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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 이 세상 쓸쓸한 서문을 쓰고 있는 밤 이별이란 무엇인가 멀리서 얼굴을 감싸다 내가 괴로워해서는 안 되는 일 우리 사랑의 지적 기원 춘화(春畵) 폭풍우 속에서 깨달은 것들 나의 해골 백합과 구름의 연인 삶 너에게서 비롯된 말 세상의 감정 붉은 잠수함 어둠은 무엇인가 명왕성에 잠들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슬픔 눈 내리는 내 그림 안에서 불꽃과 비바람 속에서 이승 하나님 폭풍에 기대어 토토 십자가 위에서 피 흘리고 있는 화두 인생 벛꽃지옥행성에서 띄우는 강철 엽서 전문(全文) 긴 편지 새로운 나무 불에 탄 옷깃 어머니를 잃은 세상 모든 아이들을 위한 시 전갈자리 전문(電文) 내 안에 이미 오래전에 중년(中年) 이별 새 피뢰침을 잃어버리다 북쪽 침상 나무 나를 뒤흔든 사흘 너의 시작 새벽 기도 내 개의 눈동자에는 사랑에 관한 무의미 소품D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성벽 아래서 새벽 홀로 있는 자정의 괘종시계 소리 옹이 소도시에서 사라지다 범패(梵唄) 결국 태풍이 만들어지는 곳 내가 기도하는 법 이제 이 마음이 내게 인간 소년이 잠든 곳 화엄경(華嚴經) 당신의 무조음 음악E 꿈 인간의 왼편, 짐승의 오른편 연옥에서 보낸 편지 몸의 시 폭풍에 관한 침묵 저녁의 수필 거리 이 하고 싶은 말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나면 저 검은 숲이 우리의 묘지처럼 불타오른다 자백 트럼펫을 불어라 모독의 변증법 얼음 바다와 흰 코끼리와 나의 나타샤는 검은 별 가까이 태양에서 더 멀리 슬픔 이 어둠이 아닌 이곳 저녁의 엽서 아버지 가을과 겨울 사이 악덕에 관한 보고서 희생이 나를 내려다본다 구원 사랑의 시작 악몽 어두운 밤과 더 어두운 저녁의 기도 눈 내리는 길을 서시 시인의 글/ 무장시론(武裝詩論) 작품 해설/ 김진수(문학평론가) _ 불꽃, 혹은 불과 꽃의 시학 |
이응준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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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그 해골의 주인이
누군가를 사랑했고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후회했으나 어쩔 수 없었고 죄 사함 같은 거 믿지도 않으면서 기도를 무슨 몹쓸 습관처럼 중얼거리며 살았다고” -「나의 해골」에서 이번 시집에서는 기도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다. 기도는 사유의 운동을 투명하게 기록하는 계기판이다. 거대하고 확실한 외부 세계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내면에서 유동하는 세계가 전부다. 시적 화자가 확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실이자 최대한의 진실은 자기 내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변증법인바, 기도야말로 마음의 리얼리즘이다. 그러므로 기도는 모더니스트들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하나의 실체다. 기도하고 있거나 기도 안에 들어간 그의 시는 서정적 모더니스트로서 이응준 시의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절망과 내가 이견이 없어서 외로웠던 시절은 다 어디로 가서 나는 왜 아직 여기 홀로 서 있나, 막연히.”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에서 이번 시집의 표제작은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다. 목화에는 심연의 이미지가 있다. 목화가 피고 진다는 말은 틀렸다. 목화는 피고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지지만 바닥에 닿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끝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떨어지는 듯한 목화. 끝이 없으므로 추락하지 않는 목화는 아득하고 정처 없는 절망한 마음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이응준의 시에서 목화는 이별과 고독, 외로움과 슬픔이 집약된 서정적 기호로 다시 태어난다. 깊은 슬픔을 지닌 ‘목화’의 감각은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를 대표하는 하나의 단어이자 이응준의 시로 들어가는 감각의 입구이기도 하다. “사랑이여. 아비규환이여. 나무만 보면 없는 죄도 만들어서 진술하고 싶던 그 시절의 너와 나는 대체 무엇이었는가.” -「쓸쓸한 서문을 쓰고 있는 밤」에서 사랑은 아비규환이다. 무질서하고 치사하다. 그리고 배반한다. 그러나 그 아비규환의 사랑이 지옥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지옥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그것도 스스로. 진술하기 위해 없는 죄도 만드는 것처럼 사랑은 모순되고 불가해하다. 이전 시집 『애인』에서 사랑의 생생한 건강성에 대해 노래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불행과 고독의 물질로서의 사랑, 그러므로 세계와 이별한 후에도 살아갈 수 있는 힘으로서의 슬픔을 노래한다. 인간은 슬프다. 슬픔은 힘이 있다. 인간은 힘이 있다. 『목화, 쓸쓸한 마음의 깊이』를 읽는 독자들은 진격하는 슬픔의 이미지에 얼마간 짓눌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픔이 힘으로 변하는 슬픔의 생생한 건강성 또한 목격할 것이다. 슬픔을 뚫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간의 경로는 위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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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은 지금까지 폭넓게 시와 산문을 발표해 왔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인생의 사본”도 만들고 ‘인생의 중역(重譯)’도 해온 셈이다. 그러나 “인간의 왼편과 짐승의 오른편 사이를 떠돌며” 기록해 온 그의 텍스트는 “눈보라 없는 북극 속에 서 있는 저 빙벽”처럼 독자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누구도 써 본적 없고 읽어 본 적 없는 이 낯선 작품들이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도전하는 바가 과연 무엇인지는 눈 부릅뜨고 귀 기울여야 겨우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얼음의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차갑고 새로운 텍스트의 일독을 널리 권한다. - 김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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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시인인 것 같다. 제어할 길 없는 말의 분출은 생각과 감정의 원석(原石)이라고나 할까. 어떻든 가령 “낙타가 바라보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화요일./ 슬픈 내 마음 저기 있네, 햇살과/ 햇살 그사이에 막연히.”(「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 )와 같은 구절은 그의 마음이 조용함 속에서 균형을 찾을 때 좋은 발상의 공간이 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자주 저런 느낌의 공간 속에 있기를! - 정현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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