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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붉은 명령서 2. 아버지 3. 시베리아 횡단열차 4. 엉뚱한 기차간 5. 소년 밀정 6. 칼바람 7. 엄마 8. 얼어 죽은 사람들 9. 반항자 10. 우슈토베 11. 카자흐 사람 12. 늑대의 습격 13. 할아버지 14. 무덤의 언덕 15. 씨앗 도둑 16. 적성이민족 17. 민혁 오빠를 만나다 18. 노력영웅 19. 누명 20. 시베리아 수용소 21. 종이 한 장으로 돌아온 아버지 에필로그 작가의 말 개정판을 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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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기차가 이래? 의자도 없고!”
기차에는 창문도 없었다. 널빤지를 댄 틈새로 밖이 훤히 내다보였다. 마룻바닥도 틈새가 벌어져 있어서 선로가 다 보일 정도였다. 기가 막혔다. 게다가 양쪽으로 2층처럼 선반을 매달았는데 바닥과 2층을 잠자리로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한가운데에 난로와 물통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투덜거렸다. “아니, 이건 가축을 운반하는 화물차 아니오? 우리가 가축인가? 사람을 짐짝 취급하다니!” --- pp.40-41 “주동자는 어디 있나?” 순간 할아버지가 오빠를 구석으로 급하게 밀었다. 오빠가 얼결에 넘어지듯 구석으로 쓰러졌다. 군인들이 우리가 탄 기차간으로 막 올라오려고 할 때였다. 내무인민위원이 급하게 뛰어오며 소리쳤다. “시간이 없소. 저자들을 빨리 처리하고 출발시켜요.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소.” 그 말에 내무인민위원들이 급히 자기 칸으로 되돌아갔다. 사람들을 에워싸고 있던 군인들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자작나무 숲 쪽으로 가 버렸다. 잠시 후 총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 p.120 “애초에는 연해주에도 벼농사는 없었대요. 기껏 콩, 옥수수, 기장, 조나 심어 먹었는데 우리 까레이스키들이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대요. 할아버지가 그러셨어요.” “그래, 맞아. 우리 민족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지. 기껏 논을 일궈 벼농사를 잘되게 해 놓았는데 이렇게 멀리 와 버렸으니 참. 그래도 또 부지런히 논을 일궈야죠. 우린 꼭 해내고 말 거예요. 지금은 힘들지만 이제 소금기를 다 빼내고 물을 대 논을 만들면 황금 들판이 되겠지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예요.” “암만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하게 되어 있어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겁니다. 반드시.” --- p.193 “할아버지도, 엄마도, 내가 한민학교에 다니는 걸 반대했어요. 여자라는 이유로요. 그러나 아버지는 고집스럽게 나를 한민학교에 들여보냈어요. 여자도 배워야 한다고. 강제 이주로 나는 학교에 더 다닐 수가 없었지만 난 아버지의 뜻을 이을 거예요. 당신도 도와줘요. 우리 아이들이 모국을 잊지 않게 해 줄 거예요. 그래서 조선어와 조선 글을 가르치려고 해요. 당신도 도와주세요.”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알았소. 하지만 아주 조심해야 해요. 나는 레닌 훈장을 받아 아이들이 까레이스키 벽을 넘을 수 있게 하겠소.” --- p.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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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디아스포라 전문 작가 문영숙의 수작!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타국에서 힘겨운 삶을 견뎌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디아스포라 소설(본래 살던 땅을 떠나 이국 땅을 떠돌던 이들이 창작한 소설 또는 그러한 이들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1937년, 무려 17만여 명의 까레이스키(옛 소련 지역에 살던 ‘고려인’을 가리키는 말)가 정든 집과 터전을 뒤로하고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강제로 태워진다. 그들은 40여 일 동안이나 눈보라 몰아치는 시베리아 벌판을 달려 중앙아시아에 도착한다. 이주 과정에서 수백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었다. 황무지에서 첫 겨울을 나는 동안 추위와 허기와 풍토병으로 또 수천 명이 숨졌다. 그러나 까레이스키들은 강인하고 끈질긴 민족성을 발휘하여 갈대밭에서 갈대를 뽑아내고 벼농사가 불가능했던 땅에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짓는다.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근면과 성실 덕분에 소비에트 연방에 살던 127개의 소수민족 콜호스에서 까레이스키 콜호스가 가장 많은 수확을 내고, 그 결과 ‘노력영웅’을 가장 많이 배출한 민족이 된다. 성실한 데다 머리까지 좋은 까레이스키들은 농업 이외에도 교수나 의사, 연구 종사자가 되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약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 떠돌이가 된 독립투사들의 후손을 기억하며” 그러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독립자금도 꼬박꼬박 내던 까레이스키들은 강제 이주 후에 완전히 조국과 단절되어 해방이 된 이후에도 조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은 누구일까?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조국으로부터 잊힌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까레이스키’라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고려인이라 불리는 까레이스키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에 국경을 넘어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핫산 일대에서 살던 우리 민족이다. 이들 중에는 일본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 많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안중근 의사, 홍범도 장군, 계봉우, 장도빈, 강사진, 김규면, 신채호, 최재형 선생과 같이 치열하게 항일독립운동을 펼치며 목숨을 아끼지 않은 분들과 그 후손들은 강제 이주를 당해 낯선 땅에서 조국의 광복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또 그분들의 2세, 3세들은 여전히 타국에서 방랑자로 살고 있다. 《검은 바다》,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에네껜 아이들》, 《독립운동가 최재형》 등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과 디아스포라를 다룬 청소년 역사소설들을 꾸준히 발표해 온 문영숙 작가가 까레이스키들의 기막힌 삶을 사실감 넘치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기억해 주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라는 생각과 “고려인들의 아픈 역사와 현재 그들이 겪는 고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다. 이 소설을 통해 머나먼 타국에서 ‘적성이민족’이라는 낙인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강인한 한민족의 이야기가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ㆍ 한국도서관협회 우수문학도서 ㆍ 아침독서 청소년 추천도서 ㆍ 한우리가 뽑은 좋은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