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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즈코
2. 흔적 3. 까치발로 서서 4. 붓꽃 5. 분홍 트럼펫 6. 일요일들 7. 노란 벙어리장갑과 이른 제비꽃 8. 새엄마 9. 가사시간 10. 금빛 잉어 11. 겨울 하늘 12. 글라디올러스 13. 조용한 봄 14. 비가 온 후에 15. 빛의 인상 16.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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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기모노를 입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전등을 켰다. 손녀 유키가 식탁에 앉아 벙어리장갑을 끼었다 벗었다 하고 있다.
3월 중순의 어느 아침 7시, 두 개의 좁다란 창문으로는 아직 햇빛이 비춰들지 않았다. 하나뿐인 전구에서 흘러나오는 노란 불빛에 유키의 붉은 스웨터와 청바지가 유난히 밝아 보인다. 유키는 희부연한 빛을 받으며 잡지를 읽는다. 눈길을 떼어 올려다보지 않았다. 의자 옆 바닥에는 여행가방과 강가에서 퍼온 제비꽃이 놓였다. 공기 구멍을 뚫어놓은 비닐봉지로 싼 제비꽃은 항아리에 든 나비를 생각나게 했다. 종잇조각으로 변한 것처럼 퇴색한 나비. "일찍 일어났구나? 첫차가 도착하려면 두 시간 이상 남았잖니?" 유키가 벙어리장갑을 벗어 식탁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알아요" "아침 먹을래?" "아뇨" --- p.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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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에 빠지고 싶진 않아......
내게 필요한건 우정이지 사랑이 아니야. 이사무는 가장 좋은 친구라구. 그걸로 만족해야해. 또한 사랑이란 어떤 것이건 슬픔으로 끝 나니까. 더이상의 슬픔은 원치 않아... --- p.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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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떡 일어서서 한발짝 떼었다가 멈춰섰다. 급하게 일어서는 바람에 눈앞이 아찔했다.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노란 점들로 이루어진 듯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수천 마리의 금빛 물고기들이 뛰어올랐다가 첨벙 물 속으로 곤두박이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금빛 잉어가 보답을 하기 위해 돌아왔다면, 엄마는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이 싹트기를 소망하지 않았을까? 벽 쪽으로 다가가 전등을 켰다. 아버지는 층계참에 이르렀다. 발자국소리가 끊겼다. 가만히 서 있었다. 아버지가 문을 발딱 열기 전에 마음을 진정하려 안간힘을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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