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간밤에는 좀 주무셨어요, 프랭클린?"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수레 위의 잡지와 책들을 쭉 펼친다. 우리는 이제 망설임없이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그애가 가지고 다니는 정기 간행물들은 흔한 것들, 가정과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한 구겨진 잡지들이다. 그러나 책들은 대부분 범죄 소설이나 이상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이다.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비로니커가 직접 고른 것 같다. "간호사 말이, 병실에서 자주 나와 복도를 걸어다니신다는데요." "돌리가 나를 못 본 줄 았았는데. 세상 모든 잠은 돌리가 독차지한 것 같았거든." "그게 돌리가 하는 일이죠." 비로니커는 극적인 말투로 장난스럽게 덧붙인다. "돌리는 밤의 간호사잖아요." "하긴 그래." 갑자기 환자복을 벗어 버리고 비로니커를 따라 병실을 돌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말을 잇는다. "그런데 돌리는 젤리 도넛의 간호사이기도 한 것 같던데. 또 패스트리와 파이의 간호사이기도 하고." "그래요." 비로니커는 이런 잡담이 즐거운지 큰 소리로 대꾸하고는 말을 잇는다. "한번은 돌리의 구두에 체리가 가득 든 걸 보았어요. 아무 말도 안했지만, 혹시나 그게 체리가 아니라 피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 p.90~91 |
|
"간밤에는 좀 주무셨어요, 프랭클린?"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수레 위의 잡지와 책들을 쭉 펼친다. 우리는 이제 망설임없이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그애가 가지고 다니는 정기 간행물들은 흔한 것들, 가정과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한 구겨진 잡지들이다. 그러나 책들은 대부분 범죄 소설이나 이상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이다.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비로니커가 직접 고른 것 같다. "간호사 말이, 병실에서 자주 나와 복도를 걸어다니신다는데요." "돌리가 나를 못 본 줄 았았는데. 세상 모든 잠은 돌리가 독차지한 것 같았거든." "그게 돌리가 하는 일이죠." 비로니커는 극적인 말투로 장난스럽게 덧붙인다. "돌리는 밤의 간호사잖아요." "하긴 그래." 갑자기 환자복을 벗어 버리고 비로니커를 따라 병실을 돌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말을 잇는다. "그런데 돌리는 젤리 도넛의 간호사이기도 한 것 같던데. 또 패스트리와 파이의 간호사이기도 하고." "그래요." 비로니커는 이런 잡담이 즐거운지 큰 소리로 대꾸하고는 말을 잇는다. "한번은 돌리의 구두에 체리가 가득 든 걸 보았어요. 아무 말도 안했지만, 혹시나 그게 체리가 아니라 피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 p.90~91 |
|
지난 99년 말에 발표한 신작 장편 『A Gesture Life 』는 뉴욕시 교외의 부촌에서 30여년간 깎듯한 행동으로 주위의 인정을 받아온 한국인 피의 한 일본인 노인이 우연한 화상과 입원을 계기로 잠재의식 깊숙이 억눌러왔던 과거에 대한 후회와 실패, 내밀한 생각들을 성찰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가 한국인 정신대의 참상에서 충격을 받아 집필한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미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순수문학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뉴욕 타임즈는 2000년 초의 문학특집기사에서, 이창래씨가 데뷔작인 '내이티브 스피커'와 이 작품을 통해 미국 문단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