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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끊임없이 에피파니를 엿보고 집착하는 하인 블레즈의 일상과 신의 아들, 곧 신으로서 자연을 관찰하고 스스로 자연이 되는 예수의 독백이 그것이다. 성주와 막심 일가, 막심과 그의 정부 등이 펼치는 사건은 에로틱한 사랑과 폭력, 잔인함과 공포로 얼룩져 있다. 반면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예수의 독백은 잘 축약된 잠언처럼 날카로운 사유를 제공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내용이 시니컬하지만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문장, 특히 빛나는 은유로 인해 한 편의 동화처럼 읽힌다. 원제 ‘진창La Souille’은 멧돼지 바티스트에게는 휴식과 소생의 장소이고 막심과 그의 정부에게는 욕망을 채우고 배설하는 곳이다. 바티스트가 최후를 맞는 그곳은 멧돼지와 인간 모두가 크고작은 욕망을 해소하는 천국인 동시에 욕망에 갇힌 현대인을 정화시키는 도구인 것이다.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자연에 대한 찬가이기도 하다.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는 푸른 숲과 늪의 이미지, 숨쉬는 나무와 작은 생명체들 그리고 그들과 소통하는 작은 신의 아들 블레즈. 인간의 부정과 죄악마저도 말없이 감싸주는 자연은 그 자체로서 정화와 용서를 통해 새로운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빈몸으로 달랑 숲으로 들어간 블레즈를 따라 우리도 노르망디의 자연 속으로 긴 여정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