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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10
기타-아란·13 노래-돌리·32 청소년 밴드 공연대회·51 베이스-자옥·52 키보드-지호·70 첫 합주·80 기타-아란·91 노래-돌리· 100 두 번째 합주·110 베이스-자옥·120 세 번째 합주·127 키보드-지호·134 네 번째 합주·142 기타-아란·151 노래-돌리·158 베이스-자옥·163 키보드-지호·170 다섯 번째 합주·177 기타-아란·184 노래-돌리·190 여섯 번째 합주·199 베이스-자옥·205 키보드-지호·214 마지막 합주·219 기타-아란·225 노래-돌리·230 베이스-자옥·234 키보드-지호·237 공연·240 책 속에 언급된 노래·248 작가의 말·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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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다시 시작된다. 관객석이 불 지핀 열기구처럼 달아오른다. 누군가는 휘파람을 불고, 누군가는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무지개색 깃발을 흔든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옆에 서 있는 연인과 달콤한 키스를 나누거나, 부르카 4인방의 이름을 연호하는 이도 있다. 밤이 깊어가도 누구도 떠날 줄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라도 할 것처럼. 사람들은 웃고, 노래하고, 온 힘을 다해 소리지른다. 펜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야외무대 위로, 달궈진 팬처럼 뜨거운 보름달이 뜬다. 공연이 계속된다.
--- p.11~12 반쯤 열린 문틈으로 9월의 바깥 공기가 스며들었다. 아란이 신은 흰색 스니커즈가 문턱을 넘었다. 우둘투둘한 달 표면에 당도한 인간의 한 발처럼. --- p.17 얼굴이 불덩이처럼 타오르면서도, 가슴 속이 뭔가 후련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발걸음이었다. 그것이 설명 못할 통쾌함 때문이든 부끄러움 때문이든. 아란은 큭,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커다랗게 부풀던 풍선이 터졌다. 아 란은 벤치에 앉아 한참을 계속 웃어댔다. 몇 분을 그렇게 웃고 나서야 겨우 숨을 골랐다. 고개를 들었다. 구름 하나 없는 가을 하늘이 청명했다. “잘 먹었습니다.” 아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하는 수고의 인사였다. --- p.20 손을 뻗어 기타를 꺼냈다. 하얀색 바디에 새의 날개를 닮은 헤드, 금색 브릿지에 높은음자리표를 닮은 무늬가 여전히 예뻤다. 왜 이제야 자신을 찾느냐고 원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줄을 튕겨 봤다. 조율하지 않은 엷은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튜닝기로 조금만 만져 주면 멋진 소리가 날 텐데. --- p.22 내친김에 돌리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A4 용지를 둘둘 말아 광선검처럼 손에 쥐고 춤을 췄다. 눅눅한 방바닥은 무대가 되고 몇 개 안 되는 가구는 화려한 장식이 되었다. 돌리는 있는 힘껏 위로 도약했다. 높다란 천장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새가 된 것만 같았다. 내일의 스타 돌리 센 샤르마! --- p.34 빨간 불씨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돌리와 교복 치마가 동시에 그것을 쳐다보았다. 불씨는 꺼지지도 않고 남아, 낡은 화장실을 밝혔다. 사막에 불시착한 우주선처럼. 은밀하게. 돌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비밀이 생겼다, 우리 둘, 다에게. --- p.49~50 자옥은 마루에서 일어나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별 한 점 없이 어두컴컴했다. 자신을 로켓 추진체삼아 하늘로 쏘아올리 고 싶었다. 하늘을 건너온 편지처럼. 하지만 이렇게 캄캄한 밤이어서는, 구름에 닿기도 전에 땅으로 추락해 버리고 말 것이다. 자옥은 발걸음을 옮겼다. --- p.65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엄마의 나라로 갈 것이다. 대나무로 만든 삼각형 모자를 쓰고, 무질서하게 빵빵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도시를 달리고 강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엄마에게 갈 것이다. 얼굴도 목소리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니까. --- p.68~69 내가 쓰는 글이 언젠가는 노래가 될 수도 있을까. 그 생각은 어렴풋한 꿈처럼 지호를 건드렸다. 잘못 세워진 사탑처럼 삐딱한 세상을 언어로 스케치하고 싶었다. 중학교 때는 밴드부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기도 했다. 지치지도 않고 땀에 흠뻑 젖도록 연습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하던 그때, 어둠이 말을 걸어오기 전이었다. 하천 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지호는 낙서에 음을 입혀 떠오르는 대로 허밍을 했다. 살며시 눈을 감았다. 강물의 소용돌이처럼 어지럽던 세상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 p.76 그 순간, 돌리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Oh my dear lover you came into my life I love you so much I love with all my life 고효경의 ‘다시, 봄’이었다. 반주도 없이 부르는 노래가 좁은 아지트에 울려퍼졌다. 자옥이 발걸음을 멈췄다. 아란과 지호도 하려던 일을 멈추고 돌리를 바라봤다. 달 콤한 솜사탕처럼 아름다운 음색이 서정적인 가사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 마치 밤이슬을 머금은 소금 사막에서 별을 낚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국어는 조금 서툴렀지만 음정이 정확했고, 무엇보다 진심을 담은 목소리가 내면의 비밀스러운 한구석을 건드렸다. 셋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돌리의 노래를 감상했다. 노래가 흘러갈수록 각자의 얼굴에 안심한 듯한 미소가 번졌다. --- p.87~88 회색 먼지를 뒤집어쓴 아지트의 공기가 훈훈해졌다. 네 명이 손바닥을 겹쳐 파이팅을 외쳤다. 밴드 결성이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연습과 실전, 그리고 우승이었다. 첫 합주가 시작되었다. --- p.90 선미가 사라진 자리에 서서, 아란은 혼자 작별 인사를 했다. 내일 학교에서도 말을 걸어줄까. 그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기대가 차올랐다. 너무 갑작스러운 행운은 이유 모를 비극을 수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란은 기뻤다. 온몸에 와이어라도 매단 것처럼 하늘로 가볍게 떠오를 것만 같았다. 아란은 양팔을 날개처럼 흔들었다. 지나던 사람 중 한 명이 아란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괜찮았다. 아란은 그렇게 한참 동안을 지하철역 앞에 서 있었다. --- p.99 여행을 떠나자 어디든 좋으니 눈부신 하늘 따뜻한 바람, 바다 위로 부서지는 햇살 밤이 되어도 지지 않는 해, 귓가에 계속 맴도는 음악 나쁜 일은 잊어버려, 내일은 다시 새로워질 거야 --- p.116~117 불꽃이 계속 타들어갔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자옥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이 주 깨처럼 희미하게 박혀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언젠가 저기에 도달할 수 있을까. 새삼 엄마와의 거리가 실감이 났다. 거리는 멀어도, 바라보는 하늘은 같을지도 모른다. --- p.125 아란은 지하철역 출구 앞에 선 채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선미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 봤다. 내일 학교에선 또 달라지겠지. 그럼 또 상처받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아란은 에스컬레이터를 한달음에 뛰어내려갔다. 어서 아지트에 가고 싶었다. 가서, 기타 줄이 끊어질 정도로 연주를 하고 싶었다. --- p.157 자옥은 꿈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한번 세차게 흔들었다. 그 순간 자옥은 자신이 가고자 했던 엄마의 나라, 베트남을 떠올렸다. 따뜻한 햇살과 기분 좋은 공기,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포근한 바람까지. 아오자이를 입은 소녀들과 입맛을 돋게 하는 쌀국수,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바다. 어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해 부르는 파도와 솜털처럼 가는 모래, 해변의 사람들……. 그곳에서 보사노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출 것이다. --- p.211 현실은 음악과 결코 같지 않다. --- p.213 “뭐해? 연습 안 하고.” 자옥이 베이스를 손에 들었다. 자옥의 말에 세 명이 일어섰다. 부르카들의 얼굴에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늘 서던 자리로 가서 섰다. 부옇게 먼지 낀 악기를 조심스레 털었다. 악기 세팅을 끝내고, 자옥이 손을 내밀었다. 넷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유랑단의 상징, 부르카를 뒤집어썼다. 고양이와 리본, 해바라기와 나비 모양의 머리띠가 검은색 부르카 위에 장식이 되어 주었다. 자옥의 베이스 연주를 시작으로, 부르카 유랑단이 마지막으로 합주를 하기 시작했다. --- p.223~224 돌리는 주머니에서 두 개의 티켓을 꺼냈다. 인도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과, 꿈으로 달려가는 경연대회 티켓. 에라, 모르겠다. 돌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돌리는 티켓을 들고 뒤돌아 달렸다. 캐리어 바퀴가 경쾌한 소리를 냈다. 반구형의 제1 여객터미널 지붕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 p.233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펼쳐지는 공연은 환상적일 것이다. 처음의 꿈이 바랬다고 해도,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영원할 테니까. 자옥은 티켓을 접어 종이 비행기를 만들었다. 대기실 창문 밖으로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엄마, 안녕. 12월의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p.236 “나는 음악을 할 거야.” 제오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지호는 다리에서 내려왔다. 이별의 말치고는 꽤 싱겁다고 생각하며, 지호는 아지트를 향해 걸어갔다. 바람이 꽤 차가웠다. 지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 p.238~239 하지만 공연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공연이니까.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란과 돌리, 자옥과 지호는 마지막 퍼포먼스를 실행하기로 했다. 네 명은 동시에 부르카를 벗어던졌다. --- p.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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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고생 밴드, 세상을 달구다!
시작부터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현실을 전복하는 경쾌하고 도발적인 청소년 장편소설! 천강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낸 박혜영 작가의 청소년 장편소설 『부르카 유랑단』은 각각의 고민과 꿈을 가진 10대 소녀 네 명의 밴드 결성기입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펼쳐지는 청소년 밴드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교 ‘찐’ 장아란(기타), 인도에서 온 돌리 센 샤르마(보컬), 엄마 나라의 인사말(신짜오)을 이름으로 가진 신자옥(베이스), 불안증과 우울 증세로 약을 먹고 있는 김지호(키보드)가 〈부르카 유랑단〉을 만들어 공연과 합주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인종도, 국적도, 생각하는 바도, 음악 취향도, 모두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며 자신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만들어 갑니다. 이들의 밴드 결성기는 시작부터 쉽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생긴 친구를 이해해야 하는 전교 ‘찐’ 장아란, 엄마의 죽음이 종교적 관습을 따르지 않아서라고 믿는 아빠를 설득해야 하는 돌리, 엄마를 만나기 위해 베트남으로 가고자 하는 자옥과 남자친구와의 안전이별을 걱정해야 하는 지호도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깊게 고민하고 내일을 위해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종교적(?) 관습으로 부르카를 써야 하는 돌리를 위해 모두가 부르카를 입고 공연을 하기로 한 〈부르카 유랑단〉. 우당탕탕,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합주와, 풍선껌처럼 부푸는 각자의 이야기들. 과연 이들은 무사히 공연을 할 수 있을까요? 『부르카 유랑단』은 왕따 문제와 가난, 관습과 자유, 이성교제와 안전이별 같은 심각한 이야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전복시켜 읽는 재미와 함께, 미래를 이끌어갈 주체로서 이 사회에 물음을 던지고 음악을 통한 대안과 치유, 연대와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자신들의 노래를 만들고 소설은 실제 인도네시아 10대 여성 헤비메탈 밴드 VOB(Voice of Baceprot)에 대한 애정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가는 소설을 쓸 당시에는 몰랐으나, 2024년 출간 준비를 하며 우연히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밴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소설 속에는 주인공 4인방이 사랑하는 많은 밴드와 노래가 등장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밴드를 찾고, 몰랐던 밴드를 알아나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첫 합주에서 보컬 돌리가 부르는 노래는 싱어송라이터 고효경의 ‘다시, 봄’입니다. 달콤한 솜사탕처럼 아름다운 음색이 서정적인 가사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느낌이 들게 합니다. 박혜영 작가는 처음으로 도전한 청소년 소설에서, 어른이 쓰는 계도적인 틀과 한계에 갇히지 않고 실제 청소년들의 꿈과 고민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현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합니다. ‘나는 음악을 할 거야.’ 지호의 눈물어린 다짐처럼, 소설 속 부르카 유랑단이 달궈진 팬처럼 세상을 뜨겁게 바꾸고, 웃고, 노래하고, 온 힘을 다해 소리지르며,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라도 할 것처럼 공연을 계속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