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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극장문화의 저변과 배면
객석에서 바라본 매체전환기의 풍경
이광욱
역락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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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여는 말 : 시각적 전회의 필요성

제1장 생산자에서 수용자로
제2장 텍스트 연구에서 극장문화 연구로

제2부 ‘자발적 관객’의 형성과 구조적 모순의 묘파

제1장 ‘관객성’의 구성 맥락과 해석공동체의 사회적 상상력
제2장 1920년대 희곡의 내포관객과 기대지평의 변동
제3장 민중 담론의 전개와 사실주의 희곡의 변곡점
제4장 문제적 표상으로서의 ‘백정’과 역사극을 통한 재현의 낭만화

제3부 ‘시그널 플로우’의 도입과 매체장의 동역학

제1장 식민지 조선 관객의 감각 체험과 발성영화 상영의 전사
제2장 발성영화의 정착과 경성 소재 조선인 극장의 연쇄 반응
제3장 식민지 극장의 음향환경과 ‘소리’의 분화
제4장 기술복제 시대의 극장과 신극 담론의 전개

제4부 관객의 기대지평과 텍스트의 환류작용

제1장 카프 연극 대중화론의 전개와 송영 풍자극의 매체미학
제2장 유치진 연극론의 매체 인식과 1930년대 관객의 감정구조
제3장 동양극장 장막극의 극작술에 투영된 연극적 매체성
제4장 [임자 업는 나루배] 판권 소송과 식민지 영화시장의 추이
제5장 조선어 발성영화 [미몽]과 매개변수로서의 관객

제5부 맺는 말 : 복류하는 극장문화

참고문헌
원고 출처

저자 소개 1

198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1930년대 한국 신극운동의 전개과정과 담론구조?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식민지기 극장문화사를 탐색해 왔다. 매체와 관객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최근에는 북한문학과 동시대 한국 텔레비전드라마에 대한 연구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발간한 『신문기사로 본 조선영화』 시리즈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한림대, 서울대, 가톨릭대, 영남대, 울산대 강사를 거쳐 현재는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동화?한국어문화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서로 『인물로 보는 근대한국』(공저), 『드라마, 일상성의 미학』(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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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640쪽 | 153*225*32mm
ISBN13
9791167427496

출판사 리뷰

첫 문장을 쓰는 일은 항상 어렵지만, 머리말은 훨씬 더 막막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첫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는 자리이니만큼 지난날부터 찬찬히 돌이켜보는 게 순리일 듯하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었을 때 극문학을 계속 공부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대학원 입시를 치렀고, 일단 눈앞에 닥친 병역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기에 곧바로 휴학계를 제출했다. 다소 유예된 시작이 아쉽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철원에서의 군생활은 적기에 찾아 온 행운이었다. 진학을 선택한 것에 대해 스스로 의문이 생길 때마다 철책선 너머의 어둠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어지러웠던 생각들은 서서히 앙금이 되어 가라앉았다. 듬성듬성 켜져 있던 경계등은 꼭 극장 속의 조명처럼 보였고,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던 새벽 어스름은 창백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학문을 평생의 업으로 삼는 일에 대해 고민했고, 그렇게 사는 것 또한 나쁘지 않겠다고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딸칵 하고 접히는 개머리판처럼 2년 반이 흘렀고, 본격적인 대학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정신없는 나날들이었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바심이 그 시절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공부하는 일상이 조금씩 익숙해 졌을 때쯤 무턱대고 집어든 것은 식민지기의 연극비평자료들이었다. 오래 지나 마멸된 잉크에서 자획들을 추출하는 과정은 더디고 고된 일이었지만 정리한 자료들이 늘어갈수록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커져 갔다.

그렇게 마주한 식민지기 극장의 풍경들은 서서히 나를 매혹시켰다. 물론, 식민지 조선 극장의 실체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겉보기에 창고와 구분되지 않을 만큼 극장의 인프라는 열악했고, 음습한 공기가 떠돌던 그곳에서 생산자들은 삼난(경제난, 검열난, 각본난)을 호소하며 괴로워했다. 제국의 압력과 자본의 수레바퀴에 치인 조선인 극장들은 종족적 게토로서 겨우 간판을 유지하는 데 그칠 따름이었다. 그렇지만 식민지기의 극장은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희구했던 관객들과 미약한 씨앗이라도 뿌려놓기 원했던 선구자들이 줄기차게 모여들어 온기를 나누던 곳이기도 했다. 그 기묘한 국면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적어도 나에겐 가장 재미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문득, 의의와 가치를 논하는 것보다 재미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하셨던 지도교수 양승국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혼자서만 향유했던 재미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망, 그 어려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치기가 지금껏 나를 이끌어 왔던 것은 아닐까?

과거 속에 묻혀 있던 극장문화를 탐색하려면 도구가 필요했다. 이 책의 첫 번째 키워드인 ‘관객’은 그동안 내가 삽과 곡괭이처럼 여겨 왔던 것이다. 현전하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그나마도 검열 때문에 누더기가 되어 버린 식민지기의 아카이브는 무덤처럼 황량한 곳이다. 그러나 객석을 메운 ‘관객’들을 떠올리게 되었을 때 식민지기의 극장문화는 좀 더 생기 넘치는 대상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텍스트의 저변에 놓인 관객들은 엄연히 식민지 극장문화의 주체들이었고, 상상력을 통해 검열을 우회하는 존재들이었으며, 그들의 반응은 생산자들에게 가장 유력한 참조 대상이었다. 식민지기의 관객들과 함께 객석에서 바라 본 극장문화는 ‘생산의 역사’만으로 갈음하기 어려운 역동적 풍경들을 보여주었다.

또 하나의 키워드인 ‘매체’는 어두운 갱도 속을 더듬어 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 준 지도이자 손전등이었다. 식민지기의 극장에는 영화를 비롯해 만담, 무용, 권투시합, 음악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공존하고 있었고 극장에 출입하던 관객들은 매체들의 경합과 혼합을 한 자리에서 지켜보던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연극 연구와 영화 연구의 분과학문적 구분은 적어도 식민지기의 극장문화를 논할 때 외려 방해가 되는 일처럼 느껴졌고,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식민지기 극장문화사의 배면에 영화 기술의 주요한 변곡점, 즉 발성영화로의 전환 문제가 가로놓여 있었다는 점과 더불어 그것이 극장문화 전반에 불러일으켰던 연쇄작용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은 지난 십년 남짓한 기간 동안 발표했던 논문들 중 식민지 극장문화와 관련된 것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과거의 흔적을 더듬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으나, 스스로의 과거와 마주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엉성한 문장, 난삽한 구성, 성긴 아이디어들을 확인할 때마다 이불을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쳐 쓰고 새로 쓰며 나름대로 애써 보았지만, 머리말을 쓰는 지금도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문장에도 탈출속도가 있을까?’ 이것은 원고를 교정할 때마다 떠올린 생각이었다. 행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력을 이겨내야 하고, 시간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를 넘어서야 한다. 과거로부터 온전히 벗어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는 얼마일까? 물론, 그것은 불가능한 소망이고 무의미한 착각이다. 이 책의 모든 구절들은 아픈 손가락처럼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것이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나아간 자리에서 이 책을 다시 펼쳐보고 더 크게 부끄러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논문을 발표할 때마다 말미에 항상 변명처럼 달아두었던 말을 여기서도 반복해야 할 것 같아 겸연쩍지만,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후고를 기약하고자 한다.

그래도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나마 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전우애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함께 공부했던 동학들과의 인연을 되새겨본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건강과 건필을 기원한다. 그리고 한국극예술학회를 비롯한 학회에서 발표할 때, 진심어린 조언을 보태 주신 토론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리고 싶다. 연구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존재한다고 깨달을 때마다 형언할 수 없을 만치 큰 위안을 받았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신문기사로 본 조선영화?? 시리즈에 필진으로 참여한 것도 무척이나 소중한 기억이다. 가끔은 농담처럼, 때로는 진지하게 자료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했던 경험은 이 책을 엮는 데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

첫 저서의 출간을 앞두고 특별히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있다. 먼저 반평생을 기계 앞에서 묵묵히 일해 오신 부모님이 떠오른다. 천학비재한 내가 아직까지 학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주어진 여건을 탓하기보다 성실한 노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신 부모님 덕분이다. 이제는 광고와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가 된 동생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 위해 누구보다 애쓰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열망만 가득했던 학부생을 학문의 길로 이끌어 주신 양승국 선생님과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을 때 첫 스승이 되어 주신 이승희 선생님, 독자적인 연구자로 첫 발을 뗄 수 있게 허락해 주신 방민호, 김종욱, 김재석, 이상우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부끄러운 제자가 되지 않겠노라 드렸던 약속은 언제나 되새겨야 할 나의 다짐이기도 하다. 재직 중인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언제나 무심함을 포즈 삼아 섬세하게 후배를 챙겨주셨던 장성규 선생님을 비롯하여 이수경, 허원기, 이미정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성긴 원고들을 매만져 어엿한 책으로 만들어주신 역락출판사의 노고와 후의에도 감사드린다.

돌이켜보면 이 책에 담긴 원고들을 쓰던 지난 십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광장을 밝히던 주권자들의 촛불은 바람 앞에서도 굳건한 LED 응원봉으로 진화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매사에 서툴고 부족한 사위를 자식처럼 따뜻하게 품어 주셨다.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생의 어두운 순간들을 마술처럼 밝혀 주었던 두 딸들도 만났다. 단조로운 연구자의 일상에 합법적 도피처가 되어 주었던 타이거즈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 두 차례 우승했다. 지금은 모두 차례차례 고양이별로 돌아갔지만, 가르랑대며 체온을 나눠 주었던 쵸코, 크림, 칼칼이도 떠오른다. 그들과 함께 해 온 삶의 궤적은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인연들의 실마리가 되었던 아내에게 이 책을 주고 싶다. 당신과 처음 만난 그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페이지였다. 신비하고도 지혜로운 당신의 표정을 읽을 때마다, 나는 텍스트의 결을 톺아보는 일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끝없이 펼쳐진 학문의 길이 그러하듯, 당신 역시 내 곁에 언제나 있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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