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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tta Koether
Jenny Cho,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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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목을 비트는 회화의 대물림과 회화에 관한 논쟁, 친절하게 그리고 과격하게 목을 비트는, 서로의 역할과 권력을 쟁취하며, 널려 있는 시체들에도 불구하고, 회화는 새로운 삶을 얻어낸다.
--- p.10 여성적 질식. 그녀의 지문, 나의 지문, 천-피부의 못생긴 얼룩. 그리고는 벨벳을 들어 올려 소음 없이 재단한다. 벨벳은 나에게 밤낮으로, 그리고 낮밤으로 쏟아지는 낯선 발화의 메아리를 포착하는 최고의 물질이다. 벨벳이 소음을 걸러내고 질식을 가져온다. 거울과는 반대로, 벨벳은 빛을 삼킨다. 목조르기. 부드럽게 집어삼키기. 지하실에 방치된 벨벳은 곰팡이를 배양한다. 예술의 모든 시대는 벨벳의 특성에 관한 재현, 그리고 벨벳의 산에서 출혈과 고통으로 무너져 내림에 관한 생각으로 존속된다. 분노. 벨벳으로 감고 끈으로 동여매 모서리가 없는 조각. 순수한 촉각성. 벨벳으로 만든 스커트는 패턴이 없다. --- p.12 더 주세요, 벤웨이 부인은 말한다. 더 많은 입술, 더 많은 오렌지, 더 많은 심장, 더 많은 빛을 더 주세요. 벤웨이 부인은 말한다, 그들은 거절하고 또 수락하고, 나는 그것이 작동하길 바라고, 그러므로 모든 회화의 내부 공간으로부터 비롯된 사물과 회화의 끝없이 연속되는 공간 속에 있는 더 많은 회화가 받아들여져야 하고, 나는 사물에 내재된 힘이 해방된 것처럼 보이게 유발하고, 그 힘을 사로잡는 회화 속에서 그들은 그들의 기능과 생김새로 되돌아가요. --- p.16 회화는 가만히 고정되어 있으며,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관객에게 어떤 과제를 건네주는지 명확하고 확고하며, 항상 같은 자리에 있고 내가 잠시 다른 곳을 보거나 일 년 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불만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렇게 가만히 있는 동안, 그들은 그들의 세부 사항을 내게 드러낸다. 결국 내가 더 이상 여기에 없을 때에도 회화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보는 동안 그들의 인질이 된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들보다 열등하지 않다. 내가 눕거나, 서거나 또는 그들 앞에 앉거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그들이 내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이다. 마블링된 빛의 입사. 색을 분석하시오. 여기에 어떤 죽은 것이 있고 여기에 어떤 살아있는 것이 있다. 여기에 모든 것이 있다. 내가 회화를 볼 때, 나는 깊이 스며드는 고뇌에 시달리게 된다. 나는 영원한 회화의 고통을, 그들의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본다. --- p.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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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회화 글쓰기 총서〉 제1권에 관하여
〈여성회화 글쓰기 총서〉는 여성, 회화, 그리고 글쓰기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번역 프로젝트다. 여성이자 이주자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회화 작업을 이어온 조은정(이하 제니조)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제1권으로 1958년생 여성 미술가이자 작가, 시인, 퍼포머인 유타 쾨터(Jutta Koether)의 소설(Novella) 『에프(f.)』를 소개한다. 쾨터의 글 『에프』는 “예술을 만드는 것과 예술이 만들어낸 것(the things that make art and the things that art makes)”이라는 주제를 벨벳, 꽃, 산호 목걸이, 오렌지, 돈, 립스틱 등의 모티프로 경유한다. 회화를 회화로 만드는 것,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것, 여성을 여성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회화를 그리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회화로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과 함께 쾨터의 회화를 들여다본다. 1987년 독일어로 처음 출간된 『에프』는 쾨터 자신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빨간색 회화, 영어 화자가 아닌 채로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 펑크 문화에 대한 애호까지. 하지만 『에프』에서는 ‘벤웨이 부인’이라 이름 붙은 이인화된 화자가 글쓰기에 참여하며 작가의 자리를 다양화하고, 글쓰기는 이곳저곳으로 연결되었다가 단절되었다가 미끄러졌다가 하며 끝없이 탈중심화된다. 자전적 글쓰기와 허구적 글쓰기가 뒤섞인 『에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여기서는 오인만이 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이러한 오인이야말로 『에프』로 다가가는 방법 중 하나일 테다. 쾨터는 2016년 벤자민 H. D. 부클로(Benjamin H. D. Buchloh)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해보다는 오인이 갖는 잠재성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에프』는 오인의 무한한 잠재성으로 읽는 이를 끌어들이며, 글쓰기 혹은 “예술을 만드는 것과 예술이 만들어낸 것”이 단일한 역사와 목적론적인 종착지를 향하는 게 아닌, 과정 속에서 계속하여 탈구축되는 무엇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때 『에프』는 회화와 퍼포먼스라는 쾨터의 이중적 실천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내는 서지사항이기도 하다. 〈여성회화 글쓰기 총서〉는 추후 회화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 및 이론가, 연구자들의 독창적인 관점을 담은 글들을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점점 더 복잡해지는 동시대 미술 안에서 회화의 의미를 사유하는 담론의 장을 열어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