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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요일마다 가는 곳
씨를 뿌리다 드디어 싹이 나오다 들꽃 찾기 대회 예쁜 벌레. 미운 벌레 도망 수확과 장마 밀림이 된 밭과 안 나오는 사람들 방학 다시 씨를 뿌리다 2. 여름 끝, 가을 시작 우리 집 베란다에 텃밭이 생기다 김장 '게임 대장'에서 '농부'로 3. 다시 처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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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진(nica924@yes24.com)
제4회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 기획부문 대상 수상작. 시멘트 냄새 가득한 아파트 촌에서 살고 있는 어진이네 가족이 집 가까운 데 있는 주말 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겪은 일과 맛본 감동을 적은 책이다. '씨 뿌리는 방법'에서부터 '모종하는 법', '고추 순지르기', '무 배추 갈무리법' 등 농사에 필요한 상식들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제목 그대로 일기 형식이라서 쉽고 재미있다.
또 『하느님의 눈물』과 『햇볕 따뜻한 집』에 그림을 그린 신혜원이 농삿일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오밀조밀 그려넣어 보기가 한결 편안하다. 특히 유리병과 젓가락을 가져와서 벌레를 잡아 밭에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알아내는 과정과, 다 잡초라고 알고 있던 들꽃들이 저마다 이름이 있고, 사람에게 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아가는 과정들이 재미있다. 그림에 만화처럼 말풍선이 들어있어 더욱 감칠 맛이 난다. 요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주인공인 어진이는 컴퓨터 게임 왕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놀이라곤 게임밖에 모르고, 주말에도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도시 아이이다. 어진이는 무당벌레니 괭이밥 같은 자연의 친구엔 애당초 관심조차 없다. 대신 시뮬레이션이니, 스타크래프트니 하는 게임용어와 훨씬 친하다. 그런 아이를 밖으로 불러낸 자연의 친구는 누구일까? 주말농장은 서울 근교에 신도시들이 생겨나면서 흙 냄새를 잊지 못하거나 아이들에게 흙을 밟게 해주고픈 이들이 다섯 평 안팎의 땅을 빌려서 서툰 솜씨로 밭을 갈고 씨를 뿌려 농사를 짓는 곳이다. 얼마나 많이 수확하느냐가 아니라 여리디여린 새싹이 딱딱한 땅을 비집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며 아이들이 흙의 소중함, 나아가 자연의 소중함을 알기를 바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일요일을 맞아 실컷 게임을 하려고 작정한 어진이는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주말농장에 간다. 처음에 어진이가 받은 느낌은 '꽈당'이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았지만'어진이네 밭'으로 이름 짓는 일에 재미를 느끼는 바람에 그러지도 못했다. 흙을 뒤집어 덩어리진 흙을 잘게 부수고 큰돌들을 골라내는 일부터 시작된 어진이의 '농부' 생활은 도망갈 궁리만 하던 처음 몇 주를 지나 한주 한주 지나면서 어느 새 진짜 농부의 마음을 닮아 간다. 연두색 새싹이 삐죽삐죽 솟아난 모습을 보며 잘 돌봐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자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농부 아저씨처럼 비옷을 걸치고 나가 넘어진 지줏대를 세우고 밑동을 흙으로 다져준다. 감자를 캘 때에도 뿌리가 다칠세라 조심하는 어진이의 손길이 바로 농부 아저씨의 애정어린 손길이 아니고 무엇일까? 장마비에 애써 키운 오이가 모두 물러서 다 뽑아야 했지만 어진이는 눈 질끈 감고 참아낸다. 하지만 애기똥풀, 냉이, 꽃마리, 쇠비름, 환삼덩굴, 괭이밥... 등, 주말농장에서 열린 '들꽃찾기 대회'에서 배운 풀들을 밭에서 모두 뽑아야 했을 때 어진이는 몹시 안타까워 한다. 이쯤 되면 어진이는 진정으로 자연의 친구랄 수 있지 않을까? 밭에서 막 딴 상추로 쌈을 싸 먹는 맛은 얼마나 좋으냐? 제아무리 채소가 싫다는 아이들도 제손으로 씨 뿌리고 땀 흘리며 풀 뽑고, 열심히 벌레 잡아 키운 채소는 달다며 잘 먹는다. 그뿐인가? 얼굴에 시커멓게 숯검댕을 칠한 채 호호 불며 먹는 구운 감자 맛은 또 얼마나 구수한지. 감자를 모닥불에 구워 먹는 재미란 안해 본 사람은 모른다. 어진이는 이제 어엿한 농부가 되었다. 게다가 주말농장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농사 지식을 모아 책까지 냈으니 내년 주말농장은 올해보다 훨씬 큰 수확의 즐거움을 맛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진이가 얻은 가장 값진 수확은 게임에서보다 자연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데 있다. 나아가 농부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고, 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채소들을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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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밭에서 나오는 채소도 많아졌다. 오이는 일주일에 적어도 예닐곱 개는 나온다. 사 먹는 오이보다 훨씬 아삭거리고 맛이 좋아서 따자마자 한 개씩 들고 먹는다. 누렇게 익을 때까지 놔두면 늙은 오이가 된다. 엄마가 반츤으로 해주는데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번주에는 가지가 많이 열려서 스무개나 땄다.
--- p.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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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둘째주.
장마가 끝나려는지 가끔 해가 쨍하고 비치는 날이 있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지난주에는 비 때문에 농장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걱정 반, 희망 반으로 밭으로 향했다. 농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모두 입이 딱 벌어졌다. 우리 밭이 어딘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풀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겨우 오이집만이 우리 밭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풀이 너무 자라서 뿌리까지 뽑아 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뿌리를 뽑아 내지 않으면 금방 또 자라기 때문에 꼭 호미로 뿌리째 캐내야 한다. 김매기를 어느 정도 해주니까 밭 모양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고추는 장마에 두 그루가 넘어져 죽었다. 그나마 아빠와 내가 비를 맞으며 세워 준 고추들은 제대로 서 있기는 했지만 힘이 없어 보였다. 토마토는 장마에도 많은 열매를 맺었고, 가지는 비 때문에 꽃이 떨어져서 그런지 두 개밖에 열리지 않았다. 감자는 밀림 속에서도 잘 자라 꽃을 피운 것도 있었다. --- p.5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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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아이들은 무얼 하며 놀까?" 하고 묻는다면 누구나 "컴퓨터 게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실 아파트와 자동차, 콘크리트로 가득한 인공의 섬에서 이것말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인공의 섬 안에서도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곳들이 있다. 흙냄새를 맡을 수 잇고, 분뇨 냄새가 물씬 나는 곳, 그곳이 바로 요즘 지역마다 시민회나 지역 단체에서 운영하는 주말 농장이다.
『어진이의 농장 일기』는 아스팔트와 아파트들로 가득한 도시에 사는 한 가족이 가까운 주말 농장에 나가 텃밭을 일구면서 맛보는 작은 기쁨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 그름을 그리고 글을 쓴 신혜원씨 가족의 생생한 경험담이기도 한데, 지역 시민회에서 운영하는 주말 가족 농장에 5년째 참여하고 잇는 신씨 가족의 첫해 농사 이야기를 작가의 오랜 작업 끝에 정감 어린 그림과 글로 탄생시켰다. 컴퓨터 게임이 최고일 수 밖에 없는 도시 아니 어진이는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밭에 끌려간다. 하지만 '어진이네 밭'이라는 작은 팻말을 단 자기 가족만의 밭이 생기고, 호미로 흙을 다지고, 난생처음 보는 작은 씨앗들을 심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한한 애정이 생겨나고, 채소를 잘 키워내기 위해 벌레도 잡아 주고, 풀도 뽑아 주면서 '컴퓨터 게임왕'에서 '농부'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에서는 그림이 내용을 이끌어 간다. 흙하고는 거리가 먼 요즘 아이들에게 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호미며 쇠갈퀴가 무엇인지 그림으로 보여주고, 자칫 소홀하기 쉬운 농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그림으로 친절하게 보여준다. 아이들 스스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씨 뿌리는 방법, 모종 시기, 솎음질, 가지치기 등 일년 동안의 농사 내용과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해준다. 농사거리도 배추, 상추, 오이, 감자 같이 날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느 채소들이다. 이 책을 보면 우리가 즐겨 먹는 채소들이 작은 씨앗에서 싹이 나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오랜 시간과 온갖 정성의 수확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배추씨는 어떻게 생겼으며, 시금치 싹은 며칠만에 나오는지, 감자꽃은 무슨 색이며, 고구마를 어떻게 캐내는지 알게 되는 것도 이 책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또한 밭을 일구면서 알게 되는 풀곷들의 이름이라든가, 벌레들의 생태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고, 무엇보다도 이웃들과 나누는 푸근한 정이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그림 속에 오롯이 들어 있다. 텍스트의 구성도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 아이가 쓴 것처럼 쉽고 간결한 문장에, 그림에 들어 있는 말풍선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농사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밭에 가고 싶어한다면 온 가족이 가까운 주말농장을 찾아가는 것을 어떨까? 집에 마당이 있다면 아이들 스스로 씨를 뿌려 식물이 날마다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면 어떨까? 그것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조그만 화분에 씨를 뿌려 식물 키우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흙을 만지고, 김 매주고, 벌레를 잡아 주면서 작은 씨앗에서 커다란 열매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컴퓨터 게임 말고도 재미있는 세상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큰 수확이 되라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