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이응준의 다른 상품
|
추억의 속도로 다시 읽는 푸른 영혼의 기록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1996),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1999),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2001), 『무정한 짐승의 연애』(2004) 등의 개성 있는 소설로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 중 한 사람인 이응준이〈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외 9편의 시로 《문학과비평》으로 등단했을 때, 그의 나이는 스물하나였다. 파행적인 역사의 회오리가 몰아쳤던 1980년대가 막 끝난 시점이었고, 이응준 개인으로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성년의 입사식을 갓 치른 시점이었다. 이응준에게 있어서는 역사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희망과 절망, 격렬함과 폐허가 공존하는 시기였다. 또한 당대의 문학으로 말하면, 시와 산문이 서로의 영역에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는 시기였고, 그럼에도 찾을 수 없어 암담해하는 시기였다.
푸른 유리알 같은 이십대 초반, 세상의 고뇌를 일찍 알아버린 젊디젊은 시인은 지나칠 만큼 감성적이었고, 세상에 관해 누구보다 할말이 많았다. 그는 세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생포하려는 수사적 열망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날것 상태의 비명과 항의의 말들을 쉽사리 제어할 수 없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섬세하면서도 거칠었던 젊은 시인은 한 마리의 ‘위험한 짐승’이었다. 우리는 이제 그의 시집을 이렇게 말한다.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는 ‘위험한 짐승’의 시절에 바치는 헌사獻辭이자 조사弔辭다. 이 시기의 그의 세계 인식은 대부분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풍경으로 채워져 있지만, 시인은 젊은 날이 거느린 절망과 우울을 노래하면서도 자신이 감싸고 걸어가야 할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놓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