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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 못하는 노예
2. 그의 말문이 트이게 하소서 3. 팔려 가는 이솝 4. 가장 무거운 것이 가장 가벼운 것 5. 이솝, 철학자 크산토스를 만나다 6. 노예 크산토스, 주인 이솝 7. 친엄마와 새엄마의 차이 8. 주인 길들이기 9. 크산토스를 가장 사랑하는 여인 10.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과 나쁜 것 11.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서 12. 오직 한 사람밖에 없는 목욕탕 13. 크산토스의 만용 14. 열번째 자두의 소동 15. 절 자유롭게 해주세요 16. 마침내 손에 넣은 자유 17. 자유의 길, 예속의 길 18. 할 수 있는 거라곤 겨우 지껄이는 일뿐 19. 바빌론에서 받은 환대 20. 후계자의 모함 21. 양심의 가책으로 굶어 죽은 헬리오스 22. 하늘도 땅도 닿지 않는 탑 23. 아직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 24. 델포이와의 악연 25. 이솝의 눈물 26. 어떤 경고도 델포이인의 마음을 못 돌리다 27. 이솝의 최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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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와 새엄마의 차이
'저...... 농사일에 관해 귀한 말씀 한 마디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요즘 걱정스런 일이 있어서요. 혹시 저같이 못 배운 놈에게 한 마디 말을 던져 주기도 아까우신 건 아니겠지요? 전 요새 밤마다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성스럽게 키우는 채소들이 아무렇게나 자라는 잡초보다 오히려 더 못 크는지라, 근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재혼을 했다오. 둘 다 전 남편, 전 부인의 자식들이 딸린 몸이었소. 그러니까, 여자는 자기가 낳은 자식들에게는 친엄마이지만, 새 남편의 자식들에게는 새엄마인게지. 그런데 자연의 이치라. 그 여자는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을 더 많이 아끼고 보살폈소. 새로 얻은 자식들은 묘하게도 거리감이 있었던 거야. 농부여, 자네 걱정거리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토양에게는 잡초들이 친자식들인 셈이지. 그야 토양이 직접 낳아 기러 내는 것이니 말이오. 그렇지만 자네가 심는 식은 토양의 처지에서 보자면 남이 낳은 자식인 셈이야. 그러니 정성이 덜할 수밖에. 이제야 알겠소?' --- p.49-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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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이솝이 한 마디 덧붙였다.
"여보게 친구야, 이제야 내 괴로움이 어떤지 알겠는가? 자네도 보지 않았는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 친구가 말했다. "자네는 델포이에서 어떻게 감히 델포이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자네의 지혜는 다 어디로 갔는가? 자네는 세상 사람들에게 지혜로운 말로 가르침을 주면서, 어찌 자기 자신에게는그리도 바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나." 그 말에 바로 대꾸하는 대신 이솝은 다른 말을 더 들려주었다. "옛날에 아둔한 딸을 가진 엄마가 있었네. 엄마는 매일 신에게 딸이 똑똑해지기를 빌었지. 딸은 그런 엄마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네. 하루는 엄마와 딸이 밭일을 하러 나갔어. 잠시 엄마한테서 떨어져 걷던 딸은 숲 근처에서 한 남자가 암당나귀랑 그 짓을 심하게 하는 걸 보았다네. 딸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어.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남자가 말했다네. 「당나귀를 똑똑하게 만드는 중이야.」 딸은 늘 듣던 엄마의 기도 소리를 떠올리고는 그에게 부탁을 했네. 「그럼, 저도 똑똑하게 만들어 주세요.」 그런데 그 남자는 거부를 하는 거야. 「난 여자는 딱 질색이야!」 그러나 딸은 거듭 부탁을 했지.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 엄마는 제가 똑똑해지라고 매일 기도를 올린단 말예요. 그러니 아저씨가 절 똑똑하게 해준다면, 우리 엄마는 고마워서 많은 돈으로 사례할 거예요.」 그러나 남자는 그 멍청한 여자아이를 덥석 안았다네. 아둔한 계집아이는 잠시 뒤 신이 나서 엄마한테 달려갔지. 「엄마, 나 이제 똑똑해졌어요!」 엄마가 물었어. 「어떻게 갑자기 똑똑해졌다는 거니?」 딸은 숲 근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다 애기했어. 그러자 엄마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지. 「아이고, 그나마 쪼끔 있던 생각마저 모조리 잃어버리고 았구나.」 여보게 친구, 나한테도 그런 일이 벌어진 거라네. 내가 델포이로 왔을 때는 나에게 남은 마지막 지혜마저 이미 다 써버리고 온 것이라네." 이솝의 친구는 끝내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다. --- pp.143-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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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ㆍ지혜ㆍ위트로 기존 질서에 도전하 이솝, 21세기 인물로 다시 태어나다!
이 책은 10세기경 익명의 그리스인이 지은 이솝의 전기를 바탕으로 하여 독이 작가 한스 요아힘 셰틀리히가 재구성한 소설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셰틀리히는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진지한 주제로 출간되는 작품마다 언론의 관심을 모으는 화제의 작가이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독 최고의 작가로 활약하다가 서독으로 망명했으며, 클라이스트 상을 비롯해 실러 기념상, 하인리히 뵐 상, 한스 잘 상 등 주요 문학상을 모두 받았다. 이 책 역시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되자마자 언론의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받았으며, SWR 문학 베스트 목록에 오르는 등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솝 우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솝은 실제로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수염이 보기 좋고 인자한 현자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이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자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열악한 조건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시스 여신을 모시느 여사제를 만나면서 이솝이 운명은 바뀌게 된다. 이솝의 선행에 감동받은 여신이 이솝의 말문을 트이게 하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혜와 기지를 선사한 것이다. 이때부터 언어와 지혜, 기지는 이솝의 삶에서 유일한 생존도구이자 투쟁도구가 된다. 이솝은 자신의 무기와 다름없는 언어와 지혜, 기지로 세상에 도전하여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린다. 하지만 부귀영화도 잠깐, 이솝은 비극적인 아니러니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어 준 바로 그 언어로 말미암아 죽음을 맞는 것이다. '언어를 매개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성공과 몰락'을 이보다 더 절실하게 보여주는 삶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마치 한 편의 우화를 보듯 흥미진진한 이솝의 삶 이책은 교훈적인 내용과, 이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이솝'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이솝의 전기를 토대로 그가 실제로 행했던 바를 재구성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