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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년, 스페인 안달루시아
벨라스코 영지 “내가 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거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카탈리나 페르난데스 데 벨라스코가 큰소리로 다그치듯 물었다. 그녀는 옅은 눈썹을 치켜뜬 채, 그 작은 손을 엉덩이쯤에서 주먹쥐고 있었다. 그녀는 페르디난드 왕에게서 옴브레 리코, 즉 갑부라는 칭호를 하사받은 대공(grandee:스페인, 포르투갈의 최고 귀족)의 딸로 태어나 17세가 된 지금까지 그 지위에 맞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면서 자랐다.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전쟁영웅의 아들과 결혼이 약속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포르투갈의 알폰소 5세와 벌인 전쟁에서 대공의 목숨을 구해준 공이 있었다. 카탈리나도 그 용감한 남자에게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이나 마음까지 줄 순 없는 것 아닌가. 그것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므로. “어떻게 그런 남자랑 결혼을 해? 고작 6살 때 한 번 본 적이 있을 뿐인데……. 아, 아 …….” 카탈리나는 그런 끔찍한 생각은 머리에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숱이 많아 탐스러운 금발이 요동치듯 흔들렸다. 카탈리나의 언니인 수산나가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겠는지, 안락의자에서 일어섰다. 수산나는 지금 임신 6개월인데, 최근 남편을 잃은 이후로 새로운 남편감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돈 디에고라는 그 남자 아주 미남이래.” “미남이라고?” 카탈리나의 초록 눈이 커졌다가 다시 작아졌다. ---p.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