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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나카지마 미유키 송 북〉을 찾아서
Ⅰ. 고마워 / Ⅱ. 이제 그만 하세요 / Ⅲ. 키스해 줘 / Ⅳ. /Ⅴ. 아가트는 정말 좋아, 프레가트가 제2부 시의 학교 Ⅰ. 흡혈귀 따윈 무섭지 않아 / Ⅱ. 어서 오세요 제3부 사요나라, 갱들이여 Ⅰ. 미안해요 / Ⅱ. 베리 나이스, 베리 나이스, 베리 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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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지어주기를 바라는 상대에게 말한다. “제 이름을 지어주세요.” 그것이 우리의 구애법이다. 나는 몇 번이나 이름을 가지고 또 잃어버렸다. S.B.를 만날 때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이름 없이 지내왔다. 몇 번씩 이름을 바꾸는 동안, 우리는 점점 신중하게 되어간다.(p. 22) “우리는, 행동을 끝마친 밤에 책상을 마주하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불안을 느낍니다. 그것은 우리가 조금씩 이 세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불안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이룩한 것과, 우리가 이마주 속에서 키우고 있는 것이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불안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도망치고 싶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라고 소리치는 우리의 마음을 향해, 불안에서 눈을 돌리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기관총을 들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갱이라는 사실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 p.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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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는 침대로 들어올 때 모조리 벗는다.
적어도 100번은 함께 잤지만 난 여전히 쑥스럽기만 하다. 쑥스러워서, 쑥스러워서, S.B.가 드레스와 팬티스타킹을 벗고 있는 동안, 나는 줄곧 의자에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을 정도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영겁의 시간이 흐르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S.B.가 기다림에 지친 전능한 신처럼 "달링! 뭐하고 있어?"라고 질책한 다음에야 나는 비로소 옷을 벗는다. S.B.는 내가 옷을 벗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자기 몸을 보는 게 너무 좋아." S.B.는 말했다. 나는 정말, 쑥스러워서, 쑥스러워서, 쑥스러워서, S.B.에게 팬티를 입은 채 침대에 들어가도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어차피 벗을 거 아냐?" 나는 알몸이 되면 정말로 알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S.B.는 알몸이 되더라도 여전히 한 벌의 페티코트를 걸치고 있는 느낌이다. "그건 달라." S.B.는 말했다. "나는 알몸이 되면 정확히 알몸이지만, 자기는 알몸이 되더라도 알몸이 아닌 것 같아." S.B.는 아리스토텔레스적으로 내게 말한다. 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결국은 두 손을 들어버렸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S.B.의 유방은 내 손에 딱 들어맞는다. 몇 번이나 손을 떼었다가 다시 올려놓아도 딱 들어맞는다. "침대에서 수수께끼 놀이는 하지 마." S.B.가 내 손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침대란, 사랑을 나누거나,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손만 잡고서 잠을 자거나, 옆으로 누워서 바리케이드가 되거나, 아무튼 그밖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 p.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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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시작에는 다소 코믹하고 풍자적인 하나의 짧은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미합중국 대통령이 취임식 연설을 하고 내려오던 중 갱들에 의해 풍선껌 폭탄 테러를 당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옛날 옛적에, 사람들은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부모가 지어주었다고 한다. 책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 소설 속의 현실에서 사람들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강물에 버려버리고 자기 스스로 이름을 짓는다. 사람들은 이상한 이름을 짓기 시작하고, 이름을 지은 당사자와 이름과도 서로 죽이는 일이 생기게도 된다. 그때부터 ‘죽음’에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이름을 가지는 것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을 하면서 사람들은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연인들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제 이름을 지어주세요”라는 구애법을 사용한다. 주인공 ‘나’의 이름은 〈사요나라, 갱들이여〉다. 그것은 사랑하는 여자 〈S.B〉(〈나카지마 미유키 송 북〉)가 지어준 이름이다. ‘나’는 시의 학교에서 시를 가르친다. 예전에는 딸 〈캘러웨이〉와 한 여자와 살면서 공장 노동일을 하던 ‘남자’였으나 〈캘러웨이〉가 죽고 나서 아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여자’가 그를 떠난다. 그후 그는 전직이 갱이었던 〈S.B.〉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데려온,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를 좋아하는 고양이 〈헨리 4세〉와 함께 셋이 한 집에서 살게 된다. 흡혈귀가 살고 있는 옆 교실에서 시를 가르치는 〈사요나라, 갱들이여〉에게 다양한 사람들이 시를 배우러 온다. 죽어버린 두 남편에게 자신이 키우는 〈도마뱀 몬스터〉의 생김새를 설명해 줄 수 없었던 할머니, 레코드 속에 갇힌 채 길을 잃은 남자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받는 여자아이, 냉장고로 변신한 그리스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사람도 사물도 아닌 정체불명의 〈영문을 모르는 것〉, 지구인의 형상을 한 〈목성인〉, 진실에 대한 갈망을 지닌 간수, 그리고 네 명의 갱들이 들이닥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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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의 올바르게 미친[狂] 소설”
“『사요나라, 갱들이여』에 도착하기까지 작가는 약 10년간의 침묵기(실어기)를 거쳤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침묵기는 단지 다카하시 겐이치로 개인에게 국한된 일은 아니었으며, 전 일본의 지식인 사회가 침묵과 실어,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답답한 10년을 함께 지내왔다고 볼 수 있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1960년대 후반 학생운동으로 일본 전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전공투’ 세대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수감되어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극심한 실어증을 경험했으며, 그후 10년여 동안 막노동자로 살면서 글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사요나라, 갱들이여』는 이러한 작가의 오랜 고민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사요나라, 갱들이여』는 비슷한 시대적 상흔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등의 작품과는 내용면이나 형식면에서 구별이 된다. 작가가 통과했던 시대의 아픔,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뇌와 성찰, 세계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모색이 좀더 직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일본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힐 만큼 『사요나라, 갱들이여』는 작가만의 독특한 형식과 문체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인 〈나〉와 그의 애인 〈S.B.〉 그리고 고양이 〈헨리 4세〉가 살아가는 초현실적인 사랑과 삶을 독창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는 『사요나라, 갱들이여』는 흔히 ‘후일담’ 소설과는 구별되는 작품으로서 문학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샤갈의 그림과도 같은 강렬함과 시적인 애상, 새로운 소설 읽기의 기쁨을 전해 줄 것이다. ■ 일본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작 『사요나라, 갱들이여』는 전체 3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 부는 다시 상황과 장면에 따라 짤막하게 조각되어 있다. 그 각각은 현실 세계의 상식과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분위기,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언어, 다양한 서체, 독특한 글자 배열, 표나 그림의 사용 등으로 어떠한 소설보다 시각적이다. 또한 『사요나라, 갱들이여』에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전(古典)들뿐만 아니라 현대의 팝음악, 애니메이션,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 사건들을 자유자재로 원용하면서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 『사요나라, 갱들이여』의 해설을 쓴 문예평론가 가토 노리히로(加藤典洋)는 다카하시 겐이치로에 대하여 “다른 산들은 시작부터 토대에 해당하는 수천 미터가 가산되어 있지만 후지 산은 오로지 산만 계산해서 3776미터가 되는 것이 특이하다. ……다카하시의 소설이 끌리는 이유는, 그의 말이 재기가 넘치고 필치가 좋은 것 이상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말의 초기 모양새를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가의 후지 산이다. 언제나 실어의 상태로부터 단숨에 산꼭대기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그리며 소설을 쓴다”라고 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