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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울음이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9
눈물, 그토록 아름다운 물방울 10 초저녁 별들이 내 얼굴을 씻어주네 11 나의 시 12 동해 13 하루의 평생은 오늘이다 14 각북 15 사랑이라는 말을 외롭게 하지 마세요 16 종이비행기 17 때론 슬픔이 따뜻하더라 18 네가 내 어깨에 기대러 잠들었으면 좋겠다 20 일들 22 눈(雪) 23 마음을 이으려고 시를 쓴다 24 이름들 25 쓸쓸할 수 있는 힘 26 산 28 기차 타고 오는 밤 29 새를 씻다 30 겨울 하늘 31 목련나무 아래서의 생각 32 물봉숭아 약력 34 동백꽃 35 시라는 말 36 가을은 먼 곳에서 37 새를 보내고 새를 기다린다 38 찔레꽃 39 초승달로 습작하다 40 새들에게 내 말 전해 줘 41 암탉의 깃 속에 든 병아리의 포근함 같이 42 기워 입는 그늘 43 함께 가시지요 44 아픈 사람 45 새해 인사 46 새벽에 쓴 시 47 팔을 줘요 48 아기 울음소리 49 슬픔이 기쁨에게 50 가을 저녁 51 단풍잎 한 장 52 떠나보낸 날들 53 오늘은 황혼 54 일어나, 오늘은 시월의 첫날이야 55 전등불 켜는 시간 56 연애 57 얼굴에 드리는 조그만 인사 58 빈집 59 풀씨의 꿈 60 웅덩이 거울 61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시집 62 프랑스 시골 63 그 러 세 64 현재 65 시를 위한 동화 67 이야기 하나 69 이야기 둘 75 이야기 셋 80 |
李起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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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때 흘리는 눈물과 만날 때 흘리는 눈물은 같은 물방울이 아니다
기뻐서 우는 눈물과 슬퍼서 우는 눈물도 같은 눈물이 아니다 거리 끝에는 경적(警笛)이 있고 경적 끝에는 울음이 있지만 그의 눈 속에 내 눈이 들어가 보기 전에는 울음의 종류를 알 수 없다 나는 그의 울음이 내 귀에 닿을 땐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헤어짐이 벗어놓고 간 눈물은 늘 그의 한 벌 잠옷이었으므로 그는 한 때 울음을 입고 와 내 가슴에 벗어놓고 간 적이 있으므로 그의 울음은 기웃거리는 겨울햇빛처럼 따뜻했으므로 --- p.9 「나는 그의 울음이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중에서 봄이 씨앗들의 늦은 잠을 재촉한다 그늘을 걷어내며 쫓아오는 햇빛만큼만 세상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벗어 던진 옷이 날아가 뭉게구름이 되는 곳으로 물결무늬 같은 약속 하나 걸어놓고 나는 아무래도 햇빛이 데워놓은 돌에 앉아 산새처럼은 외로워야겠다 만나보면 외로움만큼 다정한 것은 없다 발아래 흩어진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루를 보낸다 모르는 이름은 그냥 두자 오래 걸어도 불평하지 않는 신발을 신고 풍경이 혼자 사는 집을 찾아간다 쓸쓸할 수 있는 힘을 다해 외로울 수 있는 힘을 다해 --- pp.26-27 「쓸쓸할 수 있는 힘」 중에서 나는 현재라는 글을 쓰며 현재 살아 있다 이것은 진실 그리고 나의 전부 --- p.65 「현재」 중에서 나하고 행복이 하고는 친구입니다. 나는 3학년이고 행복이는 태어난 지 넉 달밖에 안 된 우리 집 송아지입니다. 사람과 송아지는 말이 안 통한다구요? 아니에요. 우리 둘이는 통하지 않는 말이 없답니다. 사실 행복이는 태어난 지 석 달이 지날 때까지도 이름이 없었어요. 이름이 없어서 걔를 부르고 싶을 때도 나는 걔를 부를 수가 없었어요. 부엌에서 배추를 다듬고 계시는 엄마한테 가서 ‘엄마, 우리 집 송아지 이름 하나 지어주세요’ 하고 졸라봤지만 엄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어요. ‘지으려면 네가 지어라’ 하시면서요. 나는 얘 이름을 지으려고 몇 날 며칠을 끙끙거렸어요. 그래도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 뭐에요. --- pp.75-76 「행복이네 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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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말을 켜놓고 잠드는 밤이 잦네, 잠 속에서도 솜옷처럼 포근한 말을 찾아 헤매었네, 시를 쓴 지 쉰 세 해, 한 땀 한 땀 박음질로 삭풍 이기는 옷 한 벌 지으려 했네, 들깻잎에 내리는 빗소리, 수숫대를 만지고 가는 실바람, 벌레가 잠든 푸른 잎, 가지 끝에 매달려 제일 먼저 돋는 꽃망울, 간이역에 내려 바라보는 살구꽃 같은 시를 쓰려했네, 떨어진 실밥 주워 내 손으로 짠 목도리, 추운 날 학교에서 돌아와 언 손 넣어보는 이불 속 온기 같은 시를 쓰려했네, 아직은 미완이네, 기다려주게, 이 작은 약속 하날 위해 남은 날 쉬지 않고 타박타박 걸어가겠네, 걸음마는 더뎌도 아픈 발 달래며 그대 곁으로 가겠네, 기다려만 준다면 그대가 참아 기다려만 준다면. 눈물, 그토록 아름다운 물방울 슬픔이라는 이름은 슬픔 속에서 산다 봄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기다림으로 산다 책을 안듯 한 아름 그리움을 안고 세상의 외딴집으로 걸어간다 햇빛의 은실은 끊어져도 기다림의 끈은 끊어지지 않는다 이름 부르면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내게로 오는 나비 떼여 슬픔이 만든 세상 끝으로 바람이 분다 식구여, 나의 영원한 부양가족이여 잎새들이 공중에서 이슬을 나누어 먹듯 마음을 나누어 먹는 시간의 육체여 가장 값진 것을 주고 싶은 그대 내 지닌 값진 것은 눈물뿐 눈물은 적실뿐이지 깨지진 않는다 눈물, 그토록 아름다운 물방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