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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듯하면서도 어수룩한 대사, 황당한 듯하지만
그 상황에서 가장 적확한 대화로 가득한 게으른 사색가 하로의 행복한 일상! 『행복한 폐인의 하루』는 1960년대 후반 독일의 젊은 층의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영화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베르너 엔케의 만화이다. 1968년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자기야, 본론으로 들어가자Zur Sache, Schaetzchen」로 그는, <끝이 좋을 리 없어>, <자기야, 본론으로 들어가자> 등 당돌한 듯하면서도 어수룩한 대사들을 유행시키면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는데, 바로 이 영화 이래 수년간 메모해 온 비슷한 유의 대사들과 어렸을 때부터 그려 온 플립북에서 모티프를 얻어 2003년 이 책을 출간했다. 언제나 축 늘어진 주인공 하로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보여 주는 소소한 일상은 당시 <단번에 독자의 넋을 빼놓고 멍청한 무기력 상태에 빠트린다>는 평가를 받았는가 하면, 느림과 더불어 게으름이 현대인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또 하나의 찬가>라는 격찬을 받았다. 당돌한 듯하면서도 어수룩한 대사, 황당한 듯하지만 그 상황에서 가장 재치 있는 대화로 가득한 이 책의 대사 몇 군데를 예로 들어 보자. <그 하로라는 놈은 하는 일 없이 놈팡이 짓만 하잖아?> <그래도 그 짓은 부지런히 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지? 자동차도 없고 전화도 없고 코카콜라도 없고 비행기도 없이 말이야.> <그래서 대부분 다 죽었지 뭐.> <지하실에 있는 서류 보관실이 넘쳐나고 있어요. 아주 오래된 서류들은 없앨까요?> <먼저 복사를 해두시오.> <하느님 맙소사!> <그렇게 높은 사람을 자꾸 부르지 마.> …… <멍청한 개새끼!!!> <착한 동물한테 욕하지 마.> 이처럼 이 책은 자칫 무거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우리 일상의 문제들을, 특유의 유머와 단순하지만 특징적인 선의 만화 컷으로 보여 준다. 이 책의 제목 <행복한 폐인의 하루>에 사용된 단어 <폐인>은 겉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이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 게으른 것, 느린 것을 찬미하는 오늘날 현대 사회를 잘 대변하는 또 하나의 신조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