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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편집’이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편집은 ‘악비(堊鼻)’다 편집은 제목을 결정하는 것이다 편집 회의는 심히 즐거운 일이다 편집(編輯)은 편집증(偏執症)적이다 편집은 새겨 넣는 일이다 편집은 친절함이다 편집은 두려움이다 편집은 매 맞을 각오를 하는 것이다 편집은 기꺼이 만만해지는 것이다 편집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다 편집은 집값을 오르게 한다 편집은 선본(善本)을 만드는 일이다 편집은 깊이 사모하는 일이다 편집은 근근간간함이다 편집은 모으는 것이다 편집은 때를 아는 것이다 편집은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일이다 편집은 중용(中庸)을 지키는 것이다 편집은 새로 고침이다 편집은 ‘이미’가 아니라 ‘아직’의 이야기다 편집은 ‘만약 나라면’을 생각하는 것이다 편집은 세 가지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편집은 분량을 정하는 것이다 편집은 책의 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편집은 한 글자에 벌벌 떠는 것이다 편집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편집은 ‘사반공배(事半功倍)’하는 것이다 편집은 그리움이다 편집은 권력이다 편집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편집은 꿰맨 자국 없이 매끄러운 것이다 편집은 부탁하는 것이다 편집은 먼지를 쓸어내는 것과 같다 편집은 살려내는 일이다 편집은 떡, 죽, 엿을 만드는 일과 같다 편집은 볼 수도 없고 안 볼 수도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편집은 이 책이 종이 낭비가 아닌지 묻는 것이다 편집은 아끼는 것이다 편집은 꼼꼼함이다 편집은 남다른 눈을 갖는 것이다 편집은 절제다 편집은 신맛은 더욱 시게, 단맛은 더욱 달게 만드는 것이다 편집은 목마름이다 편집은 일관성을 갖는 것이다 편집은 그물에 걸린 기러기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편집은 책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편집은 스스로를 믿는 일이다 편집은 독자가 완성한다 인물 정보 / 문헌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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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비(堊鼻)’, 아주 고운 하얀 흙[堊, 백토 악]을 코[鼻, 코 비]에 파리 날개처럼 엷게 바르고서 친구에게 도끼를 휘둘러 그것을 깎아내게 한다. 편집은 ‘악비(堊鼻)’다. 무엇을 깎아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편집자의 손에 들린 것은 단지 빨간 펜이 아니라 누군가의 코까지 베고 마는 무시무시한 무기다. 편집은 코끝에 묻은 작은 얼룩을 커다란 도끼를 휘둘러 깎아내는 것처럼 까다로운 일이며, 살짝만 어긋나도 피 칠갑이 되고 마는 아찔한 일이다. 편집은 무엇을 덜어내면 좋을지 알고 딱 그것만 깎아내는 절묘한 실력이며, 무엇을 남겨두면 좋을지 알고 오직 그것만 남기는 진귀한 감각이다.
--- 「편집은 ‘악비(堊鼻)’다」 중에서 편집은 어설픈 원고를 그럴듯하게 꾸미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미완의 원고를 거부할 수 있는 냉엄한 판단력이다. 엉터리 원고를 보기 좋게 꾸미는 빼어난 수완이 아니라, 수준 미달의 원고를 가려낼 수 있는 혹독한 변별력이다. --- 「편집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다」 중에서 분량은 단순히 책의 쪽수가 아니라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간극을 줄이고,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볼 수 있는 것의 격차를 줄이는 가장 까다로운 편집의 핵심이다. 분량은 이 책이 어디로 향할지 아는 사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 책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사람, 책의 생애 주기를 꿰뚫고 있는 사람, 책과 사람의 관계 맺음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정할 수 있는 어떤 무엇이다. --- 「편집은 분량을 정하는 것이다」 중에서 구름과 바다 사이에 있는 수억만 권의 책은 대부분 아직[未] 저술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천하의 재주와 학식, 지혜와 언변을 갖춘 사람들을 널리 모아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다.(홍길주 『수여난필속』) --- 「편집은 ‘이미’가 아니라 ‘아직’의 이야기다」 중에서 편집은 디테일에 대한 집중과 집착과 집념이다. 편집은 디테일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구사하고 구현하는 일이다. 원형에 다다르는 원동력은 어지간해서는 체면 구길 일 없는 커다란 대의가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온몸으로 닦은 세세하고 구구절절한 디테일에서 나온다. --- 「편집은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일이다」 중에서 편집자의 편집증은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야릇한 자만심이 아니라, 내가 진짜 편집자라 말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묻는 검질긴 의구심이다. --- 「편집(編輯)은 편집증(偏執症)적이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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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세상을 편집한다!
이미 있었지만 아직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편집(編輯)’이다. ‘이미’ 있었지만 ‘아직’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편집(編輯)’이다. 이미 우리 곁에 있었지만, 연결시키거나 없애버리거나 변형시킬 수 없어서 아직 감각할 수 없었던 것을 경험 가능한 ‘그 무엇’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편집자(編輯者)’다. 우리는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그 무엇’을 사용하고 경험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사고하고 기억하고, 그것과 더불어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저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가장 많이 사랑하고 가장 깊이 연모하는 ‘그 무엇’은 바로 ‘책’이다. 그리고 그 책을 편집하고 만들어내는 사람은 바로 ‘출판 편집자’다. 『아주 오래된 편집 매뉴얼』은 글, 책, 출판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 ‘편집’과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글이 책이 되는 과정, 글이 우리의 성격이 되고 생각이 되고 정서가 되고 감각이 되고 상식이 되는 과정, 우리의 말과 글과 생각이 책이 되어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모든 과정과 절차와 핵심에 ‘편집’이 스며들어 있고, 그 최전선에 ‘편집자’가 있다. 노련하고 솜씨 좋은 장인이 집을 지을 때 먹줄과 자[尺]가 필요하듯, 편집자가 책을 만들 때도 준칙과 지침이 되는 ‘편집 매뉴얼’이 필요하다. 『아주 오래된 편집 매뉴얼』은 생생한 오늘을 살고 그 삶을 온전히 책에 담고자 하는 편집자를 위한 ‘매뉴얼’을 우리 고전에서 찾아 모은 것이다. 『아주 오래된 편집 매뉴얼』은 ‘편집’이 얼마나 즐겁고도 힘겨운 일인지 공감하는 사람들,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늘 고심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편집 감각은 편집자, 기획자, 발행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작가, 번역자, 독자 등 책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다. 이 책이 글을 사랑하고, 편집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 안팎을 살피는 작은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