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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현
긍정적인 사고는 나를 사랑하는 데서 비롯된다 황미나 그녀가 내뿜는 웃음 바이러스는 작품 속에서 유머와 위트라는 껍데기를 쓰고 꿈틀댄다 김수정 내 인생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이젠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 고우영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어봐야 든든한 사나이로 거듭날 수 있다 방학기 '그러니까'가 아니라 '그럼에도'의 명제로 인생을 살아라 김용환 나에게 연필과 스케치북을 달라(파킨슨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고행석 얼짱이 있다면 야수도 있다. 힘내라 구영탄이여 신문수 정반대되는 두 선배의 장점만을 취합해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김성환 나는 수집한다. 고로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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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에피소드를 보면 자전적 경험이 약 80% 가량 반영된 듯 보인다. 그 중 하나가 ≪가위손≫이란 에피소드다. 사고로 왼손이 오리발처럼 돼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파페를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처럼 그리고 있다. 그는 만화의 말미에「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씩 가위손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라는 짧은 독백을 썼는데 독자로 하여금 가슴을 시리게 한다. 오리손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심승현 자신이다.
그의 왼손 손가락들은 아래쪽 부분이 붙어 있어 마치 오리발의 물갈퀴처럼 보인다. 승현의 손이 그렇게 된 것은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즉 그가 방바닥을 기던 두 살 배기 아기였을 때 일어났다. 오랜 투병으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어머니는 그 날도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승현이 기어서 뜨거운 물에 손을 넣는 장면을 보면서도 어머니는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눈을 뜨고 아기가 다치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엄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큰 화상을 입은 아기는 고래고래 울음을 터트렸고,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큰아버지가 뛰어들어 아기를 병원으로 데려가 수술을 받도록 했다 … 어린 나이의 김수정은 시장바닥을 헤매며 비닐우산을 팔았고, 자기 등짝보다 더 큰 아이스크림 통을 어깨에 매고 아이스크림을 팔았고, 사환으로 심부름을 하고, 공사장에서 노역을 했다. ≪아기공룡 둘리≫나 ≪일곱 개의 숟가락≫ 등을 볼 때, 우스워서 웃다가도 왠지 슬프지는 것은 그가 어린 시절 시장통에서 본 사람들의 슬픈 모습을 은연중에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생활 가운데서도 그는 6살 때부터 만화에 흠뻑 빠졌고, 형의 연습장에 여백이 없을 정도로 그림을 그려댔다. 그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학교에서 돈 있는 친구들은 그림이 가득한 그의 수첩이나 공책을 돈을 주고 사려고 했다 … 양영순의 대학(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생활 중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집과 학교를 오가는 데 왕복 네 시간이 걸렸다. 1993년 경, 하루 종일 만화 연습에 매달렸던 그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12만원으로 집을 나오기로. 학교 근처 친구의 자취방을 같이 쓰는 데 6만을 내고, 6만원은 자신의 생활비로 썼다. 한 달에 6만원이라면 하루 용돈 2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000원으로 하루를 버틴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양영순은 아침은 먹지 않고 아점(아침+점심) 개념으로 학교 식당에서 700원짜리 밥을 사먹었다. 저녁엔 항상 300원짜리 시리얼 초콜릿과 400원 짜리 두부 한 모, 하나에 80원 하는 계란 3~4개를 사서 단백질을 보충했다. 물론 저녁밥은 없었다 … 고행석은 출판사 문을 열 때면 손과 다리가 후들거리고 그곳에 땀이 밸 정도로 긴장하고 공포심을 느꼈다. 한번은 자신의 작품에 자신감을 갖고 출판사로 원고를 팔러 나서려는데, 딸아이가 이를 눈치 채고 "아빠, 들어올 때 통닭 사다줘요"라고 졸랐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보기 좋게 퇴짜를 맞은 고행석은 딸아이의 목소리가 떠올라 가슴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주머니에는 동전이 한푼도 없어 동생 친구가 근무하는 출판사 근처에서 공중전화를 하는데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 날 그는 절망의 저 나락까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누구보다 재능 있고 치열하게 작업을 했지만 불운의 실타래에 꽁꽁 묶인 그의 젊은 시절은 그를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내모는 것이었다 … 김용환이 김해의 한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문제의 그림으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방과 후 청소 당번으로 청소를 하다가 칠판에 김해 제방에서 남자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을 안고 있는 뒷모습을 그려놓았는데, 이것이 큰 파문을 몰고 왔다. 그 그림은 바로 그 학교에 재직 중인 총각 선생님과 처녀 선생님의 데이트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고,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얼굴 모습이 정밀했다. 결국 두 선생님은 김용환의 순진한 낙서 때문에 따로 전출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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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은 욕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오기
경제 위기는 끝이 보이지 않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려는 꿈을 가진 청년들은 첫발도 내디뎌 보기 전에 좌절이란 단어부터 배운다. 청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배를 탄 모든 선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우리 세대만 이렇게 험한 상황을 맞았던 것일까?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고, 어릴 적부터 가난과 고생이란 단어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만화가들이다. 누구보다도 비참한 환경에서 자랐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사치스러웠던 이들이 지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작가들로 인기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책은 18명의 만화가를 '18'이라 부른다. '18'은 이들을 일컫는 상징적인 숫자이다. 또한 과거 그 어두운 터널을 뚫고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이들을 지탱해온 원동력이 바로 '18'일지 모른다. '18'은 욕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오기이기 때문이다. 18명의 펜 마이스터 이야기 이 책은 고우영, 방학기, 이현세, 허영만, 박봉성, 김수정, 고행석, 하승남, 김용환, 김성환, 박기정, 신문수, 황미나, 신일숙, 홍승우, 김성모, 양영순, 심승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18명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고 있다. 만화를 통해 남에게 즐거움을 주느라 자신의 삶은 베일에 감추어 둔 만화가들의 일생을 에세이 형태로 진솔하면서 깊이 있게 그려나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만화가들은 하나 같이 사회 빈민층이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좌절의 나락에서 화려하게 꽃 피운 만화가들의 인생 스토리에는 깊은 감동과 재미가 담겨있다. 만화 전문서라 할 만큼 깊이가 있지만, 글 자체는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소설의 재미를 갖추었다. 이는 수년 동안 저자가 전문기자로 만화와 다양한 문화콘텐츠(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연극, 뮤지컬, 출판 등)를 파고든 결실이다. 또한 18명의 만화가가 글의 내용에 맞춰 삽화를 직접 그렸다는 것도 이 책의 소장 가치를 더해준다. 그들은 눈물로 웃음을 그렸다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작가 심승현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대단히 내성적인 아이로 자랐다. 그의 왼손은 오리손처럼 생겨 항상 주먹을 쥐거나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 두 살 무렵 방바닥을 기어 뜨거운 물에 손을 넣었기 때문인데, 투병 중이던 어머니는 몸을 움직이지 못해 그 장면을 울면서 쳐다보아야만 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그는 하숙할 돈이 없어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폐결핵으로 수술까지 받았다. <아기공룡 둘리>의 작가인 김수정의 머리 속에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 밖에 없었다. 너무나 절망한 끝에 전자제품 외판원으로 새 인생을 살았으나 결국 만화로 돌아와 꿈을 이루었다. <요절복통 불청객>의 고행석은 오랜 동안 무명작가로 실컷 고생했다. 돌아오는 길에 통닭 한 마리만 사다 달라는 딸아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고 돈을 꾸기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남몰래 눈물을 줄줄 흘렸다. <누들누드>의 양영순은 하루 생활비 2000원으로 대학시절을 보내며 선배들로부터 "네가 자리에 없는 날이 도서관이 문 닫는 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림에 매진했다. 18명 모두 극한의 상황에 몰렸으나 오기로 버티며 꿈을 현실로 바꾸었다. '그러니까'가 아니라 '그럼에도'의 명제로 인생을 살아라 ‘파페포포’ 심승현부터 황미나, 이현세, 고우영까지, 가슴 속에 새겨진 상처를 삭이고 삭여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로 바꾼 한국 대표 만화가들의 영혼에는 화려한 빛깔이 있다. 우정과 프로정신을 공유하는 그들만의 세계, 배신과 뼈에 사무친 한만은 사연들, 만화에 대한 일념 하나로 불치병과 싸워 이긴 한국 대표 만화가 18명의 이야기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오기를 가지고 덤비면 실패도 비켜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추운 겨울은 눈부신 봄의 탄생을 위해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불황의 그늘에서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많은 현재, 그보다 더한 상황을 초인적 정신으로 이겨낸,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결코 항복하지 않는 이들로부터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게 사는 법을 배워보자. 패자의 오기로 싸워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선 실패의 영웅들이 있기에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