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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3
1부 여백미餘白美 10 섬 11 자작나무 12 위리안치圍籬安置 14 풀밭에서 16 잣나무와 다래 덩굴 17 공중생활 18 건지사거리 20 비파 22 벚나무와 시 23 신현동 544번지 24 현 26 덩굴장미 28 추억 30 낡은 자전거 32 2부 간극間隙 34 백색불안 36 대화 37 제발 붙잡지 마세요 38 소녀상 40 외상 후 스트레스 42 단초 44 어처구니 46 동궁 48 트램펄린 50 다시 온 봄 52 바다로 난 길 54 우화 56 3부 지게가 있는 풍경 58 안개를 지고 간 아버지 59 혼자가 되다 60 입을 낳는 여자 61 고무신 62 상흔 64 폭서 65 고독 66 애도의 방식 68 바다멍 70 배웅 72 망부석 73 결핍 74 4부 蓮花圖 - 관곡지 76 7번 국도 77 어우렁그네 78 말 80 시부詩賦 82 무無를 쓰다 84 경계 86 아코르 88 망막고유광 90 큐아르코드 92 먼지 93 대학로 94 내일 또 내일 96 불편한 동거 98 율도 100 해설 _ 고광식 ‘정동情動’을 박제하는 시간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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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자작나무를 좋아할까
자작나무숲에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이 서 있는 것 같다 은백색 옷을 걸치고 빼곡하게 줄 서 있는 나무들 큰 나무 사이로 작은 나무가 어깨를 낮추며 비껴 있지 자작나무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갔어 나에게 사색을 주려고 했지 사색은 안목을 높여 주니까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어 나무숲에서 자작자작 소리가 들렸지 나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 같았어 사색이라니 이곳은 생각을 지우는 곳인데 너, 어디 있니 목소리가 들려왔어 하늘을 올려다봤어 쭉 뻗은 중위 여러 겹으로 둘러싼 숲 이전의 생각과 숲 이후에 생각이 분리 됐어 생각마저 사라지고 여백으로 가득 찼어 순간, 눈을 감아 버렸지 서쪽이 난만했어 --- 「자작나무」 중에서 손에 쥐었던 것을 내려놓고 세한도*를 바라보고 있다 소나무가 외딴집 양쪽에 서 있다 솔바람 소리로 인기척 삼아, 사시사철이 시간의 감옥에 숨을 불어넣는다 무명을 입고 앉아 먹을 가는 작은 거인을 본다 그는 둥근 창으로 무엇을 내다보았을까 목숨둥우리*를 중심축으로 돌던 날들에 면면이 숙이지 못하는 일에 익숙해질 무렵 가슴에 묻힌 바위를 어르는 파도 소리로 달구어진 속을 그려낸 건 아닐까 세한도를 품고 되돌아선다 섬이 고립을 강요해도 그는 고립을 뛰어넘어 불멸이 되었다 아직도 그림 속에 살아있는 고도 거인도, 소나무도, 집도 되지 못한 내가 그림 속 그림자 안에 갇힌다 *유배된 죄인이 거처하는 집 둘레에 가시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가두어 둠. *고정희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에서 차용. --- 「위리안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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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홀로 걷는 오솔길은 외로워서 좋다 풍경을 보며 마음의 길을 걷게 된다 이슬 머금은 풀들이 발등에 얹힌다 - 2025년 봄 임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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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는 “실존은 항상 특수하고 개별적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개별적 주체가 겪은 희로애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삶은 희로애락을 밟고 가는 지난한 길이다. 힘겹게 밟고 온 지나간 기억이 박제되어 현재의 ‘나’를 만든다. 따라서 현재의 주체가 정동情動을 느낄 때 정신과 몸은 하나가 되어 과거의 시간과 대면하게 된다.
임경자 시인은 삶이 결정된 것도 고정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피투 된 삶을 인식하고 희망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미래로 기투한다. 시인이 정동情動으로 촉발되는 희로애락을 박제하는 이유도 던져진 삶을 극복하려는 의지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자유를 전제하므로 주체적 인간의 탄생이라 부를 수 있다. - 고광식 (시인,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