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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늑대를 먹다
성숙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아주 기발한 이야기
찰스 베이츠 저 / 임선희 역
빗살무늬 200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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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옛날 옛날 먼 옛날에
2. 돼지야 늑대가 온다
3. 트윙클 트윙클 리틀 피그
4. 돼지, 늑대를 먹다

저자 소개

저자 : 찰스 베이츠 (Charles Bates)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기계발이라는 주제에 많은 업적을 쌓은 상담가이자 저술가이다. 그는 개인과 집단의 의식형성과 발달에 대한 해석에 능통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몸과 마음의 상호연관이라는 주제와 관련, 화학적 연관성과 의존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인간의 초상』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미네소타의 세인트 폴에 있는 히말라얀 트래디션 협회의 대표로,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인간관계, 개인의 자기계발에 대한 워크샵을 진행중이다.
역자 : 임선희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에서 수학했다. 한국여성개발원에서 번역 업무를 맡았으며, 새로운 외서를 소개하는 에이전트로 일한 바 있다. 2004년 현재 영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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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347g | 148*210*20mm
ISBN13
9788995233368

출판사 리뷰

아이같은 세상, 어른같은 동화
세상이 씨끄럽다. 수도이전을 둘러싼 문제가 그렇고,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기만하는 경제도 그렇고, 강대국이 멋대로 휘두르는 정의와 질서의 헷갈리는 기준이 그렇다. 하긴 세상이 조용하고 시절이 수상쩍지 않던 때가 단 하루라도 있었던가. 어르신들의 입에서 요즘 젊은이 운운하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쯤이면 세상이 평화와 안녕을 찾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항상 씨끄러운 세상에서 자신의 중심을, 변하지 않는 가치판단기준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어쩌면 더 이상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선善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지금까지 끊임없이 씨끄럽기는 했지만, 조금은 더 복잡해지고 사회적 소음이 커지는 환경에서 우리는 수많은 분석도구와 현실적 적응기술을 배우고 익히면서, 판단과 행동의 유연성에 더 많은 무게를 두어야 했다. 그리고 그 도구와 기술은 2004년 현재 재테크나 처세술, 혹은 실용적 자기계발의 깃발을 힘차게 휘날린다. ‘미국’에서도 휘날린 장동건의 태극기처럼.
『돼지, 늑대를 먹다 : 성숙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아주 기발한 이야기』도 그런 분석도구에 속하는 책이다. 다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처럼 우화를 바탕으로 삼되, 현실적 성공을 전제로 하는 의식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개인과 집단의 자아형성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에 조금 무게를 얹고, ‘무슨무슨 10억 만들기’의 종잣돈 불리기나 한 밑천만들기 기술 대신, 요란한 밥벌이와 재테크의 긴 대열에서 빠져나와 그 험난한 줄에 끼어 든 자신을 잠깐이라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다를 뿐이다.

늑대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제목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듯이『돼지, 늑대를 먹다』의 텍스트는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다.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그러나 이 책을 쓴 찰스 베이츠는 그 짤막한 동화 속에서 수많은 심리적 은유와 현실적인 대입을 찾아내면서 세 마리 아기돼지에 해당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낸다. 백 마디 장황한 설명대신 우선, 동화의 스토리와 등장인물을 따라가면서 밝혀가는 심리학적 메타포의 비밀을 살펴보자.
『아기돼지 삼형제』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특정한 의미와 은유를 가진다. 아빠 없는 아기돼지 삼형제를 알뜰하게 보살피고, 때가되면 독립시켜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엄마돼지는 우리의 정신적 원천과 문화유산, 그리고 대자연을 의미한다. 아기돼지들은 애쓰지 않고도 엄마에게 모든 것을 얻어 내지만, 엄마는 그들에게 자아와 문화를 통합시키는 인식의 기초이다. 우리는 모두 이 엄마돼지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현상과 본질에 대하여 사유한다. 그리고 착하고 귀여운 돼지삼형제를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못된 늑대는 곧 사람의 마음 속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어둡고 탐욕스러우며 교활하고 비열한 기질을 통제하는 우리들 각자의 어두운 면을 대표한다.
물론 아기돼지 삼형제도 우리의 자아가 발달하는 각 단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사명과 임무를 가지고 있다. 현실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허술한 초가집을 지어 늑대에게 제일 먼저 잡아 먹히는 첫째돼지는 미성숙하고 유약한 자아의 표상으로, 좀 더 단단하지만 짚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무집을 지은 둘째 돼지는 단선적인 사고방식으로 적합하지 않은 원칙이나 행위를 고집스럽게 반복하는 유형으로, 삼형제 중 유일하게 엄마의 충고를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엄마가 제시한 비전을 이루기위해 치밀하게 일을 진행시키는 셋째 돼지는 급진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변혁의 주역이지만 습관적인 방어기제로 제한된 모습을 띄기도 하는 유형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은유적 성격보다 돼지와 늑대의 대립으로 구성되는 ‘관계’이다. 저자는 칼 융의 자기와 자아, 그림자라는 개념과 분석심리학의 원리를 차용하여 각 캐릭터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자기가 생각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의 세계, 즉 늑대라면 돼지 삼형제는 자기보다는 훨씬 작지만 의식과 분별이 있는 자아를 뜻한다. 결국 늑대는 돼지의 그림자로서, 현상적으로는 대립관계에 있지만 자아와 의식의 성숙에 꼭 필요하고 극복해야하는, 비적대적 대립을 형성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늑대는 흔히 개인이든 국가든, 자신의 어두운 면이나 용인될 수 없는 욕구를 타인과 다른 집단에 투영하고 전가시킴으로써 악하고 두려운 대상으로 나타난다. 그래야 자신과 집단이 순수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늑대가 사악할수록 우리는 안도한다.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사악한 것이며, 돼지는 착한데 바로 늑대가 나쁜 것이다.

앗! 조지 부시가 둘째돼지라고?

한동안 미국과 대한민국의 늑대는 공산주의와 북한이었다. 지금도 동성애자들은 동성애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이라는 늑대와 싸우는 중이다. 미국인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낀다면, 공포의 대상은 흑인으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우리는 학교나 직장이나 모든 집단에서 우리가 무시한 자아를 다른 사람에게 투영하여 무수히 많은 늑대들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단학대와 왕따라는 현상이 사회적 영역으로 확산된 것도 결국 우리의 취약한 자아의식이 세상에 대한 방어벽을 높게 쌓았기 때문이다. 견고해 보이는 그 장벽은 유치하고 무르며 약해서, 공포를 자주 느끼는 자아를 가리기 위한 요새, 즉 첫째돼지의 초가집에 불과하다.
이 책의 후기를 쓴 로버트 블라이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사고방식이 둘째 돼지의 그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줄인다면 둘째 돼지의 사고는 최초의 투영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투영에 같은 원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베트남에서 그런 투영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라크에서 같은 시도를 되풀이하는 미국과 부시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영락없는 둘째돼지다. 그렇다면 지금 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벌이는 우리의 모습은 몇 번째 돼지일까? 깊어 가는 2004년 가을은, 관습헌법도 헌법이라는 판결에 얼굴빛이 사색으로 변하기전에, 개인과 사회의 성숙한 자아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리뷰 총점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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