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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양장
이성부
창비 200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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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가재마을
소리가 숨는 곳
나무 지팡이
논개를 찾아서
내 고향으로도 뻗어가는 산줄기
산을 배우면
옛적에 죽은 의병이 오늘 나에게 말한다
붉은 악마
송흥록
하늘이 속물 하나 내려다본다
쇠지팡이
떠돌이별 하나가
아름다움
할미봉이 숨이 차서
갓난아기가 되어
거창 땅을 내려다보다
산속의 산
상여덤을 지나며
덕유평전
저를 낮추며 가는 산
거품
어째야 쓰까
빼재

제2부

부끄럽게
고운 얼굴들 더 많이 살아납니다
자유의 길
마애삼두불
황사바람이 쓸 만하다
울음잡기
어떤 길
여시골산
사랑이 말을 더듬거렸다
덜 익어도 그만 잘 익어도 그만
터덜터덜
나도 지금 어슬렁거리네
금산 일기
낮은 산
면암선생 운구가 기차에 실려 갔다
감나무 아래에서
안과 밖
손 들어도 달아나기 일쑤인 자동차를 기다리며
영동할미가 루사를 몰고 왔다
십자고개
청화산인의 말씀을 거꾸로 받아들이다
서서 밥 먹는 나를 굴참나무가 보네

제3부

돌마당 식당 심만섭 씨
대야산 내려가며
버리미기재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길
은티마을
희양산 일기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생명
무슨 사연들 쏟아부어 새재를 만들었네
토끼비리
꿈틀거린다
윤광조가 만든 코딱지 산들
나를 숨긴다
더덕 한뿌리를 슬퍼함
무정한 총알이 내 복숭아뼈를 맞혔네
제일연화봉
우두커니
김삿갓에 새삼 조바심 생겨
겨울 호식총 하나가
태백산 숯가마
비틀거린다

제4부

비로소 길
대간이 남의 집 앞마당을 지나가네
장성터널 위를 걷는다
진달래 꽃빛 같은 통증이
기쁨
표지기를 따라
연칠성령
내 살갗에 파고들어 서울까지 따라온 놈
자병산 안개
숨은 골
처음처럼
죽음의 계곡
오세암
청년 장교 리영희
길이 나를 깨운다
저항령
너덜겅
발길 돌리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1942년 전남 광주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양식』이 당선되었으며, 시집으로는『이성부 시집』『우리들의 양식』『백제행』『전야』『빈산 뒤에 두고』『야간 산행』등이 있다. 1969년 제15회 현대문학상 수상,1977년 제4회 한국문학 작가상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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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2월 1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59쪽 | 347g | 153*224*20mm
ISBN13
9788936427160

출판사 리뷰

이성부(李盛夫)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는 2001년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지리산』에 이어지는 ‘내가 걷는 백두대간’ 연작의 완결판이다. 시인은 하루 혹은 이틀씩의 토막산행으로 8년여 만에 남측 백두대간을 종주해냈다. 그리고 이 산행에서 만난 자연과 역사와 사람 사는 이치를 84편의 시에 담아냈다.
애초 시인의 산행은 1980년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부채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사회구조의 부조리와 폭력에 대한 절망, 자기학대와 죄의식이 역사의 상처와 만나면서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은 이전 시집 『지리산』에 감동적으로 형상화되었다. 시인이 ‘백두대간’이란 말을 처음 접하고 그 의미를 가슴에 새긴 것은 1980년대 중반, 일간지 기자의 신분으로 ‘현대판 김정호’로 불리던 산악인 이우형씨를 만나면서이다.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시작한 산행은 그간 왜곡된 우리 산줄기 이름들을 바로잡은 ‘백두대간’을 알게 되면서 거듭남과 화해를 향한 적극적인 의미를 띄기 시작한다.(이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을 「시인의 말」에서 접할 수 있다.) 그리고 8년, 시인의 발길은 지리산자락을 넘어 북상하여 백두대간의 남측 한계선 금강산 진부령까지 이어졌고 대간 길이 끊긴 곳, 향로봉 전승비가 버티고 선 곳에서 ‘일단’ 멈추었다.

시공간적 배경과 함께 시세계가 폭넓어졌다. 산줄기에 어린 역사의 상처와 무고한 희생을 시로 위무하는 것은 여전하나(「옛적에 죽은 의병이 오늘 나에게 말한다」「고운 얼굴들 더 많이 살아납니다」「면암선생 운구가 기차에 실려 갔다」「슬그머니 사라져버린 길」「무정한 총알이 내 복숭아뼈를 맞혔네」) 이제 시인은 자연이 건네는 말없는 깨우침에 귀기울이고(「할미봉이 숨이 차서」「덕유평전」「부끄럽게」「서서 밥먹는 나를 굴참나무가 보네」) 인간의 무지와 난개발이 낳은 자연의 상처를 제것처럼 껴안는다.(「쇠지팡이」「빼재」) 현실도피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산과 자연을 받아들이면서 시세계는 한층 넉넉하고 편안해졌다. 시인은 마침내 “산과 내가 한몸이”(「산을 배우면서부터」) 되었음을 안다.
이런 시인의 눈에는 자연과 자연 아닌 것의 구별, 인간이 할퀸 상처들이 아프게 들어온다. 풀섶에 버려진 나무 지팡이 하나조차 땅기운을 몸속으로 전하며 죽은 나무마저 땅과 사람을 이어주는 데 비해(「나무 지팡이」) 앞서 가는 사람의 쇠지팡이가 바윗돌을 스치면 시인의 머리가 어지럽고 푸나무를 건드리면 시인의 몸이 아파 신음소리가 난다.(「쇠지팡이」) 그 소리에 땅이 문을 닫고 온 세상이 귀를 막는다. 모진 추위를 이겨 새봄 싹을 틔운 어린 더덕 한뿌리를 캐먹으며 아직 ‘집을 비우지 않은’ 탐욕에 슬픔과 죄스러움을 느낀다.(「더덕 한뿌리를 슬퍼함」)
산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성찰은 자연이 그에게 준 선물이다. 줄기줄기 이어진 너덜겅 앞에서 무너지면 모두 이렇게 될 것이니 혼자 솟아 외로움을 만들지 말라는 전언을 듣는 것은 정직한 땀으로 산을 누빈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다.(「너덜겅」) 시인은 자연이 전해준 단순소박한 지혜를 안고 백두대간의 남한 쪽 끝자락까지 오른 뒤 가로막힌 봉우리를 바라본다. 몸은 지쳤어도 마음은 가로막힌 봉우리를 내달리고 있다. “내 그리움이 더 가고 싶어 안절부절 못한다.”(「시인의 말」) 생전에 북쪽 백두대간을 밟아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그러나 반드시 통일이 되고 백두산까지 산길이 트일 날이 머지않은 것을 확신하면서 시인은 “그날을 앞당겨야 한다는 꿈이 나에게 항상 가득하다”고 말한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는 한 정직한 시인이 치열한 자기성찰로 시대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산행을 거듭하여 이루어낸 드넓은 시의 지평을 보여준다. 역사와 현실이 넘나들고 사람과 자연이 자유로이 소통하는 이 장관은 이성부 시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이다. 이제 사람의 마을 가까이 내려온 시인의 발길이 어디로 향할지 기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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