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노라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 지금 어떤 사람이 까닭도 없이 이 밤에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죽어가는 사람의 눈길이 바로 사만다 파워라는 미국의 한 젊은 법학도에게 고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화려한 백수의 유혹을 뿌리치고 제노사이드라는 인류의 가장 칙칙한 역사에 골몰하게 만들었던 에너지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 제노사이드의 역사가 오늘날 글로벌 스탠다드를 자임하는 대서양 문명의 이면에 존재했던 야만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사만다 파워는 간과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이라크와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미국 내의 거대한 인식의 흐름을 읽게 해준다.
-김명섭(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세기 가장 어두운 에피소드 중 하나인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에서 격발된 사만다 파워의 20세기에 일어난 대량 학살에 대한 탐구는 우리가 그 동안 눈감아왔던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들의 무관심을 공박하지만 저자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역설적이게도 이 문제에 대한 강대국들의 근본적인 한계도 보여준다. 그러나 파워는 이 퓰리처상 수상작에서 이러한 비극에 눈감지 않은 용기 있는 사람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대량 학살은 인류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강규형(명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근대 국제관계의 기초를 이루는 국가 주권과 내정불간섭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원칙인가, 아니면 제한되거나 무시될 수 있는 원칙인가? 이 책의 저자는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대량 학살이나 인종 청소, 즉 제노사이드가 주권과 내정불간섭이라는 방패막이 뒤에서 보호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함으로써 이러한 원칙들의 절대적 가치를 부정한다. ……인간의 이성을 신뢰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칸트 이래의 자유주의적 이상주의의 철학적 전통을 잇고 있다. 그러나 니버가 우려한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집단인 국가에 이러한 이상주의를 심을 수 있을까? 이런 회의가 드는 것은, 유엔에서 체결되고도 비준하기까지 무려 40년이나 걸린 제노사이드 협약과 함께 현재 미국이 비준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교토 의정서와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이 겹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대희(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