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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괜찮은 농사 추분 무렵 봉숭아 쓸쓸함에 대하여 가을 하늘은 공활하고 당랑거철 대로大路 퇴직자 여우비 그런 즈음 행운 추운 기상 예보 인연을 지우다 첫눈이 오면 소시민 1 소시민 2 아카시아 이파리에 묻다 숙취 수건 개는 노인 동지冬至 제2부 기적을 기다리다 처서處暑 실연 목계 1 목계 2 유혈목이 별이 빛나는 밤 사랑, 그 후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기억 속의 봄 복권 단풍 안부 배운대로 수박 홀씨 엄마 생각 하늘 휴게소 벚꽃 지는 날 제3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신연수동 사랑 소고小考 여권 심사審査 오동나무 느티나무 카페 가는 길 달밤 선지자 소월 추석 미필적 고의인 그것들 꽃 피는 소태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H 시인 신경림 선생님 영전에 추평지 도두봉에서 부끄러움 궁금하지 않아? 패키지여행 4월 제4부 해변 119 속초 권태 씨 이불 터는 아낙 알프스 크로아티아 수면제 감자꽃 소리의 껍질 뜰과 칡덩굴 장마 오기 전 열 손가락 깨물어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 우리 같이 가 볼까요? 유해 문구들 겨울의 깊이 파파고 어떤 부고 현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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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벼 벤 그루에 새순이 돋아 가을걷이 끝난 들이 다시 모를 낸 것처럼 고운 연둣빛이다. 저 들에 저들과 함께 서서 다가오는 겨울 맞고 싶다. ---「시인의 말」중에서 우리집 거실에는 권태 씨가 산다 기분 좋은 날에는 구석진 어느 곳에 숨어 있다가도 우울한 날이면 소파에 생각하는 사람으로 앉아 있다 새벽 두 시나 그 즈음에 잠이 깬 날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을 지날 때면 어둑하게 밤을 지새우고 있는 그를 만나기도 한다 아들딸이 찾아와 떠들썩한 날이나 명절 즈음의 부산한 도시 야경 같은 날에는 그는 며칠 여행을 다녀오는지 보이지 않다가도 다 떠난 저녁이면 어스름을 지고 슬그머니 나타난다 그가 먼저 내게 손을 내민 적은 없으나 그가 옆에 있으면 늦가을 숲을 거니는 것처럼 도톰한 긴소매 옷과 스카프가 생각난다 나는 그를 존중하나 썩 친밀하지는 않아서 한겨울에도 가끔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서 그가 바람을 타고 자유로이 떠나기를 바라지만 그는 커튼 사이로 유령처럼 휘르릉 날아 나갔다간 내가 혼자 있으면 또 언제 슬그머니 옆에 와 앉는다 이젠 오랫동안 그가 보이지 않을 때면 그림자를 잃어버린 몸처럼 불안해지기도 하니 그와 나는 아마도 여생을 함께 걸어가야 할 모양이다 오늘은 비가 예보된 시월의 스무하루 저녁 여덟 시쯤에 거실에 수면 등을 켜놓고 그와 가을의 깊이와 다가오는 겨울에 대해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는 바람의 발걸음에 대해 새벽까지 이르는 침묵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 ---「권태 씨」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