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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공동체community 이야기
공동체가 무너진 이후의 개인은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인이다 · 17 공동체의 해체: 서로로부터 자유로워지다 · 23 집단주의와 전체주의는 혁신을 방해하고 개인의 인격을 파괴한다 · 26 장소와 관계에서 분리된 개인의 고립과 외로움은 전체주의를 탄생시키는 배경 · 31 연대는 일방적인 개념이 아니라 호혜적인 개념으로 서로 책임을 진다는 것 · 34 타인들 간의 연대를 통한 연결망의 확장, 신뢰 · 36 도시공원은 옛 정자나무 그늘 아래처럼 연대의식이라는 싹을 틔울 수 있는 곳 · 40 국가·시장·공동체의 상호관계 · 42 상상 속의 거대 공동체보다 서로를 잘 아는 소집단 공동체의 친밀성 · 48 공동체가 해체될수록 국가의 역할은 커진다 · 50 중세의 촌락공동체 vs. 오늘날의 마을 공동체와 도시 공동체 · 54 마을공동체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현재 진행 중 · 60 공동체의 난제들 · 68 2장 도시 이야기 도시의 탄생 · 75 두 개의 도시: 순혈주의 아테네와 로마의 개방성 · 78 근대 도시는 ‘자유’로부터 탄생하였다 · 82 시민citizen은 무엇인가 · 83 19세기의 도시풍경 · 85 도시의 팽창 · 88 도시로 도시로 몰려드는 이유 · 89 도시와 국가 간의 관계 · 93 홍콩의 현재 · 94 다시 국가가 사라지고 도시 네트워크로 대체될까 ·97 도시 공동체의 필요성 · 100 아래로부터의 연대에 기한 시민 연대주의 · 101 느슨한 연대 · 103 장밋빛 관계의 경제 · 105 관계 위주의 기업 · 107 미래의 도시 · 109 3장 시민공동체와 도시공원 그리스 도시국가에서의 시민공동체 · 115 로마에서의 시민공동체 · 117 도시 안전과 공동체 · 119 마그나카르타 · 120 마그나카르타와 삼림헌장 · 126 아직도 살아 있는 법, 마그나카르타와 삼림헌장 · 134 중세의 숲 · 136 숲 공동체 · 138 공원의 연원, 커먼즈commons · 141 커먼즈commons의 권리성 · 148 남의 땅이라도 배회할 수 있는 자연 통행권right to roam · 151 커먼즈의 쇠퇴 · 152 우리나라 역사 속의 커먼즈 · 157 커먼즈와 여성 · 159 커먼즈의 회복 · 161 도시 숲 · 164 인접성(물리적 장소)과 도시 · 165 도시공원 · 171 개인의 정원을 도시공원으로 가져온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 · 174 도시공원은 사소유권이 미치지 않는 공공재이다 · 175 모든 세대가 어울리며 고독을 해소하는 곳 · 178 동료 시민을 만나는 곳 · 180 나무, 미니 에어컨 · 181 아프리카 국가 보츠와나, 장소에서의 어울림으로 부족주의를 극복하다 · 184 공동체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장소, 공원 · 188 도시공동체의 오프라인off line 참여 장소 · 192 코로나19와 도시의 녹지 · 198 공원은 사회를 바꾼다 ·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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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에도, 고대에도, 사람들은 정착하게 되면서부터 집단적인 거주 부락이자 일종의 도시인 촌락을 이루고 살았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 위계와 권력구조도 생기지만, 서로에게 의지하고 협력하는 협동의 정신도 생긴다. 그 협동의 모습은 중세 촌락에서의 커먼즈commons의 형태에 잘 드러나 있다. 현대에도 도시는 융성한다. 사람이든 자본이든 자동차든 도시는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한다. 집중되어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 도시의 승리이다. 바야흐로 도시의 시대인 것이다.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모여들고, 거주하거나 일하는 장소는 마천루가 되어 하늘 높이 치솟는다. 도시의 부동산가격은 모여 드는 사람으로 인한 만성적인 수요 초과와 공급 부족으로 하늘 높이 치솟는다. 이러한 도시에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심을 수 있는 내 땅은 한 뼘의 크기조차 소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제 그런 땅은 사치재(奢侈財)이다. 회색 콘크리트와 번쩍이는 유리 건물들 사이에서 도시의 시민들은 어디서 숨을 쉬고 초록색을 볼 수 있단 말인가?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가 말한 “생활의 빛나는 나무, 초록”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도시의 공원에 있다. 공원은 공공재(公共財)이자 공유재(公有財)이고 또 다른 의미의 공유재(共有財)이기도하다. 사적 소유권의 그립grip에서 벗어나 우리가 유일하게 숨 쉬고 거닐 수 있는 곳, 초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서양 역사에서 공원의 뿌리를 역사적으로 되돌아가면 도달하는 지점은 마그나카르타와 여기에 덧붙인 삼림헌장이다. 삼림헌장에서 숲은 커먼즈commons의 한 형태로서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누려온 공공재임을 선언한다. 이뿐만 아니라 멀리는 근대 법학의 기원으로 삼고 있는 로마법에까지 도달한다. 로마법이 존재하던 시기는 약 2000여 년 전이다. 고대 로마법조차도 바다에 대하여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res nullius 커먼즈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근대 법학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사적 소유권 관념이 중심에 자리잡은 것은 불과 200여 년 전이다. 이와 같이 수천 년 동안 법학에서 뚜렷이 자리 잡고 있던 공공재였던 커먼즈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역사의 유물로만 존재하는 실정이다. 영국의 경우, 공유지인 커먼즈commons에 대한 논의나 법적 개념의 정립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1215년 제정된 마그나카르타와 삼림헌장은 대표적인 커먼즈인 숲에 대하여 공유권을 선언하고 관습적 사용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클로저 운동 등으로 숲에 의·식·주를 기대어살던 삶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아 도시로 쫓겨난 사람들은 임금 노동자들이 되었고, 이들은 공유지이자 커먼즈를 개발한 “도시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떠나왔던 숲에 대한 향수를 충족시킬 수밖에 없었다. 1907년 영국에서 노동계층 아이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자 보이스카우트 운동이 일어나는데, 이들의 활동과 의식은 숲과 맞닿아 있다. 정글과 같은 깊은 밀림은 아니더라도, 숲에서 가축을 방목하며 숲의 산물에 의, 식, 주를 기대었던 인 류의 관습과 전통은 선험적인 것이다. 숲과 이를 축소한 형태인 도시의 「공원」은, 선사시대 인류의 조상들로부터 면면히 새겨 내려온 숲 생활에 대한 무의식적 동경을 충족시키는 곳이다. 아마도 산림이나 숲은 커먼즈(공유지)로 자리 매김하기 이전에도 ‘모두의 것’이었고 ‘빛나는 낙원’이었을지도 모른다. 도시 숲은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이나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러한 도시 숲은 치솟는 지가로 인하여 사적 소유권이 미치지 않는 국공유지에서만 공원으로 조성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유사 이래로 인류는 가족, 지역과 같은 소규모 공동체community의 현실세계에서 상호 작용하면서 진화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전통적인 진화방식에서 벗어나 SNS나 온라인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상호 작용하는 방식으로 가고있다.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는 인류의 진화에 꼭 필요한 신체적 접촉 경험과 사회적 교류 경험을 앗아간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주의와 물질 우선주의가 풍미하고 산업화·도시화·세계화 추세로 인하여, 기존의 혈연, 지연, 종교 등을 매개로 한 소규모 공동체들은 점점 쇠퇴해 가고 있고 오늘날은 기력을 다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소속감과 연대의식이 사라졌고 그 빈자리는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표방하고 있는 강화된 국가권력 - 그것이 행정권력이든, 입법권력이든, 사법권력이든 - 이 채우고 있다. 근대에 이르러 공동체는 후진적 존재라는 누명을 쓰고 파괴되어야할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공동체의 몰락과 더불어 개인주의와 강력한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도시공원이라는 장소적 연결점은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모이고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네트워킹할 수 있는곳이다. 온라인상의 상호 교류에만 익숙한 현대인에게 인류의 진화에 필수적인 전통적인 방식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실재(實在)’의 장소로서 공동체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역사로 다시 되돌아가 당시 존재하였던 관습적인 권리 -커먼즈(공유권), 관습적인 사용권 등을 상기하고 이를 현재에 되살릴 필요가 있다. 그 되살림의 장소는 그나마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도시공원일 터이다. 이곳에서 파편화된 도시민들은 연대를 통해 연결망을 확장하고 시민공동체를 재구축할 수 있다. 공원은 사회를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