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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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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티아나 니콜라예바 ,Tatjana Nikolajewa / Tatyana Nikolay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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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에 비유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두 권으로 된 48개의 전주곡과 푸가곡집이다. 각 권은 24짝의 전주곡과 푸가곡들로 구성되었으며 모든 장조와 단조의 조성으로 씌어져, 조성에 내재한 모든 가능성들을 탐구한다. 1권은 바흐의 쾨텐 시절 말년인 1722년에 완성되었고, 2권은 그로부터 20년 후인 1744년에 라이프치히 시절에 나왔다. 오늘날에는 1권과 2권을 합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 바흐는 '평균율 클라비어(Das woltemperierte Klavier)'란 제목을 1권에만 붙였다. 비록 바흐의 제자인 요한 크리스토프 알트니콜이 자신의 사본 표지에 '평균율 클라비어 2권(Des Wohltemperirten Klavier Zweyter Theil)'이라고 썼다고는 하지만(이것은 과연 바흐가 의도한 것이었는지 의심이 간다), 바흐가 남긴 자필본에도 그것을 베낀 사본에도 2권에다 그런 타이틀을 붙인 예를 찾아볼 수는 없다. 1권과 2권을 한데 묶는 습관은 바흐가 세상을 떠난 후 최초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판본 중의 하나를 만들었던 음악편집자 슈벤케(Schwenke)의 필사본(1781)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슈벤케는 1권과 2권을 통틀어 <48개의 전주곡과 푸가>라고 불렀고, 이것이 습관적으로 받아들여져 결국 두 권의 작품들을 제 1권의 제목으로 통칭, '평균율 클라비어'란 제목을 쓰게 된 것이었다.
사실 평균율에 기초해서 모든 장조와 단조의 작품을 쓴 것은 바흐가 처음으로 시도한 일이 아니었다. 바흐보다 한 세대 위의 독일 작곡가인 파헬벨이 평균율에 기초한 17개에 이르는 작품을 자신의 모음곡에 쓴 바 있고, 얼마 후에 역시 독일 작곡가인 피셔(Fischer, Johann Caspar Ferdinand 1670년경-1746)가, 비록 난이도가 높은 5개의 조성(D플랫 장조, b플랫 단조, e플랫 단조, F샤프 장조, g샤프 단조)은 포기했지만, 바흐가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을 내놓기 20년 전인 1702년에 이미 <아리아드네 무지카, 20곡에 달하는 전주곡과 푸가에 의한 새로운 오르간 곡집>(Ariadne Musica Neo-Organeodum per XX Praeludia totidem Fugas)이란 제목의 모든 조성에 의한 '작은 전주곡과 푸가' 20곡을 남겼었다. 더군다나 마테존(Mattheson, Johann 1681-1764)이라는 독일 작곡가는 바흐의 첫 작품이 나오기 직전인 1719년에 처음으로 24개의 조성 모두를 사용한 평균율을 자신의 저술 <모범적인 오르간 주자의 증언>(Exemplarische Orgarnisten-Probe)에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바흐의 작품은 그 모든 선구적 작품들을 한순간에 빛바래게 만들었다. 그것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당대에 알려진 모든 양식의 건반음악 작곡법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기교적 난점들을 완벽하게 극복하고, 최고의 걸작품으로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피아니스트이며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우가 "구약성서"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후대의 연주가나 작곡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꾸준히 공부하면서 위대한 연주가 및 작곡가로 성장했으며, 슈만은 젊은 제자들에게 늘 그것을 공부하라고 독려했다. 그리고 열렬한 바흐 예찬론자인 쇼팽이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았던 일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쇼팽은 그 곡집의 전주곡과 푸가 한 두 곡을 연주하지 않고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뛰어난 음악가들까지도 평생 동안 공부시켰던, 서양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교습용 작품이기도 했던 것이다. 바흐가 이 작품을 음악교육용으로 썼다는 점은 1권의 처음에 나오는 12개의 전주곡이 E플랫 장조 한 곡을 제외하고는 11곡 모두가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1720)>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사실만을 상기해 봐도 잘 알 수 있다. 바흐는 1722년 1권의 표지에서 "이미 기술을 연마한 연주자들뿐만 아니라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학생들의 연습을 위해" 작곡했다고 했지만, 그 가치를 너무 겸손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이 든다. 교육적 측면에서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가치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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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를 감동시켰던 니콜라예바
여성으로서 바흐의 건반 음악에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들을 기억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멀게는 <평균율> 전곡을 최초로 녹음했던 연주자 중의 한 사람인 폴란드 태생의 반다 란도프스카(Wanda Landowska), 가깝게는 최근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며 강건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영국의 앤절러 휴이트(Angela Hewitt)를 언뜻 떠올릴 수 있겠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우리의 기억 속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는 가장 훌륭한 여성 바흐 전문 연주자를 먼저 말해야 한다면, 단연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배출한 두 사람, 즉 로절린 튜렉(Rosalyn Tureck)과 타티아나 니콜라예바를 기억해내야 할 것이다. 냉전시대에, 소련은 튜렉이라는 커다란 별에 대항할 수 있는 인물로 니콜라예바(튜렉보다 10년 연하다)를 앞세움으로써 국가적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니콜라예바는 1924년 베지차에서 태어났다.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Moscow Central School of Music)에서 알렉산더 골덴바이스(Alexander Goldenweis)한테 배웠고, 이어 음악원에 진학해 역시 골덴바이스 선생의 지도를 받아 1947년에 연주가로서의 학업을 마쳤다. 니콜라예바는 그 후 예프게니 골루베프(Evgeny Golubev)선생도 사사해서 1950년에는 작곡공부까지 끝냈다. 놀라운 음악적 기억력을 지닌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한 그녀는, 바흐에서 스트라빈스키까지, 항시 약 50곡 정도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암보로 연주할 수 있었는가 하면,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전 48곡, 베토벤 <소나타> 전 32곡, 쇼스타코비치의 <전주곡과 푸가>24곡을 포함시킨 시리즈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훌륭한 작곡가이기도 했던 니콜라예바는 학생시절 졸업을 위해 준비한 칸타타 '행복에 관한 노래(Pesn o schast'ye)'와 피아노 협주곡 외에, 교향곡, 피아노 5중주곡, 피아노를 위한 작품, 실내악곡, 그리고 연가곡 <아이슬란드>(Islandiya) 등 여러 가지 작품들을 남겼다. 니콜라예바는 학생 시절 이전인 1945년에 이미 데뷔무대를 가졌고 러시아와 해외무대에서 차분히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50년에는 바흐 타계 200주년을 기념하며 실시된 동독의 라이프치히 바흐 연주 국제 콩쿠르에서 당당히 우승함으로써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라이프치히 콩쿠르에 입상한 것을 계기로 그녀는 적어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바흐의 음악과 아주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라이프치히 바흐 연주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니콜라예바는 유능한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쇼스타코비치는 곧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모델로 한 <24개의 전주곡과 푸가>(op.87)를 썼다. 쇼스타코비치가 니콜라예바의 바흐 연주를 듣지 못했다면 그 명곡을 내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작품을 니콜라예바에게 헌정했고, 1952년 12월 23일과 28일에 레닌그라드에서 그 곡을 초연했던 피아니스트도 당연히 니콜라예바였다. 그렇다면 쇼스타코비치를 그렇게 열광시켰던 니콜라예바의 바흐 연주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우리는 그 당시 실황기록을 뒤져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도 쇼스타코비치가 받았던 당시의 감동을 공유할 수 있다. 그녀가 남긴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명 녹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예바는 개성이 매우 강한 피아니스트였다. 비르투오소 테크닉을 가지고 있었고,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심오하고 강렬한 기질을 타고난 연주가였다. 그녀의 그런 기질은 물론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연주에 십분 발휘되어 있다. 그녀가 연주하는 전주곡은 쾌활하고 맹렬하고 긴박하며 생동감이 넘치지만, 니콜라예바의 연주는 대부분의 다른 연주들보다 약간 느린 편이다. 특히 느린 악곡을 연주할 때는 음표 하나하나에 충분한 의미를 담아 연주하기 때문에 찰지고 감칠맛이 나는데, 매우 느린 '아다지오'를 연주할 때는 거의 질척질척한(sludge sound) 사운드를 느낄 정도다. 하지만 그녀의 연주는 대위구조를 돋보이게 하고, 묵직한 악센트를 구사하며, 다이내믹한 진행을 하기 때문에 늘 듣는 이를 긴장시킨다. 니콜라예바 연주의 장점 중의 중요한 한 부분은 그렇게 풍성한 연주를 펼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어떠한 센티멘털리즘에도 빠지지 않으면서 최고로 시적이며, 끝까지 강력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D샤프 단조 푸가는 일반적으로 광선이 흩뿌려진 어둡고 비통한 음악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니콜라예바가 슬픔에 잠겨 허우적거리지 않으면서 팽팽한 긴장감의 시상을 전개해나가는 것을 보라! 그녀의 열정적인 정서 충동은 뚜렷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늘 잘 조절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