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목탁 - 7
벌거벗은 공주님 - 39 오빠는 없다 - 69 절 받으시옵고 - 95 앵무조개 어금니 - 125 미스 완전체 - 157 만년 과장, 피 씨 - 187 도마뱀 게임 - 215 이 꽃 같은 나라 - 243 |작가론| 부조리한 세상을 노려보는 쌍심지―김양호 - 273 |작품론| 여성과 남성, 21세기의 과제―김성옥 - 289 작가의 말 - 323 |
권영임의 다른 상품
|
한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을 때마다 거기 식도 어디쯤에 서 있을 내 생의 초목들이 쓰디쓰게, 그리고 아프게 쓰러져가는 느낌, 그 느낌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 p.14 「목탁」 중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은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지? 그런데 경희야, 네가 알고 내가 알고 하늘이 알고 있다면 이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겠니?” 수지 문자였다. 나라 방방곡곡에 벌거벗은 임금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다는데 하물며 벌거벗은 공주님 소문이랴! 이게 바로 우리 공주님 소문의 앞과 뒤 전말이다. --- p.67 「벌거벗은 공주님」 중에서 “사무실에서 오빠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말도록 해.” “언니들한테는 언니라고 하는데 왜 오빠들한테는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정애도 딱히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 오빠라는 호칭에 내포된 의미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 pp.75-76 「오빠는 없다」 중에서 입관을 하고 화장터로 떠나는 마지막 제사를 지내며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에게 절을 했다. 나는 남자가 절하는 뒷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 두 번의 큰절은 시아버지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시어머니에게 받았던 그 수많은 절에 대한 뒤늦은 맞절처럼 보였다. 아니, 그걸 다 갚고도 남을 만큼의 지극한 답례였다. --- p.124 「절 받으시옵고」 중에서 먼 데서 밀려온 파도가 해안가를 스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순애는 앵무조개가 된 어금니가 이곳까지 따라 왔다고 믿기로 했다. 어디쯤에서 윤주를 보았을까, 순애는 천천히 해안선을 따라 거닐었다. 바다 끝에서 다시 공원 쪽으로 걸음을 떼었다. --- p.153 「앵무조개 어금니」 중에서 아버지 인생에 이혼이라는 오점을 남긴 것이 엄마의 미모 탓이라고 고모는 확신하고 있었다. 예쁜 것이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온 나는 내 미모를 탐탁지 않게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교육받고 세뇌되었다. 문제는 남들이 다 인정해주는 미모를 나 자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에게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어렴풋이 알았다. 예쁜 척하지 않아서 끌렸는데 까다로운 성격은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떠나는 남자를 붙잡아 본 적도 물론 없다. --- p.173 「미스 완전체」 중에서 구두약을 놓고 돌아서는 그의 구두 뒤축이 눈에 들어왔다. 닳아버린 구두 뒤축 위에서 걸음걸이에 맞추어 너절해진 바짓단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천 원을 벌기 위해 닳아진 구두를 신고 목이 터지게 외치는 피 과장의 얼굴과 너무나 근엄하여 그 앞에 서면 저절로 주눅이 들었던 경영진의 얼굴이 함께 떠올랐다. 사원들을 등친 사장이 비자금을 만들어 해외로 도피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뉴스를 통해 들었다. --- p.213 「만년 과장, 피 씨」 중에서 내 몸의 일부, 그러니까 꼬리는 잘렸다. 도마뱀과 달리 꼬리를 잘린 내가 과연 무사할지는 모르겠다. 두둑하게 보상을 받아내면 잘린 꼬리 부분을 수술해서 원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그것 역시 모르겠다. 울면서 발악하고, 그렇게 최선을 다할 뿐. --- p.241 「도마뱀 게임」 중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이제 수나를 잊으라고 할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 잊으라고 해서 잊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내 딸을 잊지 않고 있는 한 진실은 꼭 밝혀지리라고 믿었다. 내 앞에 수나가 있는 것처럼, 수나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심정으로 리본을 매만졌다. “아! 좆 같은 나라.” 입 밖으로 나오려는 말을 차마 아이들 영정 앞에서 할 수 없어서 이 꽃 같은 나라라고 돌려 말했다. 내 딸 수나가 살아 있을 때의 그 꽃 같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런 세상이 다시 올 때까지 잊지 않겠다는 말을 먼저 간 내 딸에게 전하듯 리본을 쓰다듬었다. 할 말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노란 리본만 매달았다. --- pp.263-264 「이 꽃 같은 나라」 중에서 |
|
사회적 억압과 인간 존엄을 탐구하는 권영임 소설집, 『벌거벗은 공주님』
권영임의 소설집 『벌거벗은 공주님』은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사회적 억압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총 9편의 단편 중 8편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는 여성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폭력, 가부장제, 성 상품화, 직장 내 권력 관계, 여성의 생존 전략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견지한다. 작품들은 단순한 사회고발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억압의 본질을 탐구한다. 특히 「벌거벗은 공주님」에서 가짜가 진짜처럼 행세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방식은 오늘날의 사회구조와 정치적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작품 전반에 걸쳐 강하게 드러나며, 권영임의 소설집이 단순한 문학적 탐색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 권영임은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구조적 억압을 탐구하며,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사회적 구조가 성별에 따라 인간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성별에 따른 억압적 가치체계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작품 속 여성들은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함을 인식하고 이에 맞서 싸우거나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갈등과 모순을 탐색하며, 갈등의 치료와 병합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제시한다. 「목탁」에서는 남편의 폭력을 통해 부당한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사랑과 희생이 갈등을 치유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절 받으시옵고」에서는 바람을 피우던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절하는 장면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고발하면서도, 결국 사랑과 이해가 인간의 본성을 보완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점에서 권영임의 작품들은 단순한 폭로와 비판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읽힐 수 있다. 권영임 소설집은 현실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폭로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희망을 그려내는 것이 이 소설집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는 단순히 여성 서사를 넘어, 인간 존엄을 탐구하는 문학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작가의 말 중에서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을 가득 안은 채 또 한 권의 소설집을 세상으로 떠나보냅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글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쓴 작품들입니다. 굽이굽이 인생의 길목에서 만난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제 체험과 떼어놓을 수 없는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출구 없는 비정규직의 차별, 대기업 골드미스라는 허울 속에서 구조 조정에 시달리는 초라한 신분의 여성, 생계로 발목 잡혀 남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빈곤한 가정의 자식,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자들의 추악한 행태, 쓸모 없어질 때까지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하다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았습니다. 오래전에 쓴 작품들이긴 해도 당대의 상황들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크게 손보지 않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약자들의 삶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작품을 다시 보면서 여성들은 차별이 아닌 생존을 말해야 할 만큼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잘못된 사회 시스템의 톱니바퀴 속에서 짓밟히고 부서지는 약자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기대를 합니다. 사회적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통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인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이십여 년의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죽을 만큼 힘들었을 때, 마흔 살 넘어 대학에 입학한 뒤,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책 속의 문장들을 읽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게 하루를 살아가는 데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했지요. 세상의 문장이 나를 일으켜 주었던 것처럼, 내 문장 하나가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공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여 내 작품 속 등장 인물들에게 언제나 따스한 마음을 잃지 말라고 주문하곤 했습니다. ‘부조리한 세상을 노려보는 쌍심지 - 내가 본 작가 권영임’ 발문을 써주신 김양호 교수님, 부족한 작품 하나하나에 온갖 철학적 의미를 부여해 그럴싸한 가치를 지닌 소설로 포장해 주신 김성옥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두 분 덕분에 두려움뿐이던 마음 안에 용기와 기대가 깃들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신들메를 조이고 나서렵니다. |
|
권영임의 소설집에 실린 작품은 다양한 소재를 전경으로 내세운다. 부부 사이의 갈등, 거짓으로 쌓아 올린 명예, 로맨스 캠, 인간 내면의 이율 배반성, 성희롱과 성폭행, 직장 내의 비리, 병적인 결벽증,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는 정치, 사회구조 등이 그것이다.
다양성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후경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볼록렌즈를 통과한 빛이 초점으로 모이면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진면목이 드러난다. 부당함에 맞선 폭로이자 고발이다. 동시에 치유와 해결의 방식을 독자들에게 묻는다. - 김양호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소설가) |
|
권영임 소설집은 21세기 성정체성 혼란의 시대에 ‘인간을 위한 성 평등’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해 주리라 본다.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글들은 우선 재밌다. 재미있으면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주인공의 삶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인간을, 주변 사람을,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제의식이 떠오른다.
소설집 중에서 어떤 작품이 특히 재밌는지, 어떤 작품이 생각을 자극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어떤 생각거리가 떠오른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사회적 맥락에서 곱씹어보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처음엔 미처 보지 못했던, 주인공의 행동을 지배하는 무의식, 주인공의 내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남자와 여자, 즉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 이 넓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 김성옥 (전 장안대학교 교수, 철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