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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3 첫 번째 흔적 · 물방울 속 눈물 두 번째 흔적 · 산책 세 번째 흔적 · 프레임 밖의 용의자 네 번째 흔적 · 페르소나 다섯 번째 흔적 · 다빈치 코드 여섯 번째 흔적 · 검은 그림자 ………… 4 ………… 5 ………… 6 ………… 작가의 말 황민구 · 너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 우연한 기회 그리고 고마운 분들 이도연 · 무엇을 보며 살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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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셔터가 열리듯 시야가 밝아졌다. 선희였다. 하얀 피부, 동그란 콧날, 어깨까지 오는 가는 머리칼과 갈색의 눈동자까지. 선희가 서 있었다.
---p.27 선희와 함께 있을 때는 자신도 항상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결핍되어 있던 어떤 부분을 채우는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선희는 대아에게 친구 이상이었다. 젊음이었으며,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p.44 기대지 말라고, 기대면 위험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대아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 치밀었다. 그것은 아마… 미안함이었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선희를 멀리 떠나보낸 게, 끝까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 게 사무치게 미안해졌다. ---p.52 제주 하늘 위로 한숨을 푸우 내뱉자, 그때 대아의 안에 사레처럼 걸려 있던 선희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제주에 쉬러 온 건 핑계고, 사실은 선희의 이야기를 찾으러 온 거잖아. ---p.67 마치 세상을 상대하는 것 같은 아득한 두려움을 느꼈을 피해자가 이번 일로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느꼈기를 바랐다. 대아는 어쩐지 더없이 속이 든든하게 채워진 기분이 들었다. ---p.129 억누르고 참고 감춰왔던 분노의 아래, 선명한 두려움이 버티고 있었다. 선희의 불행을 제 손으로 밝혀내야 한다니. 자신이 상상한 최악이 현실이 될까 봐 점점 더 두려워졌다. ---p.142 대아는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수백 번도 넘게 반복 재생하고, 화질을 개선해서 더 선명하게 죽도록 했다. 매일 죽음을 보는 사람이 죽음에 초연해질 수 있다는 편견은 크게 잘못되었다. 아무리 죽음을 곁에 두었다고 해도 대아는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늘 두려웠고, 허망했다. ---p.160 노을이 비쳐 화려하던 바다는 어디 가고, 무서우리만치 검은 물결만이 거칠게 너울대고 있었다. 앞으로 제주를 떠올리면 따뜻한 날씨나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보다 매섭게 부는 바람과 선희를 집어삼킨 파괴적인 파도가 떠오르리라. ---p.168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만 법이 존재해선 안 된다. 법은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이가 없기 위해서도 존재해야 한다. ---p.219 나는 계속 늙고, 너는 계속 환히 웃는 그 모습 그대로겠다. 나 많이 늙었다고 놀리지 마라. 나중에,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p.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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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으며 살았다.
선희의 이야기를 쫓으면서도 프레임 밖 진실을 찾으려 애썼다. 그런데 진실에도 승자와 패자가 있는 걸까. 나는 승자인 걸까, 패자인 걸까.” 황민구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만 법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법은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이가 없기 위해서도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허망하고 무력하더라도 끝까지 해 보겠다는 대아의 결심처럼, 우리는 힘이 닿는 한 진실을 말하고, 계속해서 희망을 찾아 나가야 한다. 진실에 승자와 패자 따위 있을 거라는 생각일랑 접고 묵묵히 살아야 한다. 『선희』에는 진실을 알고 싶고, 알리고 싶으며, 그 누구도 억울한 유죄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두 작가의 절절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득 세상을 상대하는 것 같은 아득한 두려움이 느껴지더라도, 부디 『선희』를 통해 어쩌면 세상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다사로운 희망이 움트기를 바란다. 온 세상이 암흑으로 뒤덮인대도 빛이 사라지기 전에 너를 만나러 갈게 꼭 너의 마지막 이야기를 완성할게 살아서 펼치고 싶은 그 많던 희망이 더는 사라지지 않도록, 어디서든 빛날 수 있도록 법 영상 분석가이자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인 저자 황민구가 첫 번째 단독 에세이 『천 개의 목격자』 이후로 2년 3개월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황민구는 평소 품어 둔 이야기가 소설로 쓰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머릿속에 잠재워져 있던 시놉시스를 깨웠고, 그렇게 『선희』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황민구의 첫 소설인 『선희』는 에세이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장편 소설 『비혼엔딩』, 쿠팡 플레이 「판타G 스팟」의 극본을 집필한 작가 이도연과 만나 더욱더 깊이 있고 애틋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렇게 두 작가의 정의로운 마음이 투영된 대아가 의문의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뭐라고 했길래 선희가 제 삶에 뿌리를 단단히 박지 못하고, 바람이 자신을 데려가 주기를 바란 새처럼 날아가 버렸느냐고. 왜 선희가 그 차가운 바닷속에서 혼자 표류하도록 그냥 뒀느냐고.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어떤 말을 들었길래 저렇게 허탈한 얼굴을 하고 떨어져 버렸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쏟아지는 원망이 범람한 슬픔에 잠겨 사라졌다.” 어느 날, 대아는 가슴 한 켠에 묻어도 이따금 울컥 치미는 선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제보를 받게 된다. 잘 살고 있으리라 굳게 믿었던 선희의 근황을 알게 된 그는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듯한 아득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성난 파도가 삼켜 버린 건지, 잽싼 바람이 데리고 가 버린 건지 모를 야속한 제주로 떠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긴박하게 전개된다. 그곳에서 대아는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사건을 파헤치며 여러 좌절과 시련을 겪지만, 선희를 꼭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묵묵히 걸어 나간다. “난 이제 더 이상 반짝거리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색채가 없고 생명력이 없다. 가족들은 여전히 내게 기대한다. 잘 살아야 한다고. 행복해야 한다고. 예전처럼 반짝이라고. 그런데 난… 그런 기대보다 기댈 곳이 필요했다.” 싸늘한 법정에서 따스한 희망을 찾는 일은 때로 외롭고 씁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등불을 밝혀야 한다. 대아가 포기하지 않고 선희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모든 희생자의 억눌린 슬픔을 풀어 준 것처럼. 두 작가는 『선희』를 빌려 전한다. 희망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아무리 무거운 어둠이라도 빛을 덮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러니 세상의 불편한 실상에 맞서 우리는 우리만의 진실을 품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