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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몽헌 회장, 충신과 결별하다
1. “가신을 자르시죠” 2. 가신과 갈등은 깊어만 가고…… 3. 또 다시 곤경에 빠진 몽헌 회장 제8부 명예회장과 현대건설의 종언 1. 봄날의 비보 2. 현대건설의 영욕 3. 현대건설 몰락의 원인 4. 창업자의 죽음 5. 몽헌 회장의 재기 노력 제9부 두 형제를 정조준하다 1. 이익치 회장과 3형제 2. 몽준 의원 킬러 3. 거센 정칙 폭풍 4. 특명 : “김충식을 찾아라” 5. 운명을 바꾼 남북정상회담 6. 정몽헌 vs 이익치, 20년의 애증 7. 이익치 회장의 변론 제10부 황태자의 자살 1. 이익치 회장과 새벽 통화 2. 몽헌 회장의 마지막 날 3. 몽헌 회장의 유서 4. 몇 가지 의혹들 제11부 현정은 회장 시대 1. 후 폭풍 : 삼촌의 난 2. “상속 포기하고 빚잔치해라” 3. 정통성을 확보하라! 4. 미스터리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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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의 비밀
“가신 인사가 나만 볼 수 있도록 서류봉투 하나를 보냈다. …… 유령회사에 돈을 준다 는 내용이다. 그런데 금액란이 가관이었다. ‘괄호( )’로 남겨둬 얼마를 요구하는지조 차 알 수 없었다. …… 며칠 뒤 몽헌 회장이 전화를 했다. …… ‘회장님. 그 돈 어디다 쓰실 건데요’라고 물었다. 그는 언성을 높이며 ‘자네가 그건 알아서 뭐해!’라고 했다. 난 몽헌 회장과 운명을 같이 했다. 그런데 이젠 떠날 때가 됐구나 생각했다.” --- 김충식 사장(p.22) “2억 달러를 급히 정부 용도로 써야 한다. 정부에 빌려주는 돈이다. 대통령이 북한에 가는데 이거 안 하면 안 된다. 현대상선에서 꼭 도와줘야 한다. …… 청와대에서 산업 은행에 조치를 다 취했으니 거기에 가면 달라는 대로 다 줄 거다. 이근영 산업은행 총 재를 만나라. 현대상선의 이름만 빌리는 것이다.” --- 이익치 회장(p.195) ‘삼촌의 난’ “KCC 측은 몽헌 회장의 담보를 100억 원에 맞추라고 종용했다. 20억 원짜리 담보를 더 세우라는 요구였다. …… 그러자 몽헌 회장은 자신의 집이 20억 원짜리는 된다고 말을 꺼냈다. 몽헌 회장은 다소 씁쓸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해주라고 했다.” --- 현기춘 전무(p.304) “조카 상중에 유가족에게 서둘러 상속을 포기하도록 권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오해다. 상중에 굳이 이런 논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은 90일 이내에 유산 상속 여부를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 정상영 (명예)회장(p.312)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세조가 생각났어요. 정상영 (명예)회장은 세조처럼 조카를 죽 이지는 않았지만, 조카가 사망한 틈을 타 왕권(경영권)을 찬탈하려는 것 아닙니까.” --- 현정은 회장 측 인사(p.318) “정상영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집은 명분이 없다. 솔직히 따진다면 KCC는 현 대그룹이 다 도와줘서 큰 회사다. 몽헌 회장도 정상영 회장을 생전에 많이 도와준 것 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2조 원밖에 안 되는 회사가 10조 원이나 되는 조카 회사를 통째로, 그것도 헐값에 가져가겠다는 속셈을 보여서 되겠는가.” --- 최용묵 사장(p.3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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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5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날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 이날과 관련된 그 어느 것도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힌트만 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구나 이 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날이다. 그는 이날 새벽 3시경 현대그룹 사옥 12층에서 자신을 던져버렸다. 적잖은 사람이 그 소식을 접한 날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기억한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사건이었다.
그 후 1년 6개월. 아직도 그 사건은 베일에 가려 있다. 그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과연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아직은 아무도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도 말이다. 누군가 그 답을 줄 수는 없을까? 누군가 화끈하게 베일을 걷어치우고 속 시원히 그 안을 보여 줄 수는 없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국민은 한 개인의 비극 뒤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은밀한 비밀과 함께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기업비리와 정경유착의 음습함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일은 역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현대사에서 의혹과 불신으로 가득 찼던 지도층 인사의 죽음이 속 시원히 밝혀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정몽헌 회장의 죽음 뒤를 덮고 있던 베일이 걷어진다면 이는 사회 지도층 인사의 죽음 뒤를 볼 수 있게 되는 거의 유일한 사례가 될 것이다. 과연 누가 그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김시래 중앙일보 기자는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인물일 것이다. 2000년 1월 1일 현대그룹 출입을 시작한 그는 무려 5년 가까이 그룹을 취재하며 현대그룹의 격동기를 누구보다 근접한 거리에서 보고 쓰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 기자가 출입처를 5년이나 다녔다는 것은 대단히 예외적인 것이다. 어떤 기관이든 길어야 1~2년 출입이 보통인 것이 언론사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에 회오리가 몰아쳤던 5년 동안 현대그룹을 출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그는 단순히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를 쓰거나 공식 인터뷰에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故 정주영 회장의 사택 관리인이나 전속 이발사까지 만났다. 대북 송금의 키를 쥐고 있는 김충식 사장을 만나기 위해 미국까지 가 은둔 중이던 그를 찾아내 만난 것은 '현대사태' 보도의 절정이었다. 그가 마침내 5년 취재 파일을 열었다. 이번 신간 『“나는 박수 받을 줄 알았다”(상?하)』에는 그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모두 담겨 있다. 상권을 보자. 그는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현대사태 전반을 추적하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다섯 차례에 걸친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골자다. 정주영 명예회장을 정점으로 세 아들인 정몽헌 회장, 정몽구 회장, 정몽준 의원의 이야기가, 때로는 소설처럼, 때로는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권은 이른바 ‘가신의 난’을 다뤘다. 대북사업을 둘러싼 의견충돌이 핵심으로, 정몽헌 회장을 둘러싼 전문 경영인들 간 갈등이 주축이다. 2002년 대선에서 이익치 회장이 왜 그토록 정몽준 후보의 앞길을 가로막았는지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또 책 말미에서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 후 미망인인 현정은 회장과 시삼촌인 정상영 명예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도 밝혀져 있다. 김시래 기자 덕에 우리는 비로소 왜 정몽헌 회장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김 기자는 그 죽음의 원인을 현대그룹의 왕좌 쟁탈전과 당시 권력기관과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정몽헌 회장의 죽음과 관련된 베일이 어느 정도는 벗겨진 셈이다. 이 책에는 비단 정몽헌 회장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그룹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정주영 ‘왕회장’은 왜 대권을 5남인 몽헌 회장에게 승계했을까? 정몽구 회장은 왜 ‘왕자의 난’에서 패했을까? 정몽헌 회장은 왜 형 회사인 현대자동차를 넘봤을까? 현대그룹과 DJ정권 핵심 인사들과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금강산 관광사업은 왜 적자일 수밖에 없었을까? 김충식 사장은 왜 퇴진할 수밖에 없었을까? 김시래 기자는 이 같은 세간의 의문에도 상당한 답을 준다. 『“나는 박수 받을 줄 알았다”』는 우리나라 현대사가 안고 있는 우울한 그늘에 투명한 햇빛을 비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