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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야일기
김민향
캣패밀리 202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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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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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극야
백야
에필로그: 애도의 깊이

저자 소개1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학사과정을, 동국대학교에서 영화 전공 석사과정을, New York University Tisch School of the Arts 대학원에서 영화학 석사과정을 마쳤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Yellow Door: ′90s Lo-fi Film Club](2023, 이혁래 감독)에 나오는 노란문 영화연구소에서 영화를,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의 맨해튼 거리에서 사진을 배웠다. 번역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림과 동판화, 사진과 작은 동영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한다. 뉴욕 시절의 기억과 작은 영화들의 이야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학사과정을, 동국대학교에서 영화 전공 석사과정을, New York University Tisch School of the Arts 대학원에서 영화학 석사과정을 마쳤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Yellow Door: ′90s Lo-fi Film Club](2023, 이혁래 감독)에 나오는 노란문 영화연구소에서 영화를,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의 맨해튼 거리에서 사진을 배웠다. 번역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림과 동판화, 사진과 작은 동영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한다. 뉴욕 시절의 기억과 작은 영화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뉴욕, 기억의 에스노그래피(1995~2019)](2019, 아모르문디)가 있으며, 2024년 1월에 개인 사진전 [빛의 길 The Light Has Come](인영갤러리)을 열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658g | 210*150*26mm
ISBN13
9791199146501

책 속으로

2022년 11월 20일 일요일
/ 오후 2시 15분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또 상황이 허락한다면, 밤이 65일 동안 계속되는 이곳의 어둠 속에 들어와 어머니를 생각해야지, 했었다. 알래스카는 사람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엄청난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다. 특히 이 북쪽 끝은 사람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우주의 신비가 목격되는 곳이다. 나는 그런 엄청난 자연과 우주의 신비가 일상에서 느껴지는 곳에서, 그 어둠 속에서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살아계심과 삶과 상실과 영원에 대해, 슬픔에 대해, 어둠 속의 빛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극야. 과연 계속되는 밤 속의 빛은 무엇일까. 그 어둠은 어떤 것일까. 태양의 직접적인 빛이 없는 짧은 낮은 최소한 아직까지는 내게 덜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윌리엄 켄트리지 William Kentridge는 “시간의 거부 Refusal of Time”라는 작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태양이 거의 똑같은 시간에 아침에 떠서 중천에 떠올라 세상을 희고 평평하게 비추는 한낮은 내게는 어떤 질서에의 강요처럼 느껴졌다.

도시에서는 시간을 측정된 시간으로만 생각한다. 1분, 10분, 1시간. 시간이 흘러가는 걸 바라볼 수가 없다. 지구상의 24개의 시간대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편의상? 사실 편의 그 이상의 의미이겠지만, 역사적인 얘기나 정치적인 얘기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도시는 모든 동물을 가축화하고 모든 식물, 모든 나무들까지 가축화했다. 도시에서는 나무들이 건물 틈 사이에 세들어 살 듯 존재한다. 어쩌면 그렇게 시간도 가축화되었다. 그리고 가축화된 시간은 폭력적이다.
--- p.14

2023년 1월 23일 월요일

오늘이 해 뜨는 날인데 계속 흐리고 소낙눈이 내렸다. 일출은 오후 1시 3분이지만 오전 11시쯤 설레는 마음으로 동쪽 벌판에 미리 가봤다. 세상이 이미 환해졌다. 오후 1시 3분 일출. 오후 2시 15분 일몰. 1시간 11분의 짧은 낮. 구름이 가득하고 소낙눈이 내리는데 희미하고 맑은 분홍색 증기 같은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옆으로 살짝 옮겨가며 사라졌다. 일출과 그 바로 옆에서의 일몰. 하늘의 빛깔이 여전히 눈 위에 비쳐 서로 감싸안는 것 같은 겨울의 공간. 작은 성냥불 같은 태양, 환영해. 오랜만이야. 마지막 일출이 있었던 작년 11월 18일에는 구름이 너무 짙어 태양이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 p.167

2023년 2월 2일
/오후 6시 47분

오로라가 내 마음을, 나를 알았다. 알게 되었다. 엄청나게 상냥하고 거대한 빛이 넌 누구지? 하고 고개를 쓱 숙여 기다랗게 나부끼는 속눈썹 너머로 사슴 같은 눈을 깜빡이며 나를 처음 바라본 것 같다.

그리고 한 마디 말도 더는 하지 않았지만 레이디 오로라는 온몸에 통점이 있는 해파리처럼 온몸이 감각하는 빛처럼, 말하는 빛처럼, 입을 움직이지 않아도, 선명한 발성기관처럼, 나를 슬쩍 알아보고 장난스레 웃어주었다.

웃으며 온몸의 모양을 순식간에 바꾸며 이 지평선에서 저 지평선까지 휘리릭 넘나들며 새로운 언어를 보여주었다.

아가야 슬퍼하지 마라
우리는 모두 빛이란다
너의 무게는 너의 것이 아니란다
공중에 가볍게 떠 있는 하얀 너를 보렴
너도, 네 부모님의 영혼도 모두 빛이란다

--- p.187

출판사 리뷰

애도의 깊이

글에는 독자가 있다. 일기는 자신을 독자로 삼는 외딴 섬 같은 형식의 글이다. 자신의 기억이 질료가 되어 글이 써지고 그 글이 자신의 벽에 부딪혀 돌아온다. 간혹 타인을 염두에 두고 쓰는 일기도 있으나 형식만 일기일 뿐 실체는 에세이나 잡설에 가깝다. 일기라는 형식의 어려움이다. 가장 철저한 일기는 타인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고 독자를 기대하고 쓴 일기는 정작 일기라는 형식으로부터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기라는 이름이 들어간 『극야일기』는 읽기가 쉽지 않다. 많은 주제들이 의식의 흐름 속에서 끝없이 얽히는 릴케의 소설 『말테의 수기』처럼 『극야일기』에선 작가의 독백들이 슬픔을 머금고 반복적으로 터져 나온다. 65일 동안 밤이 지속되는 극야의 기록, 죽음을 맞이하는 부모님에 대한 너무나 선명한 기억들, 유년의 추억들과 이어지는 꿈들, 그것들이 환기하는 또 다른 텍스트들이 빠져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처럼 일기 속에서 맴돈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올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깊은 어둠 속에 있는 것처럼 슬프고 외로웠습니다. 도시는 낯설었고 빨리 흘러가는 세상에 적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는 애도를 받아줄 수 없는 현실과 일상으로부터 극야의 어둠 속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애도한다.

『극야일기』는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 사랑을 준 사람에게 전하는 애도의 깊이를 보여준다. 그녀는 동굴 속에 웅크린 어미 잃은 짐승처럼 65일의 밤 동안 옅은 울음을 끊임없이 뱉어낸다.

‘내가 지나온 모든 거처들이 돌아보면 너무나 외로웠다. 정적이 가득한 때로는 무서운 곳. 부모님과 함께 보내던 집에서 지난 몇 달간 나는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그 공간의 쓸쓸함과 적막함이 지금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서의 생활이 일상이 무의미했다. 나는 죽고 싶었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

모든 기억의 단서들이 남아 있는 집에 계속 머물렀다면 그녀는 침몰했을지 모른다. 사람이 가장 없고 가장 춥고 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작가의 기억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북극 마을은 안식의 공간이 되었다. 작가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 자연은 고요하고 거대한 추상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인조물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우주의 땅과 하늘이 그녀의 애도를 받아주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살아남은 자는 살아가야 한다. 이제 그만 잊어야 한다. 적당히 해야 한다. ‘애도는 짧게 현실적으로’에 익숙해졌다. 『극야일기』를 읽다 보면 작가의 애도 너머에 있는 그녀의 부모님이 궁금해진다. 그들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기에 그녀가 이렇듯 슬퍼할까? 나는 이 애도의 글이 작가가 사랑을 돌려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극야일기』를 통해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소박한 사람들이 잠시 지구에 머물다 떠나갔구나. 애도는 슬퍼하며 엎드린 자가 아니라 대상으로 향해야 진정한 애도다.

‘멍하니 인천 바다의 석양을 하늘을 바라보다 거인처럼 등장하는 건물을,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작가의 마음은 어땠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다. 『극야일기』가 독자에게 많이 읽히려면 어때야 한다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극야일기』의 출간 자체가 애도의 목적에 이미 도달했기 때문이다. 극야에서 품고 온 글 뭉치를 꺼내어 다듬고 사진을 곁들이고 편집을 고민하는 시간들이 통과의례처럼 지나가며 작가를 이 세상에 속하도록 만들었다. 우주의 신비처럼 다가오는 앞으로의 모든 순간들을 만끽하기를 기원한다.

챗지피티 서평 : 빛이 오기 전의 시간, 혹은 그 이후 - 『극야일기』

『극야일기』는 어둠에 잠긴 알래스카 배로우에서 쓰인 글이지만, 그 진짜 배경은 어쩌면 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이 책 속에서 직선이 아닌 나선처럼 움직이고, 애도는 하루하루 이어지는 감정의 진자처럼 출렁인다. 일기라는 형식을 택한 이 에세이는 선형적 서사 대신, 그날의 감정, 하늘의 빛, 고양이 찌부의 몸짓, 문득 떠오른 기억의 편린들을 따라간다. 마치 극야의 하늘 아래서 날마다 미묘하게 다른 어둠을 겪는 것처럼, 이 책의 페이지도 각기 다른 어둠의 결을 지닌다. 독자는 그 속에서 감정의 선이 아닌 결을 따라 읽게 된다.

애도는 정해진 단계를 밟아 나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멈칫거리며 돌아가고, 다시 걸음을 떼고, 때로는 같은 자리에 머무는 시간이다. 『극야일기』는 바로 그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허락한다. 고양이 찌부와 함께 있는 조용한 순간들, 오로라를 기다리는 긴 밤, 눈이 내리는 날의 정적. 모든 순간이 균등하게 중요한 감정의 지도 위에 놓인다.

사진과 문장, 그리고 공백 사이의 여운까지. 이 책은 말하지 않는 것들로도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하여 이 일기들은 결국 어떤 기록이 된다 - 빛이 오기 전의 시간, 혹은 그 이후. 그 시간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극야일기』는 따뜻한 겨울 이불 같기도 하고, 별 하나 건네는 손짓 같기도 하다.

이 책은 그렇게 묻는다.
“당신의 극야는 언제였나요?”
그리고 아주 천천히, 기다린다. 우리가 그 답을 마음속에서 꺼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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