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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을 펴내며
책을 펴내며 1부... 우리 신화를 위한 변명 왜 신화를 읽는가 신은 누구인가 신이 태어나다 / 신의 속성에 대한 최초의 보고서 물과 달, 그 풍요의 원리 물은 생명이요 풍요이러니 / 물, 달 그리고 여성 / ‘강강술래’의 숨은 뜻 / 노름꾼의 달 / ‘달 동물’ 이야기 / 달님이시여 이 몸 버려두고 어찌…… / 삶과 죽음의 공간, 무덤 신이 선택한 샤먼 신들의 타계여행 / 샤먼의 탄생 / 두 개의 혼 / 서천서역국으로 간 바리 공주 / 하늘과 땅의 중개자, 나무 신의 분노와 징벌 신의 분노와 넘치는 물 / 숨은 신과 드러난 신 / 어머니의 두 얼굴 / 여신에서 남신으로 / 남자는 안 돼! / 다시 홍수 이야기로 / 자라나는 땅 오줌 꿈의 비밀 여동생 시집 보내기 / 촌놈, 왕 만들기 / 왕비의 외출 / 오줌 꿈의 비밀 신들의 투쟁과 결혼 일상에서의 분리, 시련 그리고 복귀 / 이른바 ‘통과제의’에 대하여 / 어른 되어가기 / 신의 부름 / 두 번 죽는 신 탐색의 영웅들 신부 찾아 삼만 리 / 가장 오래된 이야기 / 날자, 한 번 더 날자꾸나 / 관음보살을 어디에 / 아마테라스, 자신의 모습에 반하다 장난, 장난꾸러기들 꾀 많은 친구들 / 힘있는 여우, 힘없는 여우 / 속고 사는 호랑이 언어질병설 아폴로의 슬픈 사랑 이야기 / 오랑캐는 오낭구 / 파리배미소 / 場터목? 獐터목! / 에구머니, 달래나 보지 2부... 동북아 신화, 우리들의 이야기 동북아 신화의 뿌리 찾기 동북아시아, 그 신화적 뿌리 / 고구려 벽화의 ‘해와 달’ 상징 만주족의 샤먼의식 샤먼이 지배한 세상, 만주 / 청황실의 샤먼 신전, 당자 동북아시아 창세신화 <천궁대전> <천궁대전>, 하늘에사 가장 큼 싸움 / 창세여신 아부카허허의 창조와 투쟁 / 한국 신화와 창세신화 동북아시아의 성모 유화 만주족의 성모, 유화 여신 / 한반도에서의 유화와 그 변신 샤먼의 고향, 만주와 한반도의 신 왜 여신인가? / 아홉 개의 태양을 쏜 영웅신 / 버드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여신 / 지상의 절대자, 백두산 산신령 / 예언과 구원의 사신, 까치신 / 산신령과 까치호랑이 / 공포와 외경의 산신령, 호랑이신 / 북방민족 어머니의 자기 희생, 곰신 3부... 동북아 창세신화 <천궁대전> <천궁대전天宮大戰> 1모링 / 2모링 / 3모링 / 4모링 / 5모링 / 6모링 / 7모링 / 8모링 / 9모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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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천궁대전>에서는 그 혼돈의 물에서 신이 탄생했다고 한다. 물거품에서 아부카허허가 나타난 것이다. 만주어로 아부카는 하늘을 뜻하고 허허는 여성을 지칭하니, 아부카허허는 하늘의 여신이다. 최초의 여신은 물거품에서 탄생한다.
여기에서 거품에 주목하기로 하자. 거품은 고여 있거나 밋밋하게 흐르는 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물과 물이 부딪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곳에서 발생한다. 물의 흐름은 움직임이며, 움직임 속에서 최초의 여신이 탄생한다. 따라서 물거품은 바로 생명력을 은유하며, 그 생명 현상은 움직임을 수반한다는 신화적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생명은 물에서 기원했다.’ 이것이 신화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첫번째 명제다. (26p) 신을 측정할 수 없음은 그 무게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신은 가볍게 허공을 날기도 하고 무거울 때는 물밑에 가라앉기도 한다고 했다. 크기 면에서 축소와 확장 그리고 무게 면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의 이중적 성격을 신은 동시에 갖추고 있어, 일정한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형체를 지닌 인간을 포함한 구체적 사물과는 다른 신의 속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 신의 속성에 대해 설명해주는 신화는 아마 <천궁대전>을 제외하고는 없지 않을까 한다. 그저 신이 있었고, 그가 어떤 일을 했는가 하는 이야기는 흔히 있으나 ‘신은 이러한 성격을, 속성을 혹은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신화는 보고되지 않은 듯하다. 신의 속성에 대한 최초의 보고서라는 점에서도 <천궁대전>의 가치를 새삼 인정해야 할 것이다. (28~29p) 중국 청나라는 우리가 오랑캐라고 하던 만주족이 세운 나라다. 조선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그들을 같은 사람의 반열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 같지 않은 사람,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건국신화는 우리가 바로 그들과 한줄기임을 말해주고 있다. 앞의 청태조 건국신화는 만주족이 장백산, 즉 우리의 성산 백두산을 자기 민족의 모태로 간주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그 백두산 천지에서 흘러내리는 세 중기 강이 자기들의 생명을 형성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만주족이 ‘백산흑수白山黑水’를 민족 상징이라 부르며 백두산과 흑룡강을 민족의 모태로 삼는 것은 백두산과 압록강, 두만강을 내세우는 우리의 의식과 동일한 것이다. 만주족과 우리는 백두산을 마주보고 양쪽에 서 있는 두 형제인 셈이다. 같은 모태를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서 ‘나는 너와 다르다’고 다툰 것이다. 이것이 고구려가 망한 이후의 만주족과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런데 이 청태조의 건국신화는 다시금 두 민족이 한 뱃속에서 배태된 형제라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고구려의 건국신화, 주몽과 유화 부인의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이 청나라의 건국신화를 읽어보자 …… 만주족의 시조신화와 고구려 건국신화는 이렇게 유화 신격柳花神格을 어머니로 하고 하늘의 신격을 아버지로 하여, 활을 잘 쏘거나 지혜로운 자로 탄생하여 강을 타고 내려와 왕국을 건설한다는 공통의 서사 진행을 보이고 있다. 백두산과 그 주변의 강물을 삶의 모태,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160~165p) 만주족은 씨족마다 샤먼을 두고 씨족의 유래와 신들에 대한 신화를 전승해왔기 때문에 이 신화는 단순한 샤먼신화가 아니다. 문자로 전승되지 않았을 뿐, 만주지역의 원형적 사고를 보여주는 만주 최초의 역사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 동시에 이 신화는 만주족의 신화라고만 할 수도 없다. 만주지역에 뿌리를 두고 살아온 모든 민족이 공유하는 신화와 역사이고, 사고의 원형이다. ‘신들의 전쟁’이라는 비슷한 이름의 자료가 만주지역의 다른 소수민족에게서도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만주족을 위시한 이 지역의 민족을 소수민족이라고 부르고 이들의 고대국가를 중국의 북방 ‘지방 정권’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부여와 고구려, 발해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만주지역 민족들을 우리 역사화 민족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그들과 우리는 뿌리를 함께하고 있다고 상정할 수 있으며, 그들의 신화는 곧 우리 선조들의 신화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230~231p) --- 본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