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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入山)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 따고 덖고 비비고 말리고/고무신으로 길어 올린 추억/지붕에 올라간 호랑이 한 마리/시흥 아줌마 김순덕/아이들은 믿는 만큼 해낸다/한증막 혹은 빨래 건조실/물고기도 강물을 뜨는구나/쑥이 웃을 소리 세 남자 이야기 이제 준비가 되었다/남편이란 이름으로 잠시 머문 인연/산을 돌아서 내게로 온 생명/자연이 공짜로 키워 준 아이/애인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인/일주일간 함께 지낼 남자 자연에서 깨우친 인생 아이고 선생님! 모두가 선생님!/머리카락마저 벗어 버리고/너무 많이 받고 살았다/거부하기 힘든 침묵의 유혹/세상의 시계가 사람보다 많다/나이가 든다는 것은/나무처럼 늙고 싶다/무덤 주인이 부러운 이유 허술해서 식구가 많은 우리집 허술해서 식구가 많은 우리집/다음 생에는 좋은 몸 받아라/열 남자 안 부러운 수탉 새벽이/ 어찌 총 든 사람 편을 들까/노란 꽃 타고 느리게 오는 봄/생명을 살리는 땅 힘의 놀라움/ 세상에, 지붕이 날아가다니/그 많은 물은 다 어디서 왔을까/미물도 제 갈 길을 재촉하는데 하산(下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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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갔을 때는 그동안 신었던 고무신 뒤꿈치가 찢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뒤꿈치를 바늘로 꿰매어서 신고 다니기도 하였다. 하긴 가장 빨리 찢어지는 곳이 거기여서 평소에도 그렇게 해서 신었다. 포카라의 포근한 호숫가에서 거룩한 히말라야와 호수에 비치는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내가 오르지 않고 이렇게 바라만 봐도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함께 여행 온 박완서 선생님께서 뒤꿈치를 꿰맨 내 고무신을 보시더니 발이 몇이냐고 물었다. 다 헤어진 고무신을 꿰매어 신고 외국에까지 나온 내가 가난해보였을까. “나중에 흰 고무신 하나 사줄게.” 하셨다.
--- p. 2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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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살면서 생활은 점점 더 단순해지고, 가능하면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어진다. 결국은 머리카락까지 번거로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삭발한 머리에도 다시 싹이 자란다. 맨 머리의 홀가분함이 좋아서 또 어느 날 아침 즉흥적으로 삭발을 해버릴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짧은 머리도 그냥 저냥 괜찮다. 아무런 꾸밈도 없고, 어떻게 보여질지 따위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참 홀가분한 일이다.
--- p. 1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