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천국의 아버지에게
울보 형 열일곱 살의 임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 연인의 비밀 당신과는 이제 만나지 않을 거예요 제발 날 만나 줘! 정직이 최고 죽으면 절대 안 돼! 영원한 이별 사랑의 기적 |
정난진의 다른 상품
|
머리 위쪽으로 저 멀리 아득히 먼 해면에서 빛줄기가 엷게 비쳐 들어온다. 초여름의 이즈반도(伊豆半島) 바다에서 시노다 나쓰오(篠田夏生)는 수중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었다. 몸빛이 아주 선명한 바다갈매기, 마치 벚꽃이 난무하는 듯한 참돔 떼. 나쓰오는 지금도 처음 바다에 잠수했을 때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 다이빙의 포로가 된 나쓰오에게는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꿈이 있었다.
1951년 여름, 일본 최초의 잠수정인 구로시오호가 쓰가루(津輕) 해협에 모습을 드러냈다. 창을 통해 서치라이트로 암흑 속에 가라앉아 있는 바다를 비추자 비단모자 같은 대형 입자가 보였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눈[雪]과 같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쓰오는 몇 천 미터나 되는 깊은 바다 밑에 직접 내려가 새하얀 여름눈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빠! 얼른 일어나!“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치카(知佳)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온다. 주오선(中央線) 연선(沿線)의 역 앞에 줄지어 늘어선 상점가에서 약간 옆으로 외진 곳에 있는 시노다(篠田) 사이클 가게 바로 옆에 거실이 있고 부엌과 작은 툇마루, 좁은 뜰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2층에는 세 남매의 방이 있다.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게는 깨끗했지만, 아주 오래된 목조 가옥이 시노다의 집, 이들 남매의 생활 공간이다. “몇 시인지 알아? 매일 아침마다 오빠들 깨우느라 내가 이게 무슨 고생이냐구!“ 아침 준비를 하면서 치카는 천장을 향해 잔뜩 부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빠아!“ “왜 이렇게 귀찮게 구냐, 넌?“ 언제 내려왔는지 나쓰오가 뒤에 와서는 크게 하품을 했다. 나쓰오는 세수를 마치고 불단 앞에 앉았다. 매일 아침 하는 일과이다. “오늘 하루도 우리 세 남매, 건강하게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 부모님의 사진을 향해 나쓰오는 공손히 합장했다. 일에만 치여 사시던 부모님은 나쓰오가 고3이었을 때 난생처음 두 분이서 떠난 온천 여행길에서 버스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오늘도 정어리 구이냐?“ 식탁을 보며 나쓰오는 치카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어쩔 수 없잖아! 가게를 새로 꾸미느라 빚을 잔뜩 지고 있는 마당에.“ “빚을 잔뜩 지고 있어서라고?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알고 있어.“ “알고 있으면 잠자코 밥이나 먹어.“ “아, 네에, 자알 먹겠습니다.“ 또랑또랑한 눈망울과 귀여운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게 약간 드센 성격인 치카는 사실 나쓰오와는 좋은 콤비이다. 이미 밥을 먹고 있는 동생 준(純)은 고3 수험생. 키가 크고 얼굴도 아주 잘생겼다. “야, 넌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 같던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 건강을 해치면 아무 의미 없다는 거 알지?“ 하지만 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젓가락만 옮기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이름을 불렀지만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식탁을 콩콩 두드리자 그제야 고개를 든 준에게 나쓰오는 ‘귀’ 하고 자신의 귀를 가리켜 보였다. 준은 싱긋 웃고는 빈 병에 조개껍데기와 함께 놓아둔 보청기를 꺼내 오른쪽 귀에 꽂았다. “신경 좀 써라. 보청기 없이는 아무 소리도 못 들으면서. 그런 상태로 밖에 나가면 얼마나 위험한 줄 알아? 무엇보다 자동차에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까지. 갑자기 뒤에서 누가 밀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준은 보청기에 전적으로 의지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읽어낼 줄도 안다. 그래서 시노다 집안에서는 나쓰오와 치카가 나란히 앉고, 그 맞은편에 준이 앉는 좌석 배치가 암암리에 정해져 있었다. “또 시작이군, 오빠의 노파심 섞인 잔소리.“ 하고 말하는 치카. “이봐, 아우! 걱정을 해줘도 문제야?“ “걱정 붙들어 매. 준 오빠는 귀가 잘 안 들려도 사고 같은 건 당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까지 괜찮았다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보장 있어? 아버지도 엄마도 백 살까지 문제없다고 큰소리치셨어. 사고로 그렇게 어이없이 돌아가신 것 보고도 그래? 인간은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존재라구.“ “준 오빠가 알아서 조심할 거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네 살 때 청력을 거의 잃어버린 준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어눌하게라도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준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래, 맘대로 해. 만약 너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천국에 계신 아버지께 난 뭐라고 말하면 좋으냐구!“ 매번 똑같은 형의 잔소리에 마음속으로는 고소를 금치 못하면서도 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 특히 자동차를 조심하라구!“ “알았다니까!“ 나쓰오는 준과 치카를 학교에 보낸 뒤 수건을 머리에 질끈 동여매고 가게 문을 열 준비를 했다. 희미한 기름 냄새.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게 안에는 여러 종류의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어른용, 어린이용, 새 자전거부터 아직 수리 중인 헌 자전거까지. 나쓰오는 아버지가 남겨주고 가신 이 일이 정말 마음에 든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