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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추천사 제1부 진심 진심 어리광 사랑의 방법 어머니의 유산 아들과 나 넋 마음 우물 까치 감정의 벽 양심의 소리 재회 사고의 본질 순수한 언어 목련 벗 딸의 결혼식 창조 늦게 깨달은 자 귀한 삶 혼자 가야 할 길 제2부 희망 새날 희망 잘 산다는 것 한판 승부 새로움 라일락 향기 찢기움 깨우침 농구 경기 한풀이 춤 푯말 발돋움 인간의 욕망 소명 힘을 내자 발자욱 나답게 생동감 승리 설렘 그대 파랑새 제3부 위안 마음의 여유 고독 쓴맛과 단맛 자기 신뢰 빗소리 인생의 의미 몸과 마음 나와 나의 만남 미움 생명 삶의 향취 수수한 행복 노년 당당한 구석 인생 과업 알맞은 온도 계절의 변화 제4부 확신 말씀 힘든 길 성체 아침 기도 확신 옛길 양심의 샘물 나를 살리신 분 묵주 그분을 만나는 통로 감추어진 보석 하얀 미소 고백 기도의 본뜻 그분과의 일치 섭리 무지개 성경 당신의 실존 나의 순례 장미 송이 책 끝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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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갯속 내 가야 할 길
철학자 쇼펜 하우어는 “누구나 자기 자신의 고독한 모습일 때 본래 지닌 것이 드러난다.”고 했다. 자기만의 고독을 마주할 때야 비로소 나란 한 인간과 맞닥뜨린다. 이런 고독의 시간에 가만 이름을 붙여 희망의 빛을 살려낸 시가 세상에 나왔다. ‘삶의 여울목을 건너기에 / 무척 힘들었던 때 / 밤마다 일기장을 펼쳐 놓고 / 짙은 안갯속 / 내 가야 할 길을 / 열심히 찾아다녔다.(「창조」 중에서)’는 신숙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남다른 불행을 남다른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인의 단상들은 깊되 무겁지 않고, 밝되 가볍지 않다. 시마다 관조적인 정갈함을 잘 보여주는 이번 시집에는 총 네 가지 주제(진심, 희망, 위안, 확신)가 들어 있다. 주제마다 소박한 삶의 길 사이사이 만나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 거기서 스스로 건네는 성찰과 다짐, 그럼에도 밝음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 등이 따스한 시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시 속 표현처럼 전체 시들은 짙은 안갯속 내 가야 할 길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의 방법 첫 장인 ‘진심’에서는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어미의 아픔이 여전히 가슴을 에인다. ‘10년 전 그날 / 내 몸에서 / 힘 있는 물질들이 / 모두 빠져나가고 / 희로애락과 / 진선미의 배열을 / 새로이 해야 했던 날.’(「넋」 중에서) 그러나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큰 아픔도 긴 세월을 지나 어느덧 담담함과 단단함이 되어 있다. ‘내 사랑 대부분을 가지고 / 하늘로 떠나면서도 / 사랑의 방법을 내게 남겨놓은 / 뜻 모를 너의 소행 덕분에 / 엄만 다른 이들을 돌보며 / 바삐 지내고 있나 보다.’(「사랑의 방법」 중에서) 마침내 인생길에서 어떤 아픔을 만난다면 짓궂은 농담인 양 받아들이며 대꾸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인생길에서 / 쓴 것이 다하면 / 단 것이 온다는데 / 쓴맛은 / 얼마나 더 봐야 하고 / 단맛은 / 언제나 볼 수 있나요?’(「쓴맛과 단맛」 중에서) 이대로 멈출 수는 없잖아 두 번째 장 ‘희망’에서는 엄정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시 곳곳에 승부, 성장, 성취, 욕망, 분별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고뇌가 들어 있다. 우리네 삶이 ‘찰나에 뺏고 빼앗기는’ 한판 승부 같다고 하며 그 사실이 서글프다고도 토로한다.(「한판 승부」 중에서) 다만 뺏고 빼앗기는 한판 승부 속에서도 이내 시인으로 돌아와 관조한다. ‘혼자서 / 은밀히 노력하고 /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는 / 삶의 모습을 / 나는 / 좋아하나 보다.’(「농구 경기」 중에서) 또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사투와 그 실패에 대한 난감함을 담담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내 사랑하는 아이를 / 죽음의 골짜기로 보낸 / 죄인으로 살아 온 내가’ ‘뜻있는 일을 위해 / 뛰어야 할 영역이 어디인가 / 밤이 오면 / 무얼 위해 써 버린 하루였나’(「소명」 중에서) 그럼에도 다시 한번 ‘걱정거리를 낱낱이 모아 / 맞붙어 격투라도 해 볼까브다 / 이대로 / 멈출 순 없잖아.’(「승리」 중에서)라고 기어코 털고 일어난다. 인생에서 좋은 것만을 택하려네 다음 장 ‘위안’에서는 삶 곳곳에 여유와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내 인생 과업은 / 생각나기로 귀결됩니다.’(「인생 과업」 중에서) 하며 시인의 본분을 되새기는가 하면, ‘나는 / 좋은 것만을 / 내 것으로 택하려네’(「마음의 여유」 중에서)라고 말하며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마음을 다잡는다. 이어 ‘눈 코 입 손 발 / 제각각 아직 열심히건만 / 생각 하나만 / 헛길을 꿈꾸기 일쑤이니 / ‘정신을 차리자구’ / 겸연쩍게 웃어 보네.’(「노년」 중에서)에서는 나이 듦에 대한 진솔한 농담이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거북 걸음처럼 가리라 마지막 장 ‘확신’에서는 절대자에 대한 경의를 숙연히 노래한다. ‘왜 우리는 / 이리도 힘든 길을 통해야 했나 / 순순히 받아야 할 / 평안이여’(「힘든 길」 중에서) 하며 내맡김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때로는 ‘확신이란 / 두 글자가 / 뜨거운 물줄기 되어 / 뺨을 타고 흐른다.’(「확신」 중에서) 궁극적으로 시인의 시선은 ‘거북 걸음처럼 / 작은 습관으로 이루어져 / 거북 생명처럼 / 항구하게 지속되는 게 / 기도의 본뜻’(「기도의 본뜻」 중에서)인 것 같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 깨달음은 마침내 삶 속의 새로운 희망으로 향한다. ‘삶을 / 유지하는 것 / 가끔씩 오르는 뒷산에서도 / 한 줌 흙속에 들어 있을 / 기적 같은 생명력에 / 귀 기울여 본다네.’(「생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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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담긴 글의 힘
살아온 삶이 담긴 글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은 글의 기교나 능숙함 등과 상관없이 독자의 마음에 와닿고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글을 통해 작가와 교감을 나누며 그 힘에 담긴 진실을 느끼게 된다. 신숙희의 시에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교감이다. 신작 시집 『고독의 틈새로 희망이 스며드네』에서 시인은 자신의 상실을 담담하게 되짚는다. 아들을 먼저 보낸 참척의 기억은 시인의 마음속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다 키운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마음은 깊디깊은 고통의 우물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기억들은 빛 바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아픔으로 다가와 어미의 마음을 찢는다. 시인은 ‘그리움의 날들을 / 자책으로 짜깁기하여’ ‘종일토록 찢기는’ 시간들을 견뎌간다(시 「찢기움」). 고통의 맛이 더욱 쓰라린 것은 그 속에 자책감이 섞였기 때문이다. ‘내 사랑하는 아이를 / 죽음의 골짜기로 보낸 / 죄인으로 살아 온 내가’라는 토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자식에 대한 애통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케 만든다. 담담한 토로보다 ‘날이 환해지면 / 일상을 / 살아가지만 / 밤이 오면 / 무얼 위해 써 버린 하루였나 / 분간할 수 없다’ 같은 솔직한 고백이 더욱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시 「소명」 ). 고통의 시간 끝에 붙잡은 희망 그러나 시인은 그저 절망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지만은 않는다. ‘밀려갔다 쫓겨갔다 하면서 / 세월을 보내 왔다’(시 「푯말」 )고 말하지만, 시인은 ‘나는 나를 끌고 / 나아가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시인은 ‘내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도 / 쓸데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아끼고 담금질한다(시 「힘을 내자」 ). 이 고통의 시간들이 담금질되어 시집 『고독의 틈새로 희망이 스며드네』로 탄생했다. 시인이 긴 고통의 시간들을 통과하며 붙잡은 것은 결국 희망이다. 시인은 고통의 터널 속에서 ‘이 끝남이 / 다시 처음으로 이어지는’ 길임을 깨닫고 이 깨달음을 잘 간직하고자 한다(시 「깨달음」 ). 마침내 시인은 ‘내가 처한 상황이 / 최고 행복임을’ 느끼며 자신이 자신의 삶 전체에 두루 퍼져 있는 행복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시 「파랑새」 ). 삶은 결코 기쁘지만도, 또 슬프지만도 않다는 진리를 시인은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깊은 고통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이 깨달음의 언어는 듣는 이의 귀에 맑은 종소리처럼 울린다. 이제 시인은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막바지 환한 길을’ 두 팔 벌려 맞아 보고자 한다(시 「쓴맛과 단맛」 ). 노년을 맞는 시인은 인생의 작업에 정도가 있는지 물으며 화합을 체득하게끔 하는 절대자의 따스한 배려를 느낀다. 시인은 절대자의 존재를 실감하며 자신과 먼저 떠난 아들을 이어 주는 절대적인 힘을 실감하고 그 힘에 의지해 고통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낸다. 강하고 맑고 따스한 시어가 전하는 위로 쉬운 삶이란 없다.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고단하며 풀기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삶의 모습들 중에서도 절망과 고통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이의 토로는 더욱 절실하다. 시인은 한 발자국씩 고통에서 벗어나며 새로운 생명을 느끼고, 자신을 붙들어 주는 절대자의 존재를 실감하며 그 속을 더듬어 안식과 위안을 찾아간다. 『고독의 틈새로 희망이 스며드네』를 통해 우리는 시인의 온화한 성품을 알 수 있다. 그 온화함으로 시인은 스스로를 다독이고, 시를 읽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다독여 준다. 다독임의 손길에는 고통을 겪었던 자의 슬픔과 끝없는 슬픔의 파도를 이겨 나간 강인함이 함께 담겨 있는 듯하다.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마침내 이겨 낸 시인의 언어는 그래서 강하고 맑으며, 또 한없이 따스하다. - 전원경 (교육인, 예술 전문 작가, 세종사이버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