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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홀린 광대
산책 숲에서 길을 잃다 양떼 목장 배추벌레 횡설수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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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홀린 광대」는 ‘나’와 아들의 엇나가는 관계를 대화를 통해 보여주면서 연작의 서두를 연다. ‘나’는 이혼한 상태, 늙고 병든 전처는 양로원에 있고 “뒤늦게 머리가 트여” “잘나가는 토목기사”가 된 큰아들과 “몇 달째 집을 비운 후 소식이 없는” 막내아들이 있다. 나는 큰아들에게 떠밀려 아버지의 산소를 찾는다. ‘아들녀석’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믿지 못하는 “의심 많은 늙은이”인 나는 아들에게 냉소와 부정으로 일관한다(심술궂고 변덕스러운 인물, 정영문 소설의 주인공이 가진 특징이다). 소통에 소용되지 못하고 흩어지고 마는, 언어유희에 가까운 ‘뻔뻔스럽고 불쾌한’ 나와 아들과의 대화는 일탈적 가족관계를 극명히 드러내준다. 또한 ‘아버지’라는 대상에 대해서 느끼는 인상과 반감, 소통 불능, 단절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성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나는 갑자기 차를 세우게 하고 혼자서 내리고, 이유를 알아야겠다며 따라 내린 아들녀석의 뒤통수를 갈겨 쫓아 보낸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여전히 나는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는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나 자신이,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내게 주어지지 않은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나 자신이 달에 홀린 광대처럼 느껴졌다.”
「산책」에서 ‘나’는 유일한 친구이자 오랜 친구 B의 집을 향해 가고 있다. 산책길에, 고무호스를 고양이라고 우기는 어린 소녀를 만나고, 바다에 면한 언덕 위 자전거 안장에 걸터앉아 있는 노인을 본다. 젊은 시절 강을 헤엄쳐간 일, B와 함께 유람선을 탄 일,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시체를 본 일 등 무수한 기억과 상념이 떠오른다. 그리고 B의 집에서 “오랜 친구들이 만나 나누기에 마땅한 얘기들로 느껴”지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실상은 “어디로 나아갈지 알 수 없는 이야기” “실제로 있었던 일은 하나도 얘기하지 않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없는” 이야기. “뭘 좀 먹겠어? / 모르겠어. 먹을 수는 있어. / 먹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 먹겠다고는 하지 않았어. 먹을 수는 있다고 말했지” 혹은 “당신 언니가 한 어떤 말들은 잊지 않고 있어. / 잊을 수 없는 어떤 말들을 했으니까. 어떤 말들을? / 어떤 말들을” 같은 부분은 마치 “어떤 연극 무대의 배우들”의 대사 같다. 「숲에서 길을 잃다」에서 ‘나’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막내놈’과 함께 그의 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동생 집으로 간다. 술을 마시면서 아버지를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삶과 자신과 가족을 사랑했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을 살다 간” “누구보다도 괴팍했으며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아버지를. 그리고 괜히 심술이 난 ‘나’는 술에 취해 동생과 대판 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제사상 위에 토하고 만다(‘나’가 스스로 내뱉는 말처럼 정말 압권이다, 압권). 이튿날 혼자 근처 숲으로 산책을 갔다가 길을 잃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숲은 길을 잃기에 좋은 곳이지, 숲속에서 길을 잃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더이상 길이 아닌 곳에서 길을 잃었다고 할 수 있을까, 길을 찾게 되거나 못 찾게 되겠지’ 등등 생각은 계속 이어진다. 「양떼 목장」은 친구의 양떼 목장에서 안내인 일을 하면서 지내는 ‘나’의 이야기, 「배추벌레」는 낯선 일행과 함께 배추밭에서 일을 하는 ‘나’의 이야기이다. 공간도, 인물도 현실감이 있지만, 동시에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원하는 것이 있기나 한지도 알 수 없는 ‘나’는 기꺼이 무의미한 것들에 몰두하고, “실천보다는 실천에 옮기지 않는, 끝내는 옮겨지지 않는 생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배추벌레」의 ‘나’ 또한 혼란스러운 생각, 생각의 혼란스러움에 빠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