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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부아악에서의 이견
13 다시 처음처럼 14 인연의 사슬 15 남하(南下) 16 첫 번째 싸움 17 향비지를 사이에 두고 18 백제, 아, 백제 19 혼 인 20 낙랑국과의 영토 전쟁 21 예성강에 배를 띄우고 23 백제와 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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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겠소이다.”
고주몽은 소서노의 말을 금방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대왕께서 옛 단군 왕검이 다스렸던 저 너른 땅을 호령하는 황제가 되기를 바랐고, 나 또한 대왕이 일군 영화 속에 다음 세대 왕들이 나라의 역사를 이어가기 바랐소.” 고주몽은 비로소 소서노가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를 알아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인 기분 따위에 떠밀려 그런 말을 할 소서노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그녀는 유리의 태자 책봉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청망대에 올라 보내지 않았던가. 그토록 가깝게 두었던 을음이며 지기, 미노 같은 신하들조차 자주 만나는 일이 드물었다. 한데……. 역시 무서운 여인이었다. 치밀하고,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 여인. 그런 소서노가 패자의 몸으로 자신의 생명 같은 이 땅을 떠나겠다 말한 것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녀의 삶에서 최대의 결점일 것이었다. 자신에 대해 마음 허물고, 믿음 준 이것이. --- p.51 “우리가 백제를 세운 지 벌써 10년이 넘게 흘렀다고는 하나, 이제 또다시 이곳에 새 도읍을 정하려 하니 다시 새 나라를 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소서노가 온조를 가만히 바라봤다. 온조가 차마 더는 어머니 소서노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떨구었다. “온조야.” 소서노가 시선을 떨군 온조를 다정한 목소리로 불렀다. 다시 온조가 어머니를 바라봤다. “내 말 잘 듣거라. 백제의 새 도읍은 이곳 미추홀뿐이니라. 허나 너는 네가 원하는 대로 위례산에 가 자리를 잡거라.” 이번에는 소서노가 비류를 바라봤다. “비류는 백제의 대왕으로 이곳 미추홀에서 바다 건너 저 요동반도와 만주 대륙을 제패하도록 하라. 그리고 온조는 네가 정한 그곳에 가서 성을 쌓고 내륙을 통일하라.”--- p.29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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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본부여의 다섯 부족 중 하나인 계루부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북부여 금와왕의 박해를 피해 세 친구와 남하한 고주몽이다. 뛰어난 활솜씨를 가진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계루부의 공주 소서노는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한다. 비류라는 아들을 둔 과부로서 용기와 결단력을 갖춘 왕재로 평가받던 소서노는 그에게서 자신과 같은 꿈과 야망을 읽는다. 흩어진 부족들을 통합해 통일제국을 세우고 옛 단군조선의 영토를 회복하는 일. 그처럼 웅대한 꿈은 가졌으되 도망자 신세인 고주몽은 북부여에 아내와 아들이 있음을 숨기고 소서노와 결혼, 그녀의 정치적 기반과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세력을 키워간다.
소서노는 여러 전쟁에 그를 출정시켜 입지를 강화시키는 한편 자신의 것인 왕위마저 양보, 그를 통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첫 발판으로 삼는다. 그러나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권력의 속성 그대로, 태자 책봉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진다. 소서노가 장자인 비류를 태자에 책봉하고자 하는 데 비해 고주몽에게는 훗날 뒤를 잇게 하리라 약속한 아들 유리가 있었던 것이다. 갈수록 고주몽은 소서노의 강인한 성격과 그녀를 둘러싼 신하들의 세력에 부담을 느끼고, 소서노 역시 그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는 극심한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결국 모든 권력을 휘어잡은 고주몽은 약속을 깨고 유리를 태자에 책봉한다. 유리 측에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게 된 소서노는 따르는 신하와 두 아들, 많은 백성들을 이끌고 남하의 길에 오른다. 대방고지에 정착한 소서노는 비류를 왕으로 삼아 백제를 건립한다. 그러나 성품이 온화하고 바다를 통한 정벌을 꿈꾸는 비류와, 불 같은 성격에 대륙으로 향하려는 온조는 근본적으로 화합할 수 없는 차이를 지니고 있었다. (이하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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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측천무후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알아도 우리 역사의 여걸 소서노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리라. 남편과 부친의 후광으로 여제의 지위에 오른 측천무후와 엘리자베스에 비하면 고구려, 백제 두 나라를 세운 소서노가 역사 속에 철저하게 묻혀진 것은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여걸의 자취가 지워진 채 우리 역사는 주몽과 온조만 기록하고 있지만 소서노가 없었다면 주몽은 고구려를, 온조는 백제를 건국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여걸의 생애를 담은 역사소설 『소서노』는 진흙 속에서 캐낸 진주에 비유해도 좋을 것이다. 역사 사실을 날줄로 삼고, 개연성 있는 상상력을 씨줄로 삼아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전해주는 한편 일제 식민사학에 찌들어 축소되었던 우리 고대사의 광활한 무대를 충실히 재연하고 있다. 지식과 재미, 그리고 대륙을 말달리는 호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역사소설이다.
- 이덕일(역사평론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1999년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대륙을 꿈꾸는 여인』의 개정판이 『소서노』(부제 : 고구려를 세운 여인)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발행되었다. 최근 오녀산성을 비롯한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가 한층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과의 독도 분쟁에 이어 이제는 너무도 분명한 역사를 두고 다툼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된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 대응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소서노』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안고, 빛나는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된 소서노를 역사 속에 올바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고주몽과 유리왕 중심의 고구려사를 재정립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소서노라는 인물은 졸본부여의 5부족 중 하나인 계루부의 공주로서, 고조선 이래 뿔뿔이 나뉜 한민족 통일과 단군 시대의 고토 회복이라는 크나큰 야심을 가졌던 여인이다. 고주몽을 만날 당시 아들 비류를 둔 과부였던 그녀는 용기와 지혜, 뛰어난 정치적 카리스마로 아버지 연타발 왕의 뒤를 이을 왕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반면 이름조차 미미한 고주몽의 입지는, 그의 왕위 계승을 반대해 반역까지 일어날 만큼 형편없는 것이었다. 그 반대 세력을 설득하고 정적들을 제거해가며 고주몽을 졸본부여의 대왕으로 만든 소서노는 실질적으로 고구려 창업을 주도했으며, 훗날 온조와 비류 두 아들을 이끌고 백제와 십제를 창업했다. 이처럼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소서노다. 세계사에서도 드문 장대한 족적을 남기고도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소서노의 운명은 권력의 무상함과 냉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29세의 나이에 21세의 고주몽과 결혼, 함께 통일제국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바람과는 달리 권력의 속성은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철저하게 소서노를 속인 채 그녀의 힘을 이용해 왕위에 오른 고주몽의 배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두 아들을 이끌고 남하해 새로운 나라 백제를 세웠으나 불화 끝에 각기 백제와 십제의 왕으로 갈리고 만 두 아들 비류와 온조. 그녀의 비극은 어이없는 죽음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토록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역할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은 물론, 온 힘을 다 바쳐 세운 나라 고구려와 오녀산성마저 중국에 의해 중국의 역사, 유물로 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동명성왕 고주몽과 2대 유리왕으로 이어지는 고구려의 역사에서 철저히 은폐된 소서노를 역사의 전면으로 이끌어내고, 고대 삼국 창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또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에 맞춰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지켜낸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의의가 있다. 역사 교육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요즈음, 요동 지방까지 그 영토를 넓히며 번성했던 고구려의 시조로서 고주몽의 위상을 기억하는 것 못지않게 숨겨진 역사를 발굴하는 것 역시 의미 깊은 일이다. 비록 권력다툼에서 밀려 패자로 기록되었을망정 그녀는 그 오래전 누구보다 앞서 한민족의 통일과 대륙 정벌이라는 큰 꿈을 품고 매진했던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상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