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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y Delis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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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만화가의 눈에 비친 오늘의 평양과 사람들의 모습
위대한 지도자의 손에 의해 새롭게 건설된 청결하고 깨끗한 무균의 도시, 샹들리에와 대리석으로 치장된 지하 왕국 같은 지하철과 50층에 달하는 고층건물들이 세워져 있는 평양. 애니메이션 작업을 위해 그곳에서 두 달간 체류한 프랑스 만화가의 눈에 평양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지금 남과 북은 개성공단 건설과 금강산 관광, 서해 무력 충돌 방지와 휴전선 지역 선전수단 철거 약속, 남북 작가회담 등의 문화교류와 그밖의 수많은 민간 교류 등으로 장밋빛 관계에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고 쉽게 열리지 않는 북한이기에, 그곳의 실제 모습을 그려낸 이 책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특히 제삼자의 눈을 통해 만화로 생생히 그려졌기에 보다 흥미롭다. 이 책의 장점은 북한의 모습을 피상적으로 스치면서 보고 느낀 여행기가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작업을 해나가며 좌충우돌했던 온갖 상황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데 있다. 다른 나라 자본주의 사업가들이 평양에 진출하여 여러 가지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작업하는 스타일의 차이는 물론이고, 재즈음악이나 레게음악을 듣는 만화가와 하루종일 김일성 부자의 찬양가를 듣는 북측 사람들과의 갈등, 철저히 분리된 채 외국인들끼리 벌이는 파티의 흥겨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안내원 동지를 따돌리고 어떻게든 자유롭게 평양을 탐험해 보고자 애쓰는 만화가의 좌충우돌하는 모습, 외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남한과의 관계, 통일에 대한 의견… 등 생생한 체험이, 이 책이 상투적인 북한 여행기와는 달리 재미있게 읽혀지는 이유이다. 프랑스 만화가 기 들릴(Guy Delisle)은 서방세계의 언론에 비쳐진 이미지대로 평양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텅빈 거리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 발디딘 평양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비록 러시아워 같은 교통 체증은 없었지만 도로에는 자동차가 지나다니고, 분주히 오고가는 행인들도 많이 보였다. 거리 곳곳은 너무도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고, 사람들의 복장 역시 너무나 단정해 보였다. 그는 몇 주를 지내며 평양이라는 곳이 서구세계에 일방적으로 전해졌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무료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가져가 읽었던 조지 오웰의『1984년』처럼, 평양에서의 생활은 철저히 통제되고 획일화되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작가의 북한 출장을 22미터에 달하는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은 앞으로 맞이할 여러 가지 낯설고 갑갑할 수밖에 없는 평양 생활의 전주였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위해 두 달간 평양에 머물렀던 프랑스 만화작가, 기 들릴의 눈에 비친 그곳은 한 마디로 우울한 빛깔의 전체주의 사회다. 그가 본 풍경은 TV나 신문지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가 접한 평양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깨끗한 평양의 외형과는 달리 그곳의 생활은 낯선 이방인에게는 조지 오웰의 책에 나오는 '빅브라더식 감시사회'처럼 왠지 암울하기만 하다. 외국인 전용 호텔에는 전기가 잘 공급되지 않아 어둡고, 식당의 메뉴는 외국 사찰단이 들어오는 기간 동안만 과일 등 신선한 먹거리가 제공된다. 자유로운 외출도 허락되지 않아, 사전에 허락을 맡아야 하고, 허락된다 해도 꼭 가이드와 통역을 대동해야만 한다. 역사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권력 세습 공산주의 왕조인 북한의 모든 건물과 방에는 김일성 부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심지어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공식 배지가 달려 있다. 그리고 3개월마다 통제되고 변경되는 북한의 라디오방송은 외부 소식의 전달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외국에서의 식량 원조도 계급과 서열, 당에 대한 충성도에 의해 배급량이 결정되어 3분의 1만 혜택을 볼 정도이다. 북한의 실정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 들릴이 그려낸『평양』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실재를 보여준다. 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믿고 간과하고 있는 사실을. 프랑스 만화가의 작품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올바로 바라보지 못한 것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념과 당위가 강해질수록 그만큼 삶 자체가 경직될 수 있다는 것은 평양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될 수 있음을 작가의 시니컬한 유머를 통해서 알게 된다. 이 책 속에서 북한의 기술자와 가이드에게 의미는 전달되지 않겠지만, “일어나라, 일어나! 일어나, 권리를 찾아라! 일어나라, 일어나! 투쟁을 멈추지 말아라”라는 가사의 레게 음악을 들려주는 프랑스 만화가의 노력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또는 평양을 떠나기 전날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방에서 대동강변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날아라, 날아…… 조금만 더……” 하고 간절히 바라는 작가의 마음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원조와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우리의 가슴에까지 날아와야 할 희망의 메시지는 아닐까? 저자는『평양』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너무나 다른 세상처럼 보였던 그들의 생활을 만화에 담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차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