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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아버지의 녹슨 철모 / 11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 사라진 개 / 49 마제파(Mazeppa)를 위하여 / 81 자주색 감자꽃 / 105 유리벽 저편 / 131 탁본서설 / 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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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베어 문 빵을 왼쪽 손에 들고 바짝 마른 오른쪽 손을 길게 뻗어 포도주가 담긴 항아리를 찾느라 더듬거리는 그림 속 남자의 눈, 그 눈빛을 찾느라 오민주는 동생의 말을 듣지 못했다. 코발트블루로 처리한 툭 불거져 나온 광대뼈,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뜯어보면 산 자의 모습이 아니다. 눈가에 검푸른 인디고블루가 달무리처럼 엉키며 눈동자를 덮어버렸다. 보이지 않는 그림 속 남자의 눈동자를 보기 위해 그녀는 인디고블루를 열심히 밀어냈다. 인디고블루를 걷어내면 코발트블루가 나오고 코발트블루를 헤치면 다시 인디고블루가 나타난다. 얼마나 깊이 감추어놓았는가. 짜증이 나려고 할 무렵 드디어 그녀는 남자의 눈을 발견했다. 길게 뻗은 남자의 야윈 오른손 끝에 그의 눈이 감추어져 있었다.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로 덮어버린 남자의 눈동자가 와인이 담겨 있는(사실 와인인지 물인지 알 수 없다) 항아리 모양의 불투명 병을 향해 더듬거리며 뻗는 그 손끝에 있었다. 그 손끝에서 죽은 자의 얼굴을 한 남자의 생명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죽은 사람 같은데 생명이 붙어 있다. 아니, 어쩌면 죽은 자가 산자의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인지 모른다.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두렵기보다 이 모습이 점점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들고 천정을 올려다본다. 소름이 돋도록 이유를 알 수 없는 진한 슬픔이 몰려왔다. 곧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이 그녀의 눈에 담겼다.
---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 사라진 개」 중에서 “마제파 이야기는 단지 목숨을 걸고 신분의 차이를 초월한 사랑에 감동하여 노래하는 게 아니야. 이 처절하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는 단지 배경일 뿐이며, 이 이야기의 핵심은 자신이 원하는 ‘낯선 길’을 목숨을 걸고서라도 과감하게 선택한 그 용기를 높이 산 거야. 그 용기는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 의지를 상징하고 있어. 마제파는 시종이라는 신분을 버리고, 포들리아 백작 부인은 귀부인이라는 신분을 버리면서 진정 원하는 사랑을 행동으로 옮긴 인간의 원형질을 보여준 거지. 우리 역사와 문화도 그렇게 아무도 가지 않은 낯선 길을 가는 자가 변화시키고 진보해 온 거 아니겠어? 마제파는 그걸 말하고 있어.” 그녀는 피아노 앞으로 가 [마제파]를 다시 한번 더 연주했다. 그새 나는 커피를 다 마셨다. 입안에 남아 있는 진한 커피 잔향을 모아 삼켰을 때 피아노 선율이 방 안을 꽉 채웠다. 아까보다 더 강렬한 연주였다. 나는 연주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온몸으로 피아노 건반 위에서 춤추는 격렬한 그녀의 몸짓에서 나는 달리는 말 대신 날렵한 흰담비를 연상했다. 아름다움과 잔인함,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무장한 여전사 같았다. --- 「마제파(Mazeppa)를 위하여」 중에서 고향 집 대문을 나오다가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대문 안쪽 담벼락 밑에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들꽃이 소담하게 자라는 화분이 내 시선을 끌었다. 녹슨 철모였다. 나는 발길을 돌려 그 화분 앞에 가 섰다. 관리인이 그런 나를 보고 말했다. “예쁘지요? 며칠 전에 들에서 캐왔는데, 여기서는 개국화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철모는 어디서 났나요?” “뒤뜰 잡동사니 사이에 뒹굴고 있던 건데, 화분으로 안성맞춤이지 뭡니까.” “원래 이 집에 있던 겁니까?” “잘은 몰라도 아마 그럴 겁니다. 여긴 전방도 아닌데 녹슨 철모가 돌아다닌다는 게… 아마 누가 들에서 발견하고 엿장수한테 팔려고 주워 왔겠지요.” 나는 다시 지나간 먼 세월 속으로 달려갔다. 충애보육원에서 할머니와 고모 손에 끌려 할아버지 댁으로 왔을 때다. 섣달그믐께라 들판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덮여 있었다. 방 안에서 마주친 할아버지 앞에 철모로 만든 화로가 있었다. 철모의 정수리를 움푹 들어가게 눌러 안정감 있게 하여 화로로 쓰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긴 담뱃대를 그 철모 화롯불에 대고 불을 붙이고 나서 불이 사그라지지 않게 부삽으로 재를 정성스레 다진 뒤 그 위에 불돌을 올려놓았다. 나는 할아버지보다 그 철모에 더 관심이 갔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고 철모 화로를 가리키며 “이게 뭐예요?” 하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노려보다가 “이게 너 애비다.” 하더니 세차게 담배를 뻑뻑 빨아대었다. 그러고는 조금 전에 다져놓은 걸 잊어버린 듯 한참 동안 다시 화롯불을 다졌다. 할아버지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해 궁금했지만, 할아버지가 나를 살갑게 대하지 않아 더 물어볼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어느 날 문득 할아버지가 한 이 말이 생각나 어머니에게 물었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한 삼촌은 얼마나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아버지의 철모를 자기 철모인 줄 알고 바꿔 쓰고 왔다. 미군 검시관이 형님의 유일한 유품이라며 삼촌에게 건네준 하사 계급장이 붙은 아버지의 철모를 쓰고 온 것이다. 총과 함께 땅에 파묻었던 바로 그 철모를 할아버지는 화로로 사용했다. --- 「아버지의 녹슨 철모」 중에서 작은 나무상자에 밭에서 가지고 온 흙을 담고 경호는 정성 들여 감자를 심었다. 방에다 두고 싶었으나 산바람을 맞으며 밭에서 자라던 식물이라 햇볕과 바람을 쐬어야 할 듯해서 방문 앞에다 두었다. 들고나며 보기 좋은 자리다. 그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주색 감자꽃을 이리저리 살피며 바라보았다. 경호는 들에 있는 감자꽃을 올해는 따지 않을 작정이다. 감자꽃 구경하는 것도 농사지어 수확을 내는 것 못잖게 의미가 있는 일로 여겼다. 마을 사람들이 속내를 알면 농사를 망친다고 지청구를 늘어놓을 것이다. 꽃 따는 시기를 놓쳤다고 말할 참이다. 그리 두고 저절로 질 때까지 감자꽃을 구경할 작정이다. 애면글면 농사지어 수확해도 어차피 식구가 다 먹는 게 아니다. 내다 팔아봐야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멧돼지도 내려와 먹고 고라니에게도 좀 나누어주면 참하게 농사를 지은 게 아니겠는가. 자주색 감자꽃을 바라보며 경호는 혼자 빙그레 웃었다. 그의 어머니가 그러고 있는 경호를 보고 또 한마디 한다. “어서 감자꽃 따러 안 가고 뭐 하는 거냐?” “참 예쁘지요, 어머니.” 야단을 치면서 그의 어머니도 경호 곁으로 와서 자주색 감자꽃을 바라본다. --- 「자주색 감자꽃」 중에서 석이는 놀라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삼촌이 그 무서운 팔심으로 석이의 어깨를 꽉 내리누르고 있었다.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나믄 안 무섭을 끼다.” “….” “거그 사람이 하나 있제?” “응.” 석이는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람은 말이제, 도깨비가 아이대이. 정신만 쬐끔 돌았을 뿐인 기라. 석이나 내처럼 똑같은 사람인 기라. 그란데 삼촌이 와 거그 갔나카믄 말이제…. 사람은 밥을 묵어야 살제? 그렇제?” “응.” “그란데 말이다, 그 사람은 우리 말에서 아무도 밥을 안 주는 기라.” “…?” “그래서 삼촌이 밤에 몰래 밥을 가져가 준 기라.” 이렇게 말하면서 석이 삼촌은 보자기에 싼 물건을 엉덩이 뒤에서 꺼내어 놓았다. --- 「유리벽壁 저편」 중에서 그들이 여주에 도착했을 때 노인이 살던 집은 시커먼 잿더미로 남아 있었다. “아니?” 진혁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아 허둥거렸다. 그때 진혁은 노인이 탁본으로 자기의 몸을 태울 불쏘시개로 쓰겠다고 하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진혁은 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낌새를 느꼈는지 어깨를 들먹이며 오열했다. 아닐 거야. 진혁은 타다가 만 탁본이 바람에 날려 다니는 걸 목격했다. 노인이 어딘가에서 탁본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그는 떨치지 못했다. 요철의 비면을 유묵 솜방망이로 두드리며 이 사 합일을 찾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 「탁본서설拓本序說」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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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제파(Mazeppa)를 위하여」는 장편으로도 읽을 수 있을 만큼 겹겹의 사연과 언어로 중첩된 묵직한 작품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에 도착한 나는 헝가리 출신 음악가 리스트 페렌체의 [마제파(Mazeppa] 연주를 처음으로 듣던 과거를 떠올린다. 피아노 연주곡 [마제파]를 중심으로 소설의 시공간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면서, [마제파]를 들려주던 기억 속의 그녀와 [흰담비를 안은 여인]속 담비의 대조를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사랑에의 열정과 역사의 격동기을 그려낸 교향곡 [마제파]의 서사성이 소설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그것을 매개하는 미적 주체와 정치적 인간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음악을 통해 절대적 세계를 찾아 떠나는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인간에 대한 폭넓은 공감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운동권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인간이 사회에 대해 가져야 할 영향력보다는 사회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는데 주력해서 더욱 존재와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내포하고 있다.
「아버지의 녹슨 철모」는 작가가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가족서사와 ‘철모’가 상징하는 전쟁서사가 ‘녹슨’으로 나타나는 시간서사와 삼각축을 이루면서 존재론적 사유의 들꽃을 피우고 있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전쟁 중에 아버지가 쓰고 있다가 삼촌 손으로 집에 돌아온 녹슨 철모는 오랜 세월 할아버지의 화로로 뜨거운 불덩이를 담고 있다가 오랜 시간을 지나 고향 집의 화분으로 거듭난다. 오랜만에 고향 집을 찾은 나는 개국화를 소담하게 피우고 있는 녹슨 철모를 발견하는 순간 정수리가 움푹 들어간, 할아버지가 긴 담뱃대의 불을 붙이던 화롯불 화로로 사용하던 아버지의 철모라는 것을 바로 느낀다. 그리고 “이게 네 애비다”라고 하던 할아버지의 말이 환청처럼 들린다. 녹이 많이 슬어 이미 한쪽 귀퉁이가 삭아 부서지고 있는 철모 화분을 신문지로 조심스럽게 싸서 가슴에 안고 고향 집을 떠나오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버지 부재의 상처와 전쟁이라는 어두운 무게를 꽃으로 피워내 치유하면서, 관계에 대한 성찰로 시선을 넓혀가는 작품이다. 「자주색 감자꽃」은 작가의 시선이 존재론적 성찰에서 사회적 관계로까지 그 지평을 확대하는 작품이다. 북쪽에서 온 실향민 경호 아버지는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다가 민통선 안쪽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가족을 이끌고 재건촌으로 이주하지만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를 잃는다. 목발을 짚으면서도 자주색 감자 농사를 지으며 결코 재건촌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버지가 못마땅한 경호는 몰래 그곳에서 도망쳐 나온다. 그 후 서울 구청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해 영월 주천면으로 귀농하면서 그때까지도 민북마을에 살며 아버지 묘를 돌보느라 나오지 않겠다는 어머니를 설득해 모시고 나온다. 농사라고 아는 게 감자밖에 없는 경호는 천여 평의 밭에 감자를 심는다. 감자밭을 하얗게 뒤덮은 감자꽃을 따주어야 하는데 경호는 수확을 위해 꽃을 따야 하는 게 마땅찮아 머뭇거린다. 그러던 참에 자주색 감자꽃을 발견하고 감자를 뿌리째 뽑아서 집으로 가져온다. 아버지가 심던 자주색 감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감자꽃을 따지 않기로 한다. 감자꽃이 상징하는 아버지를 통해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운명을 의미 있게 증언하는 작품이다. 숙명을 절대화한 닫힌 세계관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던 아버지와 그런 그를 경원해 떠나온 내 마음의 경계를 자주색 감자꽃으로 극복하는 지점이 값지게 읽힌다. 「유리벽壁 저편」은 저자의 등단작으로 석이라는 아이의 시선에 비친 두 다리를 잃고 손으로 걸어다니는 삼촌과 동네 길목 산등성이 곳간에서 숨어 사는 미친 여자를 묘사하는 작품이다. 삼촌은 걷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먹던 음식을 남겨 곳간의 여자에게 전해주어 굶주림을 면하게 해주는데, 석이는 그런 삼촌이 우러러 존경스럽다. 어느 날 미친 여자가 임신했다고 동네 사람에게 치도곤당하는 현장에 나타나 그녀를 보호하려고 몸부림치던 삼촌은 그날 밤 동네에서 사라졌고, 미친 여자도 함께 보이지 않는다. 석이는 삼촌과 미친 여자가 멀리멀리 도망가주기를 빈다. 소외 받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술해나가는 작가의 문장은 따뜻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소설 인물들이 현실에서의 상황은 주어지는 것이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소외를 견디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객관적인 풍경을 단순하게 옮긴 것이 아니라, 그들 마음의 정서 그 자국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작품이다. 「탁본서설拓本序說」은 학생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으로 체포되어 15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8년간 복역한 뒤 감형으로 석방된 ‘그’가 신륵사에서 나옹선사비를 탁본 하려다가 만난 탁 노인과의 사연을 그리고 있다. 전보를 받고 달려간 그에게 죽음을 앞둔 탁 노인은 탁본 한 점을 건네면서 탁본 글씨가 김시습의 것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영웅이 되려고 하면 소인배가 되고 스스로 임금이 되려고 하는 자는 역적이 될 것이며 참 임금은 백성 가운데 묻혀서 나타난다”는 내용이라고 알려준다. 그는 글씨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탁본에서 그런 내용을 읽어낸 탁 노인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그에게 탁 노인은 편지를 내밀며 꼭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편지를 전해 받은 여인은 자신이 탁 노인의 딸이라면서 탁 노인이 자유당 정권 때 이름을 날리던 정객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체포되어 복역하고는 세상 사람들 눈에서 사라졌다는 사연을 듣게 된다. 그가 여인과 함께 탁 노인이 살던 곳을 찾아가지만 집은 이미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현실과 이상의 문제를 촘촘한 문장으로 잘 조탁하고 있는 이 작품은 탁본의 서사를 통해 인간과 이념의 다층적인 성찰을 사유하고 있다. 김호운 작가는 그동안 우리 소설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시대 변화의 흐름을 자신만의 언어 속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쉬지 않았다,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 사라진 개』 역시 그런 방향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소리와 색채에 상응하는 미학적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소리이든 색채이든 홀로 존재하는 게 없이 언제나 외부조건의 변화에 따라 늘 바뀐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작가의 태도는 인간 존재나 이념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대립, 혹은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특유의 긴장을 느낄 수 있는데 그사이를 매개하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 매개의 관계 미학을 겹겹의 언어 질감과 색깔로 그려내어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폭넓은 공감이 어우러진 소설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 사라진 개』 는 사회 속 존재 관계를 탐구하는데도 주력하고 있어 더욱 존재와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무심코 작품을 썼는데, 우연하게도 사건 하나가 다가와 내 작품 속으로 쑥 들어오는 게 아닌가. 마치 신기가 있는 듯 나를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기시감인지 미시감인지 모를 그런 모호한 개념에 갇힐 때가 있다. 세상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울수록 이런 현상이 더 잦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렇다. 참보다는 거짓이 진실처럼 난무하는 세상에 서면 이런 혼란과 착각에 빠진다. 이런 세상이 소설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