 연심을 전달하는 풍습이 있다. 서쌍판납西雙版納의 하니족哈尼族에서도 청년이 첫눈에 반한 아가씨에게 동백꽃 가지를 준다. 꽃가지를 받은 여자는 동백에 실을 묶어 허락과 거절을 표시하여 남자에게 되돌려주는데, 이때 실이 하나면 ‘거절합니다.’, 둘이면 ‘승낙합니다.’, 셋이면 ‘이미 애인이 있어요.’라는 뜻이다.
―「동백꽃」편, 225~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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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장미를 관장하는 화신은, 일설에는 후궁의 비 가운데 한무제漢武帝가 총애했던 여연麗娟이라고 하며, 그녀는 몸매가 제비처럼 가볍고 화사하며, 내쉬는 한숨은 난처럼 향기로웠다는 춤의 명수기도 했다.
이 여연이 장미의 화신이 된 계기는 이렇다. 무제와 여연이 함께 후궁의 화원에서 놀던 어느 늦은 봄날, 마치 아리따운 여인이 만면에 웃음을 띤 것처럼 흐드러지게 핀 장미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무제가, “이 꽃이 그대의 웃음 짓는 모습보다 한결 곱지 않은가.”라고 농을 한 적이 있었다.
여연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꽃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사람의 웃음은 (천자 폐하라 하더라도) 살 수 없는 것이옵니다.”
그러자 무제는 “이 세상에 살 수 없는 게 있다더냐.”라며 호기롭게 말했는데, 여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금 백 근을 황제에게 바치며 이렇게 받아쳤다.
“그러면 이것을 폐하께 진상할 터이니, 하루 종일 웃고 계시겠습니까?”
그 뒤로 장미를 ‘매소화買笑花’라고도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장미」편, 101~102쪽

야합이라는 명칭은 밤이 되면 닫히는 이 잎사귀의 특성 때문에 생긴 말인데, 합혼合昏이나 황혼黃昏이라는 별명에도 같은 의미가 있다(‘혼昏’이란 ‘해가 져서 어둡다.’라는 뜻이다). 야합화는 이외에도 합환화合歡花, 유정수有情樹, 청상靑裳(청당靑堂), 마영화馬纓花, 융화絨花 등 다른 이름이 많다. 그 가운데 밤중에 서로 마주보며 잎사귀를 오므리는 모습이 남녀가 사이좋게 정을 나누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서 붙은 이름이 합환화다. 합환合歡이란 말은 ‘기쁨을 함께 나누다.’, ‘남녀가 성관계를 맺다.’라는 의미다. 합혼合昏의 혼昏(h?n)도, 이 합환의 환歡(h?an)과 발음이 비슷하고, 더구나 혼은 결혼結婚?혼례婚禮따위의 ‘혼婚’과 발음과 뜻이 서로 통하기 때문에, 이 명칭에도 성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야합화」편, 112쪽

고대 중국에서는, 훤초萱草를 훤초?(?)草, 훤초?草라고도 썼고, 이것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근심이나 걱정을 잊을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널리 믿고 있었다. 『시경』「위풍?씩씩한 그대(伯兮)」라는 편에, 무기를 들고 전쟁에 나간 남편(‘백伯’은 주나라 시대에 남편을 부르던 호칭)의 안부를 염려하는 시가 있다.

焉得?草 어디에 원추리가 없을까
言樹之背 (있다면) 뒤뜰에 심어볼 텐데
願言思伯 당신 생각 떠나질 않아
使我心? 안타까워 가슴이 아파요

사람의 근심을 잊게 해준다는 이 풀을 집 안에 심어두면,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쓸쓸함을 덜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훤초?草의 ‘훤?’은 ‘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훤초는 ‘잊게 하는 풀’(‘잊지 말라는 풀[勿忘草]’이 아니다)을 가리키는 것인데, 특히 근심이나 걱정을 잊게 하고 쓸쓸함을 덜어준다는 전설에서 망우초忘憂草?요수초療愁草라는 이름도 생겼다. 이런 전설이 생긴 계기는 어쩌면 ‘이 세상 사람이 가장 잊고 싶어하는 질병과 죽음을 비롯한 갖가지의 아픔(憂)이기 때문이다.’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분명한 이유에서인지도 모른다.
―「원추리」편, 131~132쪽

여지는 당분과 신맛이 듬뿍 담겨 있어, 너무 많이 먹으면 이빨과 잇몸이 아프다고 한다. 민간의 속설에 따르면, 양귀비는 여지를 많이 먹어 이빨이 아팠는데, 치통으로 이따금씩 찡그리는 그 아름다운 얼굴이 견딜 수 없게 고혹적이어서, 현종은 더욱 정치를 등한히 하고 환락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당 왕조의 국력이 쇠퇴한 것은 현종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양귀비에게 빠지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궤를 같이 한다. 그리고 곧이어 양귀비의 목숨을 앗아간 안사安史의 난이 일어나고, 그것이 당이 멸망한 원인遠因이라는 것은 역사가들이 진작부터 지적한 바 있다. 역사에 가정은 필요 없겠지만, 만일 양귀비가 여지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충치가 생기지 않았다고 하면, 당 왕조의 운명은 조금 길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지」편,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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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륭乾隆 연간(18세기)의 어느 향시鄕試(성省 별로 치르는 예비시험)에서의 일이다. 수험생 아무개가 시험장에 들어가자, 사무를 맡은 하급관리가 이름과 본적을 확인한 뒤, 그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실은 제가, 어젯밤 어떤 여자 분이 살구꽃 가지를 가져와서 시험장에 있는 당신 방의 책상에 꽂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여자 분이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내일 시험에 어느 현의 아무개라는 이가 올 것입니다. 그분에게 살구꽃은 여기에 두었다고 전해주십시오.’라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상서로운 조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수험생은 얼굴이 새파래져 갑자기 병이 생겼다고 급히 둘러대고는, 가지고 온 수험용 물건들도 그대로 둔 채 허둥지둥 시험장을 빠져나가버렸다.
전후사정을 아는 동향 사람의 이야기로는, 남자에게 행화杏花라는 시녀가 있었는데 그 남자에게 농락당한 끝에 버림을 받고 그 후로 종적이 묘연해졌으니, 아마도 원한을 품고 죽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이다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독방 같은 작은 방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험을 치르다 보니, 옛날부터 공원貢院(시험장)에 얽힌 괴담은 수없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 이야기도 그런 괴담의 일례로,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거자擧子(향시를 치를 자격이 있는 사람)의 상징이기도 한 살구꽃에 원한을 담아서 박정한 남자에게 선물로 보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급제를 상징하는 살구꽃도 수험생을 낙제시키는 힘이 있었다는 얘기일까.
― 「살구」편, 본문 52쪽

송별할 때 사람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선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 외에도,
(1) 여행하는 사람이 여행의 목적지까지 아무 탈 없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기를
(2) 버드나무 가지의 탄력을 통해, 여행하는 사람이 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등의 주술적인 신앙이 있었으리라 상상할 수 있는데, 때로는『자채기』의 소옥처럼 버드나무에 상대를 ‘묶어서 머무르게 하려는’ 바람을 담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는 단순히 버드나무 가지로 상대를 묶어두려는 의도도 의도거니와, 중국어의 류(li?)가 ‘머무르다’는 의미의 류留(liu)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리라. 원래 여행하는 사람의 ‘무사안전’을 축복했던 버드나무가 여기서는 거꾸로 여행하는 사람을 ‘갈 수 없게 하는’ 주술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버드나무」편, 61쪽

명대의 유명한 소설『금병매金甁梅』에도 그런 장면이 있다. 거기서는 음란하고 자유분방한 반금련潘金蓮이 남편 서문경西門慶의 사위인 진경제陳經濟와 서로 수작을 걸면서, 화원에서 따온 복숭아 가지를 고리로 만들어 그의 모자에 가만히 씌워준다. 실은 전부터 서로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이 두 사람은 남의 이목을 피해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마련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차였다. 따라서 복숭아 화환은 반금련이 남자를 유혹하는 은밀한 사인이었던 것이다. 중국어로 ‘꾄다’는 의미인 도挑(ti?o)는, 도桃(tao)와 발음이 비슷한데, 반금련이 준 복숭아에도 그러한 은밀한 비유가 숨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때마침 근처에 시중꾼이 있어서 진경제는 그대로 떠났는데, 도중에 우연히 만난 아내가, “누가 이런 짓을 했죠?”라고 의심스럽게 따져도 그는 화환을 떼어버릴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필시 진경제도 복숭아 화환에 숨겨진 의미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반금련이 복숭아 가지를 고리 모양으로 둥글게 구부린 것은 두 사람 사이가 원만하게 되기를 은밀히 바라면서 주술을 건 것인지도 모르니 참으로 요부다운 흉계라 할까.
―「복숭아」편, 76쪽

청대의 소설『홍루몽紅樓夢』에도 어떤 미녀가 친구의 생일잔치 자리에서 술을 과도하게 마시고 정원의 작약 화단에서 잠들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시종의 보고를 받고서 친구들이 가만히 엿보러 갔더니, 석가산石假山(정원 따위에 돌을 모아 쌓아서 조그마하게 만든 산) 뒤쪽의 검은 돌에 허리를 기대고 곤히 잠들어 있는 여자의 얼굴과 옷 위로, 흐드러지게 핀 작약 꽃잎이 하늘거리며 떨어져내려, 온몸이 향기로운 작약꽃밭 속에 완전히 파묻혀버린 듯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작약綽約한(부드럽고 아름다운) 매력이 넘치는 미녀를 작약에 비유한 한 가지 예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장면의 설정은 그녀가 꿈속에서 연인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음을 암시하는, 작자의 교묘한 우의적 수법인지도 모르며, 명나라 시대의 소편小篇에 선잠에서 깨어난 여자가 손에 쥐고 있는 줄 알았던 작약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자고 있는 사이에 당신이 왔다가셨군요.’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편에 등장하는 여성은 아마도 연인과의 달콤한 만남을 꿈꾸고 있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작약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꿈속의 사내가 다시 몰래 만나자는 약속의 표시로 가져갔다고 생각했으리라.
―「작약」편, 97~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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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사랑과 정열’의 상징이자 인생의 화려한 동반자인 꽃은, 서양은 물론이고 동양에서도,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친근한 식물로 대접받아왔다. 우리는 흔히 ‘꽃’을 선물하는 것이 서양의 풍속이고 ‘꽃말’ 역시 서양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닌 꽃이나 과일, 나무열매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은밀하게 때로는 기지 넘치게 전하곤 했으며, 현재 영국이나 프랑스의 꽃말도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터키와 페르시아 등의 동방 문화권에서 전해진 것이다.
식물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중국에서는 화훼어花卉語?화어花語 등으로 불렀는데,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시경詩經』이나 굴원이 집대성한『초사楚辭』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애의 상징인 난, 약속?이별의 상징인 작약, 사랑의 중매?구애의 표시인 연꽃 등은 가장 오래된 화훼어, 즉 꽃말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구애, 학업성취, 자손번창, 불로불사, 과거급제, 길조, 복수 등 여러 가지 상징으로 쓰인 꽃과 꽃말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중국과 중국인, 중국의 풍속사를 만나는 재미를 선사한다. 식물의 상징적인 의미부여뿐 아니라 실제로 그 화초나 과실을 어떤 방식으로 서로 주고받았는지, 꽃말의 의미나 성립과정을 통해서 중국인들이 각각의 식물에 대해 어떤 감정과 정서를 갖고 있었는지를 모두 포괄해놓아 그 자체로 한 편의 꽃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고, 독창적인 꽃말 백과사전으로도 손색이 없다.

<내용 및 특징>
― 매화, 살구, 버드나무, 모란, 장미 등 우리에게 친숙한 35종의 꽃말을 계절 순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배치하여 구성했다.
― 글의 사이사이, 미카미 오사무가 그린 특색 있는 세밀화 45컷이 꽃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감상하는 재미를 준다.
―『시경』『초사』『서주곡』등의 시가집에서 발췌한 시구들이 한시의 정취와 매력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계기를 선사한다. 꽃구경을 나서기 전에 읽어도 좋고, 꽃구경을 나설 때 동무로 삼아도 좋으며, 집안에서 한가로이 꽃을 만나고 싶을 때 읽어도 좋다. 어느 곳에서든 마음이 넉넉해지는 풍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금병매』『홍루몽』『자채기』『모란정』등 고소설과 희곡 등의 문학작품에서 가려 뽑은 일화와 민간전승, 전설 등을 통해 중국인의 생활사를 살펴볼 수 있다. 그들이 어떻게 사랑했고 이별했는지, 상대방을 갈구하고 애원했는지, 복수와 애증의 칼날을 다듬었는지,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쳤는지, 과거급제와 불로장생을 꿈꾸었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아랫목에서 들려주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처럼, 여기 실린 얘기들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상상의 풍경을 펼쳐놓는가 하면 때론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웠던 괴담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 진대의 백과사전『산해경山海?』, 한대의 자서字書『설문說文』, 사대부(교양인)들의 사회 풍속?인정 등을 기록한『북몽쇄언北夢?言』, 당나라 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당서唐書』등 다양한 자료에서 역사의 뒷이야기를 찾아내 싣고, 양귀비와 안록산, 측천무후 등의 실존 인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던 가십과 후일담까지 싣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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