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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이야기보따리 하나 하얀 엉덩이 까만 엉덩이 이야기보따리 둘 물에 빠진 사람에게 흥정을 한 남자 이야기보따리 셋 저울 속에 쇠구슬을 숨긴 장사꾼 이야기보따리 넷 청개구리로 변한 은덩이 이야기보따리 다섯 새끼의 원수를 갚은 어미 원숭이 이야기보따리 여섯 은장도를 얻으려고 고기를 통째로 삼킨 사람 이야기보따리 일곱 꾀 많은 쥐와 족제비 이야기보따리 여덟 울면서 고기를 먹은 형제 이야기보따리 아홉 화살을 새로 깎아 위기를 넘긴 무사 이야기보따리 열 생각의 힘으로 도둑을 잡은 소년 이야기보따리 열하나 세 가지 덕목을 갖춘 족제비 이야기보따리 열둘 주인도 손님도 이로울 것 없는 흥정 이야기보따리 열셋 돈 꾸러미 때문에 물에 빠진 사람 이야기보따리 열넷 가을이면 연꽃처럼 부푸는 모기 주둥이 이야기보따리 열다섯 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 청장관 이덕무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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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비는 엉덩이가 유난히 깨끗해서 풀려났고, 또 어떤 선비는 엉덩이에 숯처럼 까맣게 때가 있어서 풀려났어. 아무 일 없이 풀려난 것은 같지만, 이왕이면 엉덩이를 깨끗하게 씻으며 늘 몸가짐을 바르게 했던 선비의 자세를 본받는 게 좋겠지!
남들에게 안 보이는 엉덩이까지 깨끗이 닦았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몸가짐을 조심했음을 뜻합니다. 늘 몸가짐을 조심한다면 곤경에 처할 일도 적을 것이고, 설사 곤경에 처한다 해도 자신의 편이 되어 도와 줄 사람이 곁에 있을 것입니다. ?「하얀 엉덩이 까만 엉덩이」 중에서 쥐가 달걀을 안고 누우면, 다른 쥐가 그 꼬리를 물고 끌고 갈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족제비가 말뚝처럼 서면, 다른 족제비가 그 아래에 누워 죽은 척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이러한 꾀는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저희들끼리 서로 알려 준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모두 자연의 이치이고 타고난 지혜가 아닐까? 쥐와 족제비는 꾀가 많고 영리합니다. 쥐는 두 마리가 한 조가 되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달걀을 깨지 않고 쥐구멍까지 옮깁니다. 족제비는 완벽한 분장과 연기로 사냥에 성공하지요. 이런 방법을 도대체 어떻게 배웠을까요? 이는 누구한테 배운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이겠지요. 쥐나 족제비가 꾀를 내는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열심히 사는 것일 뿐이니 마땅히 칭찬할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쥐와 족제비처럼 얕은꾀로 물건을 훔치고 다른 사람을 속인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사람은 사람의 도리를 지켜야 하니까요. ?「꾀 많은 쥐와 족제비」 중에서 어느 날 소년이 일하는 배에 도둑들이 쳐들어왔어. 소년은 얼른 부엌으로 가서 숟가락 하나를 집어다가 물속에 던져 버렸지. 그러고는 조용히 헤엄쳐서 도둑들이 타고 온 어선 옆에 숨어 있다가, 물속으로 잠수해서 어선 밑바닥에 몰래 칼을 꽂아 두었단다. 그러는 사이 도둑들은 장삿배의 부엌에 있는 숟가락 수대로 뱃사람들을 죽이고, 배에 실려 있던 물건을 전부 훔쳐서 도망갔어. 도둑들이 떠난 뒤에 소년은 강화도 관청에 가서 이 사실을 자세히 알렸단다. 장삿배에서 일하던 소년은 도둑들이 숟가락을 세어 그 수만큼 사람을 죽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생각 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도둑이 쳐들어왔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 글은 ‘생각의 힘’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갑자기 화재나 지진 등 재해가 일어나거나 이 이야기처럼 도둑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의 힘으로 도둑을 잡은 소년」 중에서 “너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려라.” 나는 깜짝 놀라 한참 동안 생각한 뒤에 대답했지. “저는 그 말씀은 결코 따를 수 없습니다. 제가 책이 아니면, 무엇을 좋아하겠습니까? 왜 저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리시려는 겁니까?” 그러자 남자가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어. “하하, 내 잠시 너를 시험해 보았을 뿐이다.” 이덕무 선생님은 자신을 ‘책만 보는 바보’라고 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책에 너무 빠지는 것도 단점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은, 행복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버릴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실제로 평생을 책과 함께 지냈습니다. ?「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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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세상일을 기록하다
청장관 이덕무는 조선 후기 실학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폭넓은 독서를 통해 독창적인 글을 많이 남겼다. 박지원, 홍대용, 성대중 등 당시 뛰어난 문인들과 교류했고, 벗인 유득공, 박제가, 이서구와 함께 시집을 내어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쳤다.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인 ‘간서치(看書痴)’라고 부를 만큼 독서를 좋아했다. 또 자신이 겪거나 주변에 들은 이야기들을 빠트리지 않고 기록해 두는 습관이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그의 저서 중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와 「한죽당섭필(寒竹堂涉筆)」에서 뽑은 것들이다. ‘이목구심서’란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기록한 책이라는 뜻이다. 24세부터 26세까지 세 해 동안 기록한 내용들로, 사람과 사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감각적인 필치로 기록한 짧은 산문집이다. 「한죽당섭필」은 1783년 이덕무가 경상도 함양의 사근역 찰방으로 부임하였을 때 그 지방의 명승, 유적지, 풍속, 인물 세태 등에 대해서 기록해 놓은 책이다. 이덕무 선생님이 풀어 주는 이야기보따리 이 책에는 모두 15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과 동물이 등장한다. 평소에 엉덩이를 깨끗이 씻으며 자기 자신을 철저히 관리한 선비, 저울 속에 쇠구슬을 숨겨 물건 무게를 속인 장사꾼, 청개구리로 변한 은덩이, 새끼의 원수를 갚은 어미 원숭이, 은장도를 얻으려고 고기를 통째로 삼킨 사람, 꾀 많은 쥐와 족제비, 아버지 상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울면서 고기를 먹은 형제, 미리 조짐을 눈치 채고 화살을 새로 깎아 화를 막은 무사, 생각의 힘으로 도둑을 잡은 소년, 지(智)·인(仁)·의(義) 세 가지 덕목을 갖춘 족제비, 쓸데없이 흥정을 한 장사꾼과 손님, 돈 꾸러미 때문에 물에 빠진 사람, 가을이면 주둥이가 연꽃처럼 부푸는 모기, 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 등, 이덕무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세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하였고, 그 안에서 삶의 지혜와 자연의 이치를 발견했다. 엄윤숙 작가는 이덕무가 남긴 글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좀 더 쉬운 말로 바꾸고 친근한 어투로 풀이했다. 옛이야기를 익살스럽고 감동적으로 표현한 장형선 작가의 삽화는 글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생각 더하기’와 함께 쉽게 읽는 고전 고전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이를 위해서는 고전을 번역하는 것뿐만 아니라, 번역을 알기 쉽게 풀이하는 과정 역시 필요하다. 엄윤숙 작가는 이덕무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생각 더하기’ 코너를 마련했다. 여기에서는 이덕무가 글을 통해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했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이덕무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교훈이 지혜가 무엇인지, 또 자신의 삶 속에서 이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