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한 치 머리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한다면 인간은 가장 큰 뇌를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우리는 대부분 허약한 신체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장 다양하고 발달된 형태의 문명을 이루어 낸 것도 ‘머리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아둔함을 비웃거나 강조하는 말로 뇌의 크기가 작은 동물을 빗대어 말하는 비어는 많지만, 머리가 크다는 것은 외형의 우스꽝스러움 이외에는 특별한 허물을 삼지 않는 것도 뇌에 관한 대물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는 뇌가 가장 크기가 큰 기관도 아니고 무게 또한 몸무게의 2.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히 머리가 크다고 해서 지능이 뛰어나다는 단정을 뒷받침할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게다가 뇌에 흐르는 혈액의 양이 전체 혈류량의 15%에 이를 정도로 왕성하고 복잡한 활동을 하는 뇌의 비밀은 대부분 말 그대로 아직 비밀의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밝혀진 뇌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은 우리에게 뇌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많은 과학적 단초를 마련해준다. 특히 MRI 같이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기술을 적용한 결과, 이제 뇌 연구는 위험을 무릅쓰고 머리 속을 해부할 필요 없이 ‘살아 있는’ 뇌의 내부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 서 있다. 과거에는 질병이나 장애중심적인 연구방향이 일반사람들의 정상적인 뇌와 그 활동 메커니즘까지 확대된 것도 이 영특한 과학기술의 덕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이라는 좁은 범위에 우리의 뇌를 가두어 둘 필요는 없다. 뇌에 대한 연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은 분명 ‘새로운 뇌’의 시대다. 뇌의 구조나 활동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새롭게 밝혀진 그동안의 연구성과는 천재나 영재에 대한, 그리고 유전적 요소에 의한 능력의 대물림이라는 전통적 이론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즉, 관련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뇌의 연구에서 도출된 성과를 적용하면 스포츠나 학문 등의 분야에서 일반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얼마든지 계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의 천재들이 백화점 판매사원과의 암산시합에서 패배한 사실은 곧 오랜 훈련과 반복을 통하면 누구나 특정 분야에서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한 실험으로, 이 경우 뇌의 특정영역이 발달하거나 활동의 변화를 보인다는 과학적 사실은 컴퓨터 영상기술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어떤 방법으로 발달시킬 수 있을까? 좋은 환경? 아니면 과학적인 교육훈련? 그러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특정한, 혹은 일반적인 기능에 대한 뇌의 작동기제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끝없이 복잡해지고 다변화하는 현대사회의 환경에 맞추어 뇌를 재구성하는 일도 결국 단순히 생물학적인 차원을 뛰어 넘는 뇌의 비밀을 풀어 가는 열쇠가 바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라는 과학적 원칙을 벗어 날수는 없기 때문이다. 리처드 레스탁 박사의 『새로운 뇌 : 뇌는 어떻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는가』는 이 과학적 원칙을 수많은 실험사례를 기반으로 충실하게 재현한 책이다. TV를 켜는 순간 뇌는 불안에 빠진다 리처드 레스탁 박사는 신경과 임상교수답게 환경과 뇌의 상호작용 과정을 입증한 여러가지의 임상실험을 『새로운 뇌』에 압축시켜 놓았다. 그는 뇌의 변화, 개발 가능성, 주의력 결핍증, 우울증, 감각의 대체 등 9가지 주제를 통해 전반적인 뇌의 활동기제를 설명하고, 각 주제에서 드러난 문제의 해결가능성을 실험결과로 예시하고 있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 애 어른 할 것 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산만한 주의력, 즉 주의력 결핍증에 대한 예를 살펴보자. 사실 주의력 분산에 대한 문제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한꺼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이나 생각을 해왔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을 경우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집중력은 유지해왔다. 다시 말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완벽한 중심을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그런 집중력이 산만한 감정으로 대체된다. 집중력이 산만함으로 변화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지만, 개인적인 분열과정은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는 매체, 주로 텔레비전에 의해 심화된다.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쉬지 않고 리모콘의 버튼을 눌러 채널을 돌리는 일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다. 게다가 텔레비전 화면은 갈수록 화면전환의 시간이 빨라지면서 영상과 소리뿐만 아니라 자막까지, 그것도 화면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막까지 쉬지 않고 뿌려대면서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있다. 어린 아기가 텔레비전을 지속적으로 볼 경우에는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 즉 산만함과 폭력적 성향이라는 잠재적 ‘질병’을 안게 된다. 전자의 경우는 유아나 어린이가 텔레비전의 빠른 화면에 익숙해지면서 곧바로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습관이 생기게 되어 한가지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주의력 결핍이나 심한 경우 학습장애를 겪게 되며, 후자의 성향은 현실과 가상을 정확히 구분해내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텔레비전의 폭력적 장면에 익숙해짐에 따라 현실에서도 ‘아무 생각없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결과를 낳는다. 만일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이마엽(전두엽)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의 폭력장면에 계속 노출된다면 그 결과는 훨씬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폭력행위로 법적 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시청시간이 길수록 범죄의 빈도 역시 높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통제할 것인가, 통제 당할 것인가 SF 영화를 보면 사람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서 모든 행동을 통제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2002년 5월, 뉴욕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존 채핀은 마치 영화 속의 장면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 그는 살아 있는 쥐에 안테나, 마이크로 프로세서, 소형 카메라 등을 부착시키고, 이 쥐의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서 쥐가 올바른 선택을 할 때마다 쾌감제어센터를 자극해 쾌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자 불과 10일 정도만 지나면 이 로봇 쥐들은 무선 송신기의 지시에 따라 길을 찾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장애물 코스마저 유유히 통과하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리모콘으로 살아 있는 쥐를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정신력으로 자신의 의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의지는 뇌가 지배한다. 심지어 우울증을 화학약품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도 뇌의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시각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도 카메라와 감각대체 시스템을 이용하여 시각정보를 뇌에 전달하면 사물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기술들은 현재 심리학이나 의학뿐 아니라 거짓말과 뇌의 작용을 근거로 한 범죄수사나 알콜중독 가능성이 높은 어린이를 사전에 식별하는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다른 기관과는 달리 인간의 뇌는 감정을 조절하고 의식을 통제하는 고유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기계적인 기능의 변화가 액면 그대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레스탁 박사는 이 책에서 로봇 쥐의 경우처럼 인간에 대한 단순한 기술적 개입이 오히려 한 사람의 자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뇌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자유를 제한하기 보다는 오히려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다만 과학기술의 활용성과 자신의 자유의지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인간의 본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윤리적 문제는 남아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점은 앞으로 수 십년 동안 우리의 뇌조직은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 훨씬 더 놀라운 변화를 겪을 것이고, 기술이 그 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