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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 그에게 흑인 딸이 있었다.
실존 인물 샐리 헤밍스와 제퍼슨의 사생아들
역사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진 바는 다음과 같다. 제퍼슨은 44세 때 일찍이 처가에서 양도받은 노예들 중 하나인 14세 혼혈 노예 샐리 헤밍스를 아이보기로 삼아 파리로 데려왔다. 샐리는 그 후 다섯 자녀를 두었는데, 이들이 제퍼슨의 사생아라는 루머가 제퍼슨 생전부터 돌았으나 이는 모두 위인에 대한 비방으로 치부되어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제퍼슨은 죽을 때까지 이 아이들을 친자로 인지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들은 친아버지의 노예로 살았다. 다만 제퍼슨은 죽을 때 유언으로 자신의 노예들을 일부 해방하면서 이들 ‘헤밍스 노예들’도 해방해 주었다. 이런 사실은 최근까지도 미국 사학계의 터부가 되어 어둠에 묻혀 있었지만, 1998년 극적인 반전을 이룬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헤밍스 노예들의 친부를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제퍼슨 부계 형제의 남자 후손과, 헤밍스 노예들 중 막내아들의 남자 후손의 성염색체를 비교하고 또 이전까지 제퍼슨 대신 헤밍스 노예들의 친부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어 온 2,3명의 염색체도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헤밍스 노예들 중 적어도 막내아들은 틀림없는 제퍼슨의 아들로 판명되었다. 샐리 헤밍스와 제퍼슨의 거취를 살펴볼 때 위의 자녀들도 제퍼슨의 친자일 것으로 여겨진다. 충격적인 소식을 미국 학계는 ‘그도 역시 인간이었다.’라는 한마디로 쉽사리 받아들였다. 그러나 150년 전, 노예 작가 브라운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퍼슨 사생아설을 소재로 한 소설 『클로텔, 제퍼슨 대통령의 딸』을 펴내면서 그는 종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이 여러 가지 사건과 장면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가?’ 나는 대답하겠다. ‘물론이다!’” 클로텔, 낭만적인 비극이 고발하는 생생한 야만의 실상 이 책의 제1부를 이루는 소설 『클로텔, 제퍼슨 대통령의 딸』은 브라운이 말한 대로 실화들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픽션 르포에 가깝다. 브라운은 자기 자신이 노예로 태어나 성장했고, 탈출해 자유를 찾은 뒤에는 자기처럼 도망치는 동포 흑인들을 도우면서 수많은 비극을 전해 듣거나 직접 목격했다. 실제로 이 소설에는 그가 이 소설을 엮어 내기 이전에 대중 강연이나 글을 통해 전달했던 실화들이 수없이 녹아 들어가 있다. 샐리 헤밍스의 자녀들과는 별도로, 브라운은 대여되어 일하던 노예 여자 커러와 그 두 딸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처음 펼쳐 나간다. 커러는 제퍼슨 집안에 대여되어 갔다가 그에게서 두 딸을 낳는데, 아름다운 클로텔과 알데사이다. 소설은 클로텔이 제퍼슨의 딸이라는 이유로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하며 팔려나가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뿔뿔이 떨어지고 만 세 모녀의 인생 역정을 따라간다. 하룻밤 사이에 주인이 바뀔 수도 있고 부부나 가족이 어이없이 떨어져 버리고 마는 노예들의 불안한 신분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심한 기복을 그린다. 클로텔을 사서 결혼했던 청년 호레이쇼는 출세를 위해 백인 처녀와 결혼하며 클로텔을 버리고, 겉으로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였지만 사실은 노예 주인과 그 소유물의 관계였던 클로텔은 남편의 새 아내 손에 멀리 팔려가고, 클로텔의 딸은 마치 제퍼슨의 사생아들처럼 어머니를 잃고 친아버지 집에서 노예로 혹사당한다. 열정에 가득 찬 작가의 펜은 시와 노래, 격언을 아울러 가며 이리저리 얽히는 사랑과 고난, 신앙, 죽음의 개인사를 그려 나간다. ‘자비로운 노예 주인’인 펙 목사의 이중성이나, 그 딸 조지아나의 진실된 성찰이 노예 제도에 대한 작가의 반항을 생생히 비추어 준다. 최초의 노예 작가 브라운과 해방 운동 시대 사랑과 이별, 죽음과 재회로 얽히는 낭만적인 소설 틈사이로 비치는 섬뜩한 사실성이 더욱 독자를 매료하는 소설의 힘은 다름아닌 작가 자신에게서 나왔다. 이 책 제2부는 작가 윌리엄 웰스 브라운의 자서전과, 노예 해방 운동이 물끓듯 일어나던 그의 시대 자료들을 담고 있다. 탈출 후 독학으로 글을 배우고, 먹고살 길이 막막하자 아무 자격 없이 이발소를 열어 자수성가하며, 강연이나 집필을 통해 최초로 ‘흑인에게도 지성이 있음’을 입증해 마침내 국제적으로 미국의 노예제를 성토하는 운동가로 활동하기까지 소설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일대기가 생생히 펼쳐진다. 또 다른 자료로 첨부된 미국 독립 선언서 초안 전문과, 소설에서도 언급된 유명한 사우샘스턴 노예들의 유혈 반란 사건 취조록은 해방 운동 관련 연표와 더불어 한 세기 반 전까지 지구 최상의 ‘문명국’에 존재했던 야만의 역사를 생생히 증언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