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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을 펴내며: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 1. 이야기의 출발점 이야기를 좋아하면 잘산다 말들, 말들, 말들 동굴, 이야기의 시작점 동굴 속에는 박쥐가 산다 재탄생의 공간 어둠에서 빛으로 빛의 예술로서의 영화 빛의 소중함에 대하여 고래의 뱃속에서 이야기는 엉망진창 바리공주의 네버엔딩 스토리 이야기는 상처에서 비롯된다 시작과 끝 「햄릿」의 서사 읽기 무엇에서 어떻게로 2. 이야기를 둘로 나누기 창조신화 속의 이분법 한국의 창세신화 디지털 신호로서의 이오(IO) 이분법의 힘 삶과 죽음, 여름과 겨울 현실 원칙과 쾌락 원칙 아담과 이브 남성과 여성 프로메테우스와 노구할미 아니마, 아니무스 선녀와 나무꾼 남성과 여성: 잃어버린 반쪽 찾기 미녀와 짐승남 채식주의자의 선택 동물성과 식물성 이분법의 끝판왕 발언과 침묵 시각과 청각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 쫓는 자와 쫓기는 자 형과 동생의 경쟁 관계 형과 동생의 삼각관계 승리자와 패배자 상승하는 것, 하강하는 것 가짜와 진짜 비극과 희극의 차이 비극과 희극의 혼종 스타일 분리와 스타일 융합 바다와 하늘의 대립 입력 장치와 출력 장치의 중심: 「스타워즈」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하여 3. 이야기를 셋으로 나누기 숫자 3을 공부하는 이유 ‘3의 법칙’의 다섯 가지 유형 시작, 중간, 끝의 세 단계 두 번 실패한 다음에 성공하라 『삼국지』의 천하삼분지계 해, 달, 별의 사랑 왜 많은 국가들이 삼색기를 사용하는가 작가 김동리가 제시한 ‘제3의 휴머니즘’ 김수현 TV 드라마 「어디로 가나」 예술의 의미: 정치와 종교의 바깥에서 예비시련, 본시련, 영광시련 영광시련을 거친 자 개, 개구리, 새의 언어 초자아, 자아, 이드 하늘, 땅, 바다 영국 민담 「아기돼지 삼 형제」 부모로부터 자립하는 일의 어려움 대립적인 캐릭터: 자연 대 문명 동화계의 세 공주: 웃지 않는 공주 4. 기호학과 구조주의 기호학: 사회적 약속의 출발점 감자를 대신하는 기호: 『걸리버 여행기』 기호표현의 세 가지 방식 기호로 기호를 비판하기 디자인: 기존의 기호에서 멀어지기 속고 속이는 게임 기호표현과 기호내용 감추어진 기호로서의 사랑: 김유정의 「동백꽃」 감추어진 기호 찾기의 놀이: 황순원의 「소나기」 핵심 사건과 부수적 사건 ‘노란 꽃’의 존재: 귄터 아이히의 「꿈」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프로프의 민담 유형론 31개의 서사 단위 함수의 변형 20개의 서사 단위 이야기의 흐름도 서술자로서의 세헤라자드 인터랙티브 서사 스토리 창작 주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 5.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 형식 미디어: 달을 보지 말고 손끝을 보라!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소설의 탄생에서 소설의 쇠퇴까지 전기 미디어와 전자 미디어 라디오의 서사 TV의 서사 영화의 서사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 정세도와 참여도 문학적 서사 이론의 한계 만화의 서사학 제4의 벽: 베누스와 마르스 아라크네와 월드와이드웹 피에르 레비의 집단지성 환상문학: 망설임인가 새로운 창조인가 세계관: 설정된 세계 6. 스토리 산업을 위하여 이야기의 씨앗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중적인 마스터 플롯 이야기의 거대한 창고 이야기와 꿈이 있는 삶 크고 단단한 것에서 작고 부드러운 것으로 콘텐츠와 플랫폼 누가 플랫폼을 장악할 것인가 개구리가 우물에서 탈출해야 하는 이유 추천 알고리즘: 콘텐트 기반 방법, 협력 필터링 방법 데카르트 좌표에 따라 영화 추천받기 ‘캐릭터 넷’을 통해 영화 찾기 GOOD(좋은 것)과 GOODS(굿즈, 상품)의 차이 하쿠나마타타: 게으르게 살기 보론 흙으로 빚어진 인간, 그리고 낮은 땅에 사는 사람들 그레마스의 기호학과 구조의미론 유치진의 「토막」 다시 읽기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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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래 ‘쉽게 풀어 쓴 서사 이론’ 정도의 집필 의도에서 출발했다. 기왕의 서사 이론이나 기호학, 구조주의 등의 방법론은 용어가 까다롭고 복잡하면서도 정작 서사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에는 거의 무능한 것으로 보였다. 현학적이고 고답적이되 정작 아무것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론은 관념적이고 비효율적인데다 불친절했다. 이에서 벗어나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서사 현상에 대해 쉽게 설명하자는 의도가 이 책의 출발이지만, 정작 책의 제목에 ‘서사 이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는 망설임이 따랐다. 내 생각의 대부분은 아직 이론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한 것들이며, 나는 서사학자도, 기호학자도, 구조주의자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책은 그저 이야기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은 것으로 이해되었으면 한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너무 이야기만 좋아하다 보면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밥 먹을 때에는 아무 말 말고 밥만 먹으라고 가르쳤던 예전의 어른들 말씀은 맞는 것일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민족은 실용을 중시하는 민족보다 못사는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이제 우리는 이야기의 시대에 산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행복하게 잘사는 세상에서 우리는 말들의 웅성거림, “말들, 말들, 말들”이 넘쳐나는 현상을 목도한다. 최근 스토리텔링을 이론화하기 시작한 서사론자들은 이야기의 근원을 원시인들의 ‘캠프 파이어 모델’에서 찾는다. 사냥의 순간에 맞이했던 위험한 경험들, 사냥을 끝낸 이후의 행복한 포만감, 사냥에 관련된 지식의 전수와 모의훈련, 사냥의 성공을 위한 간절한 기원 등등. 동굴 속의 어둠에서 시작된 말들은 점차 동굴 밖의 빛의 세계로 옮겨가며 점차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 만화경과 같은 세상 이야기를 시작해 보기로 한다. --- 「1 이야기의 출발점」 중에서 그런데 요즘 세상이 바뀌었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야기족’과 ‘실용족’이 경쟁을 벌인다면, 이야기족이 승리한단다. 실용족은 이야기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인 덕에 더 많이 수렵하고 더 많이 채집할 수 있었지만, 더 행복한 문명의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야기족은 수렵하고 채집하는 활동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통해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면서 좀 더 행복한 공동사회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보면 실용족이 좀 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이야기족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 「이야기를 좋아하면 잘산다」 중에서 최근 이 민담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 Network Theory, ANT)’이 사회이론에 기여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에 멋지게 인용되었다. 라투르는 사회학 이론이 추상적 개념과 복잡한 공리의 집합이 아니라, 독특한 서사와 감흥의 힘으로 충만한 이야기여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학 이론은 체계화된 담론이 아니라 파괴, 관조, 서사의 복합적인 수행이라는 것. 그는 이를 독특한 ‘서사 기계’라 명명한다. 세계는 이론과 상관없이 “이미 맹렬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론은 그의 맹렬한 말을 들어주는 방법에 불과하다는 것. 우리는 ‘이와 벼룩’이 말하는 것도 맹렬히 들어주어야 한다. --- 「이야기는 엉망진창」 중에서 이분법(dichotomy)은 흑백논리의 성급함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되지만, 사실 모든 이야기와 인식론의 출발점이다. 예컨대 신화는 이분법을 통해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혼돈에 불과했던 세계는 천지, 일월, 주야, 음양, 남녀, 선악 등의 분리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질서를 갖춘 새로운 세상으로 변해 간다. 지금 쓰고 있는 ‘스토리 리부트: 이야기는 어떻게 생성되는가’는 태초의 이야기가 어떻게 출발하고 전개되는가를 다루고자 한다. 세상은 둘로 나누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태초에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선인과 악인이 있었다. 낮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반면, 밤이 되어야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철학자가 있었던 반면, 바보도 함께 살았다. 가장 높은 존재인 왕이 거지가 되고, 가장 낮은 존재인 광대가 왕이 되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이분법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 「창조신화 속의 이분법」 중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스터 플롯을 유형화한 크리스토퍼 부커는 이러한 이야기의 비밀을 ‘3의 법칙(rule of three)’이라 명명한 바 있다. 왜 많은 이야기들은 세 명의 인물, 세 개의 사건, 세 개의 배경을 메인 프레임으로 활용하는가.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숫자 3’의 덕목을 말한 위의 저자는 “2는 너무 적고 4는 너무 많으니, 3을 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3의 법칙’의 다섯 가지 유형」 중에서 신데렐라는 계모와 두 자매의 악행을 ‘인내’하고 ‘착함’으로 대응한다. 이를 통해 신데렐라는 ‘거지에서 부자로’라는 성공담의 주인공이 될 만한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러한 자격시련의 하이라이트는 마녀 할멈으로부터 받은 멋진 수레와 의상 등이다. 신데렐라는 무도회에 가서 아름다운 용모와 의상 등으로 왕자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한다. 무도회 장면은 본시련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데렐라에게는 마지막 시련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은 발의 크기가 유리 구두에 꼭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발에 꼭 맞는 구두는 영광시련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 「예비시련, 본시련, 영광시련」 중에서 동화계의 대표적인 세 공주 모두 예쁘기는 하지만, 굳이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정지된 상태이거나 감정이 모두 억압된 상태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분석심리학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이들 세 공주는 살아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풍요로운 원천인 무의식의 작동이 정지된 상태, 즉 ‘살아 있는 죽음(living dead)’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웃음과 활력을 잃어버린 여주인공의 부정적인 그림자는 오페라 「투란도트」 속의 공주처럼 난폭한 여성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투란도트」 속의 부정적인 공주는 퀴즈를 낸 다음, 퀴즈를 풀지 못하는 남성들을 모두 죽인다. 아예 웃지 않아 부왕의 근심 걱정이 된 공주들도 있다. 이들 ‘웃지 않는’ 공주를 웃게 하기 위해 부왕은 널리 구혼자를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구혼자들은 공주를 웃기는 데에 성공하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 「동화계의 세 공주: 웃지 않는 공주」 중에서 기호를 부수는 것을 ‘디-자인(de-sign)’이라 부르면 어떨까. 기존의 기호(sign)를 파괴하고(destroy), 기존의 기호 체계로부터 분리되는(detach) 행위가 바로 새로운 디자인인 셈. --- 「디자인: 기존의 기호에서 멀어지기」 중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는 일종의 폐소공포증(claustrophobia)을 다룬다. 영원히 궤도 위를 달리는 설국열차 속에서 그들은 다른 세상을 상상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폐쇄된 공간에 산다. 물론 이 영화 속의 집단 주인공들은 기차의 꼬리 칸에서 머리 칸으로 어렵게나마 점진적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자, 수렵에서 농경으로, 고대와 중세에서 근대로 나아가는 인류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열차의 꼬리 칸은 어둡고 머리 칸은 금속성으로 빛난다. 어둠이 야만이라면 빛은 문명인바, 꼬리 칸의 반란자들은 문명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횃불’을 들고 나아간다. 그러나 그들이 횃불만으로 세상을 다 밝혀낼 수 있었을까. 이 영화는 횃불로는 밝혀낼 수 없는 새로운 세상, 즉 폐쇄된 설국열차의 문을 열고 눈으로 뒤덮인 미지의 세상으로 나아갈 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암시하는 것으로 끝난다. --- 「‘노란 꽃’의 존재: 귄터 아이히의 「꿈」」 중에서 이야기에서 서술자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헤라자드는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목숨을 건졌으며, 여성 혐오에 빠진 왕의 병적인 증상을 치료해 주었으며, 중동의 이러저러한 조각 이야기들을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책으로 묶어 많은 동서고금의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세헤라자드의 재미난 이야기가 없었다면, 세헤라자드는 물론 왕도, 동서고금의 독자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서사 이론에서 서술자(narrator)를 가장 핵심 개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가 이야기를 이끄는가? 작품 바깥의 작가? 작품 속 주인공? 주인공과는 별개의 서술자? 이에 대한 엄밀한 논의에서 시작해 볼 일이다. --- 「서술자로서의 세헤라자드」 중에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TV 드라마는 어둠을 물리친, 그래서 전통의 극 체제를 거부하는 드라마 족보상의 이단자로 존립한다. 즉 암흑 속에서 드라마를 해방시킨 것이다. TV 드라마는 그간 예술 형태에서 소외됐던 ‘일상’의 세계를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우리는 TV 드라마를 통해 두 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멀리서 본다(tele-vision)’는 차원에서의 시공간의 확대이며, 다른 하나는 일상성의 회복이었다. 이제 TV 드라마는 허구적 예술보다는 “우리의 일상 세계를 끊임없이 환기해 주는 지각의 동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 「TV의 서사」 중에서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인류사는 미디어의 발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 전자, 통신, 컴퓨터 등의 기술 발달은 미디어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여했다. 그 결과 우리는 사이버 현실이 실제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 중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의 종은 얼마나 될까. 150만 종에 달한다는 생물종의 숫자보다 더 많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이지 우리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 속에서 산다. 문학, 영화, 드라마 등 허구적 양식에 기반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교실에서의 수업,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모든 담론들, 회의 석상에서 나누는 여러 의견들, 정치인과 경제인과 연예인들의 여러 수사학적인 담론들도 모두 이야기 양식에 기반하고 있으니, 그 종류를 이루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생물의 유전, 발생, 재생 과정에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처럼, 이야기의 발생과 전파에도 어떤 핵심적인 요소, 즉 유전자에 비견할 만한 핵심 요소가 들어 있지 않을까. 서사 이론가들은 그러한 요소를 마스터 플롯(master plot), 핵심 이야기(core story)라 부르는 듯하다. 『민담형태론』을 쓴 블라디미르 프로프의 표현대로 “모든 강물이 바다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야기 연구의 모든 국면들은 결국 중요한 미해결의 문제, 즉 전 세계의 이야기들 사이의 유사성이라는 문제의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모든 나라에 「개구리 왕자」와 유사한 이야기가 전승된다면, 「개구리 왕자」 속의 어떤 요소가 전승에 보편적인 힘을 제공하는 것인지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요소를 ‘마스터 플롯’이나 ‘핵심 이야기’라고 규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 「이야기의 씨앗」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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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문화 산업까지… 이야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안내서
책은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야기의 기원(출발점)부터 이분법적 서사 구조, 삼분법의 창조성, 기호학과 구조주의, 디지털 시대의 서사 형식, 그리고 스토리 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각 장은 복잡한 이론 대신 짧고 간결한 1,400자 내외의 단상 형식으로 구성되어 독자의 부담을 줄이고,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 책의 말미에는 학술적이지만 조금은 자유로운 형식의 〈보론〉과 함께 실렸으며, 책의 곳곳에는 웹툰 작가를 꿈꾸는 저자의 아들(필명 ‘울롱’)이 그린 삽화도 수록되어 가족 간의 ‘이야기’ 역시 중요한 스토리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스토리 리부트』는 이야기의 세계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며,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거나 콘텐츠 산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익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 그리고 ‘말하고 쓰고 나누는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진지하고도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쉽게 풀어 쓴 서사 이론, ‘스토리’에 관한 114가지 이야기 『스토리 리부트』는 신화, 문학, 영화, 넷플릭스, 유튜브까지 날로 복잡하게 변화해 가는 스토리텔링을 짜임새 있게 설명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안내서이다. 문학 및 희곡 등의 서사 양식을 연구하다가, 문화콘텐츠 및 문화경영이라는 문화 산업적인 현상까지 연구해 온 김만수 교수의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사학이나 서사 이론은 소설이라는 장르 하나에 국한돼서, 이 세상의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영화, TV 드라마, 만화 등)를 설명하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야기의 영역은 더욱 확장되었고, 스토리 산업의 비중 또한 더욱 커졌다. 어느덧 이야기의 소비자인 동시에 이야기의 생산자가 된 우리에게는 스토리텔링(스토리)을 다시 구성할(리부트)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원래 ‘쉽게 풀어 쓴 서사 이론’이라는 집필 의도에서 출발했다. 페이스북에 700자 정도의 가벼운 글을 쓰기 시작했다. 700자는 손바닥 크기의 휴대폰 화면에 쓸 수 있는 글의 최대치이다. 이 책을 묶으면서 토막글을 1,400자의 글로 분량을 늘렸다. 1,400자의 짧은 토막글로 되어 있지만, 그 글들이 체계와 구성을 입어 스토리텔링 안내서로 거듭났다. 구성도 독특하다. 스토리 리부트 1 :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저자는 이야기의 출발점, 즉 스토리텔링의 기원론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가정 아래, 이야기라는 현상의 다양한 측면을 탐색한다. 이를테면,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동굴 안으로 피신한 원시인들이 서로의 소망과 꿈을 나누는 순간, 이야기가 태동했을 것이다. 또는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갔다가 돌아온 자들의 극적인 생존담이 공동체의 관심을 끌면서 이야기의 형식으로 자리 잡았을 수도 있다. 최근 서사 이론가들의 시각에 따라 저자는 이야기의 근원을 원시인들의 ‘캠프파이어 모델’에서 찾는다. 사냥의 순간에 마주한 위험, 사냥 이후의 포만감, 경험의 전수와 모의 훈련, 그리고 성공을 기원하는 간절함, 이 모든 감정과 지식이 모닥불가의 말들로 녹아들었다. 동굴 속 어둠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은 점차 동굴 밖 빛의 세계로 퍼져나가며,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야기 구조로 확장되어 온 것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이나 환상이 아닌, 인류의 생존과 공동체의 진화에 깊이 뿌리박힌 문화적 형식이다.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치유하며, 미래를 상상해 왔다. 이야기의 기원은 곧 인간의 기원이기도 하다. 스토리 리부트 2 : ‘이야기를 둘로 나누기’ 김만수 교수는 2, 즉 이분법(dichotomy)적 사고가 이야기 생성의 핵심 원천임을 살펴본다. 세상이 혼돈과 질서, 하늘과 땅, 낮과 밤, 해와 달, 남자와 여자처럼 뚜렷한 이분법으로 나뉘며 생성되었듯, 이야기의 형성에도 이러한 대립 구조가 가장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선과 악,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처럼 양극적인 존재들이 함께 공존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두 요소의 갈등과 충돌은 이야기의 가장 지속적이고 강력한 원천이 되어 왔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0과 1, 동양 철학에서의 음과 양 또한 이분법의 전형적인 예로,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이해하는 틀을 제공해 준다. 흔히 이분법(dichotomy)은 단순화와 흑백논리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사실 이분법은 모든 이야기 구조와 인식의 출발점이다. 대립이 있어야 갈등이 발생하고, 갈등이 있어야 서사가 생성된다. 이야기란 결국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고, 선택하고, 변화해 나가는지를 그려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리부트 3: 이야기 속 ‘숫자 3’의 힘 이분법이 모든 이야기 구조와 인식의 출발점이라면, 숫자 ‘3’은 특별한 상징성과 구조적 안정감을 부여한다. 민담에서는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 주인공에게 세 개의 주머니가 주어진다. 이는 곧 세 번의 위기를 상징하며, 이야기가 구조적으로 ‘3단계의 시련’을 따라 전개됨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이야기에는 세 명의 형제가 등장하고, 세 개의 사건이 벌어지며, 세 개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하필 ‘3’일까? 숫자 ‘3’은 이야기의 전개와 인식 구조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핵심 동력이 되어왔다. 예컨대 천·지·인(天地人)은 한글 모음 체계의 기반이며, 지·정·의(知情意)는 지식, 감정, 의지라는 인간 활동의 기본 요소를, 진·선·미(眞善美)는 진리, 선함, 아름다움이라는 가치 체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삼중 구조는 단순한 반복이나 수사적 장치 그 이상이다. 가위바위보처럼 균형과 순환의 원리를 담고 있으며, 이분법의 경직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성의 원리로 작용한다. 스토리 리부트 4 : 우리는 다양한 기호에 둘러싸여 있다 21세기의 우리는 말과 글은 물론, 사진, 이모티콘, 동영상 등 다양한 기호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러한 기호를 이해하는 일은 곧 기호를 사용하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일의 출발점이다. 인간은 기호를 창조하고 해석하며 소비하는 주체다. 김만수 교수는 그러한 기호작용을 분석하는 틀로서 기호학과, 기호가 작동하는 구조적 원리를 탐구하는 구조주의를 이야기 분석의 중심에 두고자 했다. 구조주의는 기호의 의미가 개별 요소가 아닌 전체 구조 속의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야기 연구에도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문학과 예술은 내용과 형식의 유기적 결합으로 존재한다. 흔히 ‘내용’에만 집중하기 쉽지만, 내용을 담는 형식(곧 매체, 미디어, 플랫폼)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아가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기호내용과 기호표현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기초 기호학 개념과 구조주의적 사고방식을 소개하며, 이야기 연구의 새로운 관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스토리 리부트 5 :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 형식 21세기 현재 이야기 형식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근대 이전의 구술적 이야기, 근대의 아날로그 미디어, 근대 이후의 디지털 미디어가 동시에 공존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야기 형식도 점차 인터랙티브하고 분산적이며, 개인화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가 이야기를 ‘듣는’ 존재에서 ‘참여하는’ 존재로 변화시켰다. 기성세대는 종종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 해독력에 대한 기성세대의 이해 부족일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은 하루 평균 2천 번의 백일몽을 꾼다고 하며, 그 지속 시간은 14초라고 한다. 디지털 세대는 이 무의식적 상상을 디지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표현하고 반응하며, 새로운 이야기 문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형식, 그리고 이에 근거를 둔 스토리 산업에 대한 관찰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스토리 리부트 6: 스토리 산업 이러한 이야기 양식의 변화는 산업적 가치로도 연결된다. 이제 스토리는 곧 산업이다. 정보기술(IT)이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ICT로 확장된 것처럼, 스토리는 정보 이상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비하며, 재창조하고 있다. 이 책은 스토리 산업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이야기의 형식 변화와 그 중요성을 짚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지금이야말로 “스토리는 산업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 이야기는 어떤 씨앗에서 출발해 세포분열하고 결합하고 또 끊임없이 재생되면서, 이야기의 패턴을 되풀이한다. 김만수 교수의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의 문제의식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다음의 칼럼이 있다. 저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의 종을, 150만 종에 달한다는 생물종의 숫자보다 더 많을 것이라 한다. 문학, 영화, 드라마 같은 허구적 양식만이 아니라, 수업, 수사와 재판, 회의, 연예인의 수사학적 담론 역시 모두 이야기 양식에 기반한다. 따라서, 생물의 유전, 발생, 재생 과정에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처럼, 이야기의 발생과 전파에도 어떤 핵심적인 요소가 들어 있지 않을까? 서사 이론가들은 이를 마스터 플롯(master plot), 핵심 이야기(core story)라 부르는데, 저자는 이를 ‘이야기 씨앗’이라고도 한다. 생물학자 린네가 수만 종에 이르는 생물종의 분류 체계를 만들었듯이, 이와 유사한 법칙이 이야기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는 어떤 씨앗에서 출발해 세포분열하고 결합하고 또 끊임없이 재생되면서, 이야기의 패턴을 되풀이한다. 그 이야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야기 씨앗’은 과연 무엇인가. 저자의 문제의식의 출발이자 귀결점이다. 끝으로, 이 책의 마지막에 덧붙인 〈보론〉은 정제된 학술적 글쓰기에서 벗어난 개인적 실험의 공간이다. 자유로운 형식 속에 녹아든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들은 앞서 다룬 이론적 논의들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이야기를 보는 또 다른 눈을 제시한다. 『스토리 리부트』는 무거운 개념도 가볍게, 복잡한 세계도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쓰인 책이며,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스토리텔링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일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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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교수의 글은 잘 읽힌다. 김만수 교수는 에둘러 말하지도 않고 현학적인 수사도 없이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다. 그의 글쓰기의 힘은 드라마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드라마의 핵심은 갈등인데, 이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야기의 짜임새이다. 세상의 재미있는 모든 이야기들은 기본 틀 안에서 매체에 맞게 변용한다. 김만수 교수는 이러한 이야기의 틀이 세계 곳곳의 신화, 민담, 소설, 영상 드라마 등의 수많은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오늘날 스토리텔링의 문화 산업적인 현상까지 짚어내는 김만수 교수의 통찰력은 특히 문자 중심의 서사 이론에만 갇혀 있는 한국문학 연구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 양승국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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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지 말고 손끝을 보라.’ 내용보다 표현의 형식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을 보냐?’라는 범속한 비유를 이렇게 산뜻하게 뒤집어서 이야기의 기본적 속성을 설명한다. 바로 이야기라는 내용을 설명하는 이 책의 표상적 방식, 손가락이다. 그 손가락 속에 동서고금 모든 이야기 이론이 포괄되고 설명된다. 이론이지만 이론이 아니다. 이야기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설명해 주는 인자한 현자처럼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루하지 않게 설명한다. 2천 년도 더 전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연극은 왜 재밌고, 어떤 연극은 왜 재미가 없냐는 한 제자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시학을 썼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답하려 한다. 혼잣말처럼 그 대답들을 글로 오래, 근면하게 써오는 걸 지근거리에서 보았다. 그렇게 모여진 혼잣글로 모든 이야기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정리하려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재시동, 스토리 리부트이다. - 육상효 (영화감독, 인하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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