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007 버섯 중독 - 021 우간균 - 035 간파균 - 057 기와무늬무당버섯 - 073 계종 - 089 송이 - 100 송로 - 111 곡숙균 - 121 호장균 - 133 대홍균 - 143 피조균 - 155 싸리버섯 - 173 곰보버섯 - 183 꾀꼬리버섯 - 193 내장균 - 207 노인두 - 219 냉균 - 233 망태버섯 - 255 영지 - 269 버섯 세계의 정수를 취하다 - 283 마발 - 321 충초 - 331 백삼 - 347 후기 - 357 찾아보기 -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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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榮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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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쓰는 미시생활사, 창조성의 지도형이상과 형이하 사이의 파란 버섯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윈난은 버섯 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송이버섯으로 유명하며, 한국에서 5시간이면 갈 수 있다. 버섯 철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윈난 사람들은 버섯 미식에 대한 열망으로 “버섯이 너무 먹고 싶어”라고 외친다. 이 열망은 단지 버섯의 맛과 향을 기억해내는 것을 뛰어넘어 버섯에 얽힌 얼굴과 장소들에 대한 향수로 채워진다. 가령 송이버섯 하면 전통 버섯 조리법에 능했던 친구부터 떠오르는 식이다. 그가 알려준 대로 토종닭을 푹 곤 육수에 송이를 얇게 썰어 넣는다. 현지 고추를 화로에 굽고 손으로 으깬 뒤 육수 한 국자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소스를 만든다. 야들야들하게 데친 송이를 소스에 찍어 먹으면 진한 열기가 몸 안에서부터 차오르며, 삶의 감각이 곤두선다. 요리의 근원과 관계의 역사는 뒤섞이고, 마치 균사체의 실타래처럼 버섯-사람-장소는 긴밀히 엮여 그 자체로 생활사의 틀을 닦는다.쿤밍현대미술관 관장이자 예술기획자인 저자는 색부터 형태까지 천차만별인 버섯들에서 삶의 창조성을 실현하는 윈난 출신의 예술가들을 발견한다. 가령 중국 현대 무용의 판도를 바꾼 무용가 양리핑, 2000여 권의 책에 세밀화를 그려 넣은 연구자 쩡샤오롄, 말 그대로 온몸을 바쳐 현대 예술계를 충격에 빠트린 행위예술가 아창 등 그들의 혁신은 불현듯 피어나는 버섯의 창조성을 닮았다. 저자는 버섯꾼이 긴 막대기로 낙엽 위를 훑으며 송이버섯의 기운을 감지하듯,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의 삶에서 우연성과 합리성을 포착한다. 버섯은 기억의 촉매이자 기록의 동력으로 작동하고, 그가 더듬어 도착한 곳에는 엉터리 버섯 요리로 가족들의 빈축을 샀던 아버지의 유머가 있으며, 손자의 얼굴을 한 번 더 보려고 맛있는 버섯 요리를 해주겠다며 꾀던 할머니의 돌봄이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추억과 희미했던 과거의 감각마저 버섯의 인력에 힘입어 되살아난다.버섯의 신비로움은 그 중독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윈난 산지의 버섯 중에는 흑우간균, 황우간균, 대홍균, 피조균 등 섭취해도 될 만큼의 약한 독성을 띤 버섯들이 더러 있다. 윈난에서 ‘버섯을 먹고 맛이 갔다’는 말은 조롱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버섯이 지닌 매력을 삶에서 자아내는 이들을 향한 존경과 부러움이 묻어 있다. 버섯의 독성으로 인해 버섯 미식은 일종의 모험이자 실험이 된다. ‘먹느냐 마느냐’라는 질문은 ‘죽느냐 사느냐’라는 심부의 질문을 건드린다. “윈난 사람 대부분은 설사 죽는다고 해도 먹겠다는 태도다. 까짓것 먹고 죽으면 그만이지, 생명이란 기껏해야 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 같은 게 아니던가.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감각하는 것이다.” 시인 위젠이 말했듯 버섯은 모종의 형이하에서 형이상을 이끌어낸다. 즉 버섯 미식은 단지 식문화로서의 지위를 웃돌며 그보다 더 본질적이고 정신적인 매개로서 작용한다. 가령 견수청의 푸른색은 의미심장하다. 예술작품에서 아득한 지평선을 채우는 파랑을 떠올려보면, 그건 손에 잡히지 않는 갈망을 덧칠하는 색, 멜랑콜리의 색이다. 버섯을 먹는 복이란 “대지가 응원하는 신체의 모험이자 부정확한 정신적 사건”이며, 다시 말해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황홀경이다.기와무늬무당버섯, 송이, 송로, 싸리버섯, 곰보버섯, 꾀꼬리버섯, 망태버섯, 영지, 충초, 백 삼……. 어떤 버섯은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를지 모르고, 어떤 버섯은 지난 산행에서 나도 모르는 새 스쳐 지났을지 모른다. 윈난 사람들은 버섯을 볶고 데치고 끓이고 튀기며 갖은 방법을 동원해 최적의 조리법을 연구한다. 미식의 길은 열려 있고 어느 길도 틀리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데에도 정해진 방법은 없다. 버섯은 커다란 비유다. 창발하는 생명력, 신비로운 우연, 기분과 맛을 돋우는 감각, 과거를 불러오는 향수. 문득 이 같은 존재가 삶에 출현할 때, 그 모두를 버섯 같은 일이라고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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