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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문
서문 제1부 폭력 제1장 쾨슬러의 딜레마 제2장 부하린과 역사의 애매성 제3장 트로츠키의 이성주의 제2부 휴머니즘적 시각 제1장 프롤레타리아에서 인민 위원으로 제2장 구도자와 프롤레타리아 결론 옮긴이 해제 한국어판 발문_정화열(미국 모라비언 대학 교수)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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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모든 저서에서 핵심을 품은 명문으로 알려져 있는 저자 서문과 제1부 폭력, 제2부 휴머니즘적 시각,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메를로-퐁티는 당시 모스크바 재판을 기록하고 있는 『심문 속기록』(1938년)과 『한낮의 어둠』(1940년), 그리고 『구도자와 인민 위원』(1942년)을 면밀히 연구 분석하여, 역사와 현실 정치의 우연성·모호성·합리성·폭력성의 측면을 도출시키고 있다. 또 우연성과 합리성을 함께 갖춘 ‘역사 안의 변증법’ 논리에 따른 정치가의 선택과 투철한 책임 윤리에 대해서도 강변한다.
메를로-퐁티는 궁극적으로, 폭력이란 것이 우리가 신체를 가진 존재로 태어났다는 어쩔 수 없는 존재론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며 바로 그 사실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현상학이 하나의 철학적 ‘운동’으로서 변화하는 인간의 조건과 인간의 역사에 적응해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 또한 재정립하고 있다. 더불어 “진정한 자유는, 타자를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파악하고 자유를 부정하는 이론들조차 함께 이해하려 할 때 가능하다”라는 궁극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메를로-퐁티에게 있어서 마르크스주의는 대화와 토론을 통한 폭력의 지양, 즉 ‘야만적 폭력’에서 ‘포용적 휴머니즘’ 혹은 ‘소통 지향적 휴머니즘’으로의 전환을 추구했던 진지한 시도로 이해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1950년 동북아의 조그만 나라 한반도에서 벌어진 한국전쟁은 공산주의에 대한 당시 메를로-퐁티의 생각에 있어서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대 사건이었다. 이후 발표한 『변증법의 모험Les Adventures de la Dialectique』(1955년)에서 그는 스탈린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한편 약탈 강국으로 변질된 소련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혁명에서 반대와 자유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혁명들이 변질되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확립된 정권이 되어버렸을 때 혁명은 더 이상 그전과 같은 운동으로서의 혁명이 될 수 없다. 말하자면 혁명은 성공했고 하나의 제도로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역사적 운동으로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혁명은 성취되면 그 자체를 “배반하고” 트로츠키의 표현대로 “손상”시킨다. 혁명은 운동으로서 진실이고 정권으로서는 거짓인 것이다. _『변증법의 모험』에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메를로-퐁티의 정치와 역사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유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쪾 그가 말하는 좋은 정치란 성공한 정치이다. 그가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정치가 정치로 남기 위해서는 단지 이론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에 대한 새로운 단어들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 현실적인 정당성들을 발견해야 하며, 현존하는 세력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쪾 역사는 기계에 비유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에 비유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역사는 테러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추적하기 쉬운 직설적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일반적 상황에 근거하여 매 순간 다시 일어서면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순간’과 ‘연속’ 속에 하나의 총체로서 존재하며 전체의 의미를 부여받아 운동하는 것이 바로 역사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냉전이 형성돼가는 과정과 좌우 지식인들 사이에 전개된 논쟁의 주제와 조건, 그리고 혁명과 정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좌파 지식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의 지식인은 행동하는 지성, 용기 있는 지성이다. 어떤 체제가 우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그 체제를 비판하거나 또는 그로 인해서 그 체제를 좋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체제 속에서 우리의 삶에 대한 위협만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들, 신화, 선전, 그리고 폭력놀이를 동원해서라도 그 체제와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어느 누구도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살아 있는 자로서 생각해야만 한다. _「결론」에서 사람들은 흔히 ‘비폭력’을 내세우면서도 제도화된 폭력, 고통과 전쟁을 불가피한 것으로 만드는 생산 혹은 정치 체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메를로-퐁티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자유주의 원리의 가면을 쓴 민주주의 사회의 술책과 폭력, 선정, 그리고 원칙 없는 정치 현실주의를 국제 정치 혹은 식민지 정치에서 실제로 구사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정치에서도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과거 인도차이나 반도나 팔레스타인에 가해지는 군사적 억압과 중동 지역에서의 미 제국주의의 발호, 그리고 가장 최근에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등이 모두 이러한 범주에 속하며 이미 그 도덕적 위험성을 지적받고 있다. 이 책은 ‘테러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테러와 폭력의 발생처를 되묻게 하고, 테러의 정치사상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우리는 순수함과 폭력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폭력 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육화된 존재인 한 폭력은 우리의 운명이다. 유혹 없는, 다시 말해, 최종적으로 분석했을 때 경멸 없는 설득이란 없다. 폭력이란 모든 체제에 공통된 출발 상황이다. 삶, 토론, 그리고 정치적 선택은 이 기반 위에서 일어난다. 중요한 것으로 우리가 토론해야 할 것은 폭력이 아니다. 폭력의 의미 내지는 폭력의 미래이다. 이것은 미래를 향해서 현재를, 타자를 향해서 자기를 뛰어넘는 인간적인 행위의 법칙이다. _본문에서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의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살았던 우리들에게 『휴머니즘과 폭력』은 단순한 철학 서적이 아니었다. [……]권위주의 정권이 수십 년 만에 무너지고, 역사의 그네가 민주주의 창공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던 바로 그 시점에 메를로-퐁티의 역사철학은 ‘보이지 않는 역사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하는 투시경과도 같은 것이었다. _「옮긴이 해제」에서 유럽 중심주의 내지는 에드워드 W. 사이드의 소위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하는 주요 발판으로서, 그리고 급속히 지구촌화해가는 다문화 세계에서 “보편성”을 “횡단성”으로 대체해가는 길목에서 메를로-퐁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_「한국어판 발문」에서 * 다음은 『휴머니즘과 폭력』의 집필 배경이 되는 전후 상황─프랑스 공산당의 역사와 프랑스 사회주의 또는 좌파 사상의 스펙트럼―-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책으로 이 책의 영역자인 캐나다의 현상학자 존 오닐John O'Neill이 추천하는 책이다. David Caute, Communism and the French Intellectual, New York, The Macmillan Company, 1964 Charles A. Micaud, Communism and the French Left, London, Weidenfeld and Nicolson, 1963 Alfred J. Rieber, Stalin and the French Communist Party, New York and London, Columbia University Press, 1962 George Lichtheim, Marxism in Modern France, New York and London, Columbia University Press, 1966 Fredrick F. Ritsch, The French Left and the European Idea, 1947~1949, New York, Pageant Press, 1966 B. D. Graham, The French Socialist and Tripartisme, 1944~1947, Toronto, The 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