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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3
1부 태교 10 꽃밭 공장 12 아바타 14 마블링 16 생채기 18 회기 20 섬 22 불신의 섬 24 물길 속 시어詩語 26 제부도 초상肖象 28 물의 탁본 30 속을 태우다 32 고뇌 34 물의 두 얼굴 36 가는 시간 멈춤 시간 38 리셋 40 겨울 바다 42 2부 갈림길 44 젠가 46 은행나무 카페 48 44의 팔등신 50 돌과 바위 52 경계境界 혹은 경계經界 54 침묵에게도 중력이 있다 56 흙의 방식 58 꽃무늬 티슈 60 이식 62 붕어빵 64 건새우 66 해빙 68 삼월 그리고 마중 70 가방 속 말들 71 감초 72 가는 시간을 잡다 74 못생긴 모과 76 3부 꽃 자리 80 기연奇緣 82 거울 앞에 선다 84 그늘의 고아 86 언어의 파편 88 프리지어 꽃병 90 너의 멜로디 92 스트로크Stroke 94 비탈길 96 가야만 하는 그 길 98 밤, 시 낚시 100 사무직 102 야행성 104 책 레시피 106 백로 108 원 + 원 110 표적表迹 112 매미 혹은 우화 114 4부 짝 116 호박 출산 118 는개가 내리면 120 양변기 121 강아지풀 122 각별한 점괘 124 장독대 126 수목장 128 어머니의 돌 130 종자 볍씨 132 아버지의 등 134 나만 아는 논과 밭이 있는 풍경 135 고수레 136 탱자, 가라사대 138 막걸리 140 태太 142 해설 _ 김종회 _ 삶의 중층구조와 시적 인식의 공간 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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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다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한 번도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으니 365일 청정이다 다년생이 정규직이라면 1년생은 비정규직일 게다 뿌리가 사무직이라면 꽃은 생산직일 게다 이곳에선 상하가 없고 명령과 복종도 없지만 질서는 있다 가을꽃을 봄에 만나러 서둘러선 안 되고 여름 꽃씨를 겨울에 뿌려선 안 된다 공장장은 어머니다 꽃밭 달력에 꽃을 피우고 잎을 따고 씨를 받는다 봄엔 흰민들레 패랭이 수선화 튤립 여름엔 장미 해바기 봉숭아 채송화 수국 가을엔 국화 맨드라미 금송화 겨울엔 동백과 눈꽃 봄부터 가을까지 가동을 멈추지 않는다 공장은 마을에 명물이라서 사람들이 개나리 울타리 너머를 자꾸 기웃거린다 눈과 코로 소비한다 소문이 흐드러진다 올해엔 공장 문이 닫혔다 어머니의 입원이 길어지고 풀들만 무성해지고 나비와 벌들은 마실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어머니에게 폐업이 아니라 임시 휴업일 뿐이라고 말한다 병원 1층 정원만 살피는 어머니에게 이젠 눈물꽃만 뭉클뭉클 피어나고 있지만 난 꿀과 향기를 찾는 나비처럼 다가가 속삭인다 엄마, 다음 달에 퇴원이래 --- 「꽃밭 공장」 중에서 주인공의 이야기가 내 경험인 것만 같을 땐 어디론가 발설되었을 이력을 더듬는다 어린 왕자와 함께 소행성에 대해 들려줬다 모든 꽃들이 사람의 얼굴로 다가왔다 지나온 길이 다 없어지고 여백마저 문양이 되면 흘러가고 흘러온 것들이 계절에게 흥미를 갖는다 모든 걱정은 전당포에 맡기고 도드라진 상상으로 촘촘하게 씨를 뿌린다 새살이 돋듯 싹이 올라오고 통증을 골라낸 불모지가 이름을 바꾼다 플롯처럼 줄기가 자라고 에피소드처럼 꽃봉오리가 돋는다 나는 코를 벌름거리며 기다린다 한여름에도 말똥말똥 눈이 내리고 한겨울에도 쑥쑥 장미가 피어난다 옹알거리는 무지갯빛 장미 나는 나의 태교를 들키지 않으려고 어쩜! 놀라워, 추임새를 넣는다 처음이지만 오래전에 만난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건 탯줄처럼 다정한 일 묶은 이야기가 목소리를 갖듯 문득 피어난 목소리에서 살내음이 번진다 --- 「태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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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복잡한 도시의 소음이 내 안에 들어설 때마다 적었다 고요한, 시의 결을 따라 걸었다 그 세상을, 한 권으로 엮는다 이 여정은 詩가 生을 얻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내게 머물던 위로와 공감이 당신에게 가야 할 때. - 2025년 초봄 박춘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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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실제에 있어 박춘희는 시종일관 세상의 본질을 투사하는 두 겹의 눈길을 운용한다. 표현법에 있어서는 시적 대상으로서의 삼라만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일깨우는 의인화와 활유법의 방식을 원용한다. 그가 사용하는 시어들은 감각적이고 서정적이며, 거기에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지적 이미지를 동반하고 있다. 그의 시를 주제론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삶의 여러 질곡(桎梏)을 두고 고통의 형상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소망을 일깨우는 원재료로 받아들이는 ‘희망의 시학’을 구현한다. 항차 그 언어의 구사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그는 신인 같지 않은 신인이요, 창작의 경험이 축적된 ‘잘 준비된 시인’이 아닐 수 없다. - 김종회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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